IPTV 서비스, 약정 길고 위약금 커 가입자 충성도 높아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한 달 간격으로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의 케이블TV 인수합병(M&A)이 연달아 이뤄지면서 이들 양사 유료방송 점유율이 1위 사업자인 KT를 바짝 추격했다. 양사 합병이 이뤄지는 동안 KT는 유료방송 합산규제에 발목이 잡혔다. KT는 효자 상품인 IPTV 가입자를 잃을까 조마조마하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12월 CJ헬로를 인수 후 KT 추격에 발빠르게 나섰다. 사명을 LG헬로비전으로 변경하고 LG유플러스 홈·미디어 부문장이었던 송구영 부사장을 대표로 선임했다. KT가 LG유플러스와 CJ헬로 합병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동안 연이어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3개사도 법인 합병 및 최다액출자자 변경 건에 대해 조건부 허가‧승인을 받았다.

유료방송 점유율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KT‧스카이라이프 31.31%, LGU+‧LG헬로비전 24.72%,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24.03% 등이다. 이통사와 케이블TV 간 M&A가 이뤄지기 전 같은 기간 점유율은 KT‧스카이라이프 31.31%, SK브로드밴드 14.7%, LG유플러스 12.44% 등이다. 3위였던 LG유플러스가 CJ헬로 인수로 점유율이 12.28% 증가하면서 2위가 됐고, SK브로드밴드는 티브로드 합병으로 점유율이 9.33% 늘어나게 됐다. 

KT는 유료방송 합산규제에 묶여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동일계열에서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 33%를 넘지 못하도록 한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지난 2018년 6월 일몰됐다. 그러나 여전히 국회에서 후속 방안 논의가 이뤄지지 못한 채 계류 중이다.

합산규제는 KT가 스카이라이프를 인수하던 시점에 시장지배 우려가 커졌기 때문에 이를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안이다. SK와 LG의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도 크게 높아지면서 새로 검토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KT는 지난 2018년 하반기부터 케이블TV 사업자인 딜라이브 인수를 검토했으나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딜라이브는 업계 4위로, 지난해 상반기 기준 201만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구현모 KT 회장이 올해 풀어내야 할 숙제도 미디어 저변 확대와 이를 위한 합산 규제 해결이다. 경쟁사가 케이블TV와 손잡고 시장을 넓힌 상황에서 KT도 새로운 변화를 위해 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OTT와의 제휴나 인수합병 필요성이 제기된다. 

앞서 LG유플러스는 지난 2018년 넷플릭스와 독점 계약을 맺고 자사 IPTV에서 넷플릭스를 볼 수 있게 했다. 그 효과로 가입자가 순증하기도 했다. 넷플릭스와 LG유플러스 독점 계약이 만료된 이후 넷플릭스와 새로 계약을 체결한 통신사도 관심사다.

또 올해 국내에 상륙하는 디즈니플러스 역시 이통사와 제휴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명 OTT와 IPTV과 제휴를 할 경우 질 좋은 콘텐츠가 늘어나 가입자 모으기에 유리하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통신사업자가 유료방송 네트워크를 두 개씩 보유하면서 M&A 첫 해인 올해 미디어 선점을 위한 마케팅을 벌일 것”이라며 “미디어 단독보다 결합상품에 마케팅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신사에게 IPTV 상품은 무선보다 효자 상품이다. 무선에서는 아직 5G 가입자 규모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아닌데다 포화 시장이기 때문에 가입자가 느는 데 한계가 있다. 그러나 IPTV는 이통 3사 모두 성장하고 있는 영역이다.

특히 대개 3년 약정으로 가입하기 때문에 최소 3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고객을 붙잡아둘 수 있다. 셋톱을 설치하고 회수해야 하는 경우 설치기사가 방문해야 해서 이런 과정을 꺼려하는 이들은 한 번 설치한 IPTV를 계속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무선과 달리 위약금 규모도 크다.

무선에서 자유롭게 번호 이동을 하고 자급제 단말기를 구매하는 변수가 많은 것과 달리 IPTV는 비교적 움직임이 제한적이다. 이통사가 IPTV 약정기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사용자가 묻기만 해도 해지방어에 나서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만큼 IPTV 가입자는 이통사에게 중요한 고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통사 수입에서 유선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이통사 역시 유선서비스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며 “한 번 설치하면 잘 바꾸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어서 무선에 비해 충성도가 높다. 이통사의 고정 수입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