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 데이터 거래소 개장
대형 금융사 “헐값에 데이터 팔게 될까 걱정”

데이터 거래소 운영방침./자료=금융위원회
데이터 거래소 운영방침./자료=금융위원회

데이터 3법의 통과로 빅데이터 신산업 발전의 토대가 마련된 가운데 금융당국은 관련 산업 육성을 위해 데이터 거래소를 도입하기로 했다. 대형 금융사를 비롯한 핀테크사, 비금융사인 통신·유통 사업자까지 다양한 사업 주체들이 참여해 여러 분야의 데이터가 거래되도록 하겠다는 취지지만 대형 금융사는 정보를 내줘야 하는 일방적인 입장이라는 점에 불만을 내비치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금융위원회는 ‘금융 분야 데이터 유통 생태계 구축 협의회’ 첫 회의를 열고 오는 3월부터 데이터 거래소를 시범운영한다고 밝혔다.

금융보안원이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금융 분야 데이터 거래소는 상품으로서 데이터를 사고팔 수 있는 중개·거래 플랫폼이다. 공급자가 판매할 데이터를 등록하면 수요자가 해당 데이터를 검색해 구매하는 방식이다. 데이터 조회부터 계약, 결제까지 전 과정이 거래소에서 한꺼번에 이뤄진다.

데이터 3법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빅데이터 산업 추진을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자 이에 발맞춘 정보 거래 플랫폼을 제공하겠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취지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국내 금융 분야 데이터 거래 및 결합은 초기 단계로 관련 사례 등이 적어 거래·결합이 가능한 금융 데이터의 범위, 관련 절차나 기준 등이 불명확하다”며 “이에 금융회사들이 데이터 유통 및 결합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금융권 데이터 유통·결합 가이드라인을 발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대형 금융사 사이에선 데이터 거래소를 두고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상대적으로 금융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는 카드사나 은행들은 정보를 주고받기보단 핀테크사에 일방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는 금융사와 핀테크사가 가지고 있는 정보의 양이 비슷해질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기존 금융사가 영업 활동을 통해 쌓아온 금융 데이터가 훨씬 더 많다”며 “데이터 거래소가 생기더라도 카드사나 은행 등 대형 금융사가 가지고 있는 데이터가 많지 지금 당장은 핀테크사로부터 제공받을 만한 데이터가 없다. 데이터도 일종의 재산인데 기존 금융사는 이를 내줘야 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은행권 관계자 역시 “오픈뱅킹 서비스가 시작될 당시에도 오픈뱅킹 활성화를 위해 금용결제망 이용 수수료가 기존의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은행이 얻는 수수료 비용이 대폭 줄어들었다”며 “주 공급자가 될 은행 입장에선 데이터 거래소 역시 거래 활성화를 이유로 데이터 가격이 헐값에 책정되진 않을까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합리적 가격 산정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거래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 공감할 수 있는 데이터 가격 산정 기준을 마련하겠다”며 “초기 데이터 거래 활성화 및 거래 기록 축적을 위해 데이터 거래소를 통한 거래 시 데이터 바우처 지원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데이터 거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보안 문제도 대형 금융사의 고민 중 하나다. 대형 금융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이력이 짧은 핀테크 업체들의 경우 보안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다. 기존에 업체별로 자체 데이터를 활용했던 것과 달리 거래를 통해 이해 당사자가 얽히게 되면 정보 유출 사고 발생 시 거래 당사자 간 책임 공방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형 핀테크 업체는 문제가 없겠지만 영세한 핀테크사의 경우 보안 시스템에 미흡한 점이 나타날 수 있다”며 “데이터 거래를 하면서 정보가 유출됐을 때 유출 경로를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한다면 대형 금융사까지 함께 비판받거나 대형 금융사가 데이터를 많이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더 큰 책임을 요구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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