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 위해 존재하지만 ‘불명확한 조항’은 오히려 혼란만 야기

“약관이란 계약의 당사자가 다수의 상대편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일정한 형식에 의하여 미리 마련한 계약의 내용을 말한다”.

국립국어원은 약관의 뜻을 위와 같이 정의한다. 이에 따르면 항공사마다 존재하는 여객운송약관은 항공권 구매 시 소비자와 항공사 간 체결되는 계약이다. 항공사는 약관을 통해 서비스를 체계적으로 제공한다. 반대로 소비자는 이를 통해 본인이 누릴 수 있는 서비스 내용을 파악한다.

문제는 약관이 모호하게 작성됐을 때다. 여객운송약관은 소비자와 항공사가 합의 하에 작성한 내용이 아니다. 항공사가 일방적으로 조항을 만든 뒤 다수에게 공지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불분명한 약관은 소비자를 혼란에 빠지게 한다.

지난 20일 제보 내용을 토대로 아시아나항공의 무료 수하물 합산 조항에 대한 기사를 작성했다. 이후 지인들로부터 비슷한 일을 경험했다는 말을 들었다.

이후 각 항공사의 여객운송약관을 살펴봤다. 대한항공, 제주항공, 이스타항공은 약관에 ‘수하물 합산’과 관련해 별도 내용을 명시하지 않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은 관련 내용을 조금씩 다르게 설명하고 있다.

이 중 절반은 무료 수하물 합산 조건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진에어는 “합산 시 미주 및 호주 구간의 경우 개수만 합산되며…그 외 구간의 경우 개수에 상관없이 총 무게 합산이 가능하다”고 명시했다.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은 “위 허용량의 합산은 개수에 대하여만 적용된다”고 안내한다.

반면 아시아나항공과 티웨이항공은 수하물 합산이 ‘무게’ 기준인지 ‘수량’ 기준인지 별도 안내를 하지 않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무료 수하물에 대해 “각 개인의 무료 수하물 허용량의 합계를 단체 여객 전원에 대한 허용량으로 취급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소비자에 따라 ‘무게도 합산이 된다’고 판단할 여지가 크다. 티웨이항공도 이와 마찬가지다.

무료 수하물 합산 조항을 취재하며 관리당국으로부터 “그런 불만을 토로한 소비자가 많지 않았다. 많았다면 항공사에 개선을 요구할텐데...”라는 답변을 연이어 들었다.

변명으로 들렸다. 지난 2018년 한 소비자는 에어서울을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를 했다. 불명확한 조항 탓에 추가 비용을 지불했다는 것이다. 법원은 1심에서 소비자의 손을 들어줬고 에어서울은 항소하지 않았다. 조항도 구체적으로 수정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변명보단 점검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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