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 준법감시위 ‘독립성’ 질문에 즉답 피해
삼성그룹도 ‘신사협약’ 존재 여부 묻자 “위원장에게 직접 물어보라”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삼성그룹 준법감시위원회(준법감시위)를 이 부회장 양형에 고려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위원장을 맡은 김지형 변호사가 대표로 있는 법무법인 지평이 향후 삼성 관련 사건을 수임할지 여부가 주목된다.

위원장이 소속된 법무법인이 삼성그룹 관련 사건을 수임할 경우 준법감시위 독립성이 의심받을 수 있지만 김 변호사와 지평, 삼성 측은 즉답을 피했다.

22일 시사저널e는 김 변호사와 지평 측에 ‘준법감시위에 참여한 삼성 계열사 7곳의 사건을 앞으로 수임하지 않을 것이냐’고 물었다. 준법감시위에 참여하는 주요 계열사는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삼성화재 등이다.

이에 지평 측 관계자는 “대표님(김 변호사)의 준법감시위 활동은 회사 차원의 업무가 아니고 개인적인 대외활동에 해당한다”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 측 역시 “회사와 같은 입장으로 설명드리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지평 측은 ‘지난 5년간 수임한 삼성그룹 관련 사건이 얼마냐 되느냐’는 질문에도 “고객 비밀유지 차원에서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답했다.

삼성그룹 측에도 ‘회사 관련 사건을 지평에 맡기지 않겠다는 취지의 신사협약이 존재하느냐’고 물었지만, 그룹 관계자는 “김 변호사나 지평 측에 직접 물어보라”라고 말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김 변호사가 위원장직을 수락하면서 지평에 관련 사건이 쏠리지 않을까’하는 의문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준법감시위의 독립성을 담보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존재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 변호사, 지평, 삼성그룹 측이 이에 대한 즉답을 피하면서 사건 수임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해 졌다.

김종보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소속 변호사는 “김지형 변호사가 위원장직을 수락하고 삼성이 지평에 사건을 은근슬쩍 몰아준다면, 김 변호사의 독립성도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라며 “게다가 이렇게 이익을 보전해 주는 것을 감시할 방법도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김 변호사가 사실상 이재용 부회장 변호인 역할을 하는 꼴이 되었다”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물론, 김 변호사의 개인활동을 소속 로펌의 영업과 연관 짓는 것은 무리한 주장이라는 지적 또한 존재한다. 준법감시위에는 김 위원장 외에도 여러명의 외부 위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준법감시위 외부 위원은 법조계와 학계, 시민사회 등으로 구성돼 있다. 고계현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총장, 권태선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 공동대표,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교수, 봉욱 변호사, 심인숙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이다.

한편,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과 참여연대 등은 이날 오후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발언을 비판하는 토론회를 진행했다.

최한수 경북대 교수는 “준법감시위를 양형에 고려한다고 해도 범행 이전에 설치됐을 경우에 해당할 뿐, 사후적 통제 시스템이 적용되진 않는다”고 지적했다. 채 의원은 “검찰 인사로 삼성 관련 수사팀이 해체될 위기에 있다”며 “이재용 부회장 봐주기로 귀결될까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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