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와 바쁜 일상에 치이다 보면 집을 꾸미겠다는 결심은 까맣게 잊혀지곤 한다. 그럼에도 집 안 곳곳에 자신만의 취향을 녹여내는 일에 성공한 이들이 있다. 아이들 엄마이자 취향을 가진 개인으로서 자신만의 집을 완성해낸 리빙 인플루언서의 집을 방문했다.

@ sonseonhye3225

아이들이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계단. 집을 지을 때부터 교구를 수납할 수 있는 계단과, 계단에서 아이들이 앉아서 놀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결과물에 만족한다. 지금도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소라고. 도로 놀이에 빠진 아이들은 단 차가 있는 곳에서 하는 도로 놀이를 즐긴다. /사진=정택

Point of View 집 안의 작은 놀이터

NEXT HOUSE 첫 집 짓기에 완전히 만족한다는 부부는 다음에 살게 될 집 역시 직접 지어볼 예정이다. 지금 집처럼 층고는 높지만 평수가 넓고 계단이 없는 단층집과 차고를 만들고 싶다. 그리고 다음 집은 아내 손선혜 씨의 취향인 컬러풀한 요소를 더 담아보고 싶다고.

FAVORITE SHOPPING BRAND 손선혜 씨가 소품처럼 모으는 교구들은 정토이즈와 웨이투플레이에서 자주 구매한다. 두 곳 모두 ‘발도르프’ 교구를 주로 제작하는 곳으로 특히 웨이투플레이의 도로 놀이는 날이 따뜻한 여름날 마당에서 아이들이 즐겨 한다.

ANOTHER LIFE 아이들이 크면서 집 안에보다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져 새로운 추억을 기록하기 위해 여행 계정을 별도로 만들었다. 귀여운 완이와 현이의 외출하는 일상이 궁금하다면 ‘아이와 여행(@wanihyuni_travel_diary)’를 팔로해볼 것.

 

 

사진=정택

미끄럼틀처럼 보이는 가구 역시 ‘발도르프’ 교구 중 하나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역할놀이부터 점프, 도로 놀이 등 다양한 활동을 즐긴다. 촬영 당일 아침에도 아이들이 이곳에서 시간을 보낼 만큼 애착을 가지는 교구라고.

 

사진=정택

복층을 만들어 전용면적을 넓히는 대신 과감하게 층고를 확장해 시원한 시야를 택했다. 남편이 집에서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곳 중 하나다. 층고가 높을수록 겨울에 춥다는 말도 있지만 콘크리트 건물보다 비교적 따뜻한 목조주택이기 때문에 크게 불편함을 느낄 정도는 아니라고 한다.

 

사진=정택

아이들을 위한 교구 전용 방과 침실. 자주 사용하는 교구는 아이들이 쉽게 꺼낼 수 있도록 낮은 층의 선반에 올려놓았고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교구들은 아이들 손이 닿지 않는 높은 층에 수납했다.

 

쌍둥이 완이와 현이가 놀면서 성장하는 집

쌍둥이 남자아이 완이와 현이를 기르는 손선혜 씨의 집. SNS 계정의 프로필 아래 적힌 #놀이육아 #홈육아라는 해시태그로 알 수 있듯, 직접 지은 주택 안에서 아이들이 교구를 가지고 노는 일상을 공유한다. 본래 자연주의 교육 방식을 추구했던 그녀는 아이들이 자연을 벗 삼아 놀 수 있는 주택으로 이사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지난 2016년 남편과 본격적으로 집 짓기에 뛰어들었다. 집 안의 큰 틀인 화이트 컬러 베이 스에 우드 인테리어는 남편이 주도한 부분이지만, 집의 분위기를 화사하게 만드는 컬러풀한 교구는 모두 그녀가 하나하나 채워 넣은 것들이다. 집 안의 가구들은 처음 집을 지을 때부터 주변 목공방에 의뢰해 만든 주문 제작 가구들로, 아토피와 같이 후천적으로 생길 수 있는 질환을 사전에 방지하고자 합성보다는 자작나무와 같은 고급 자재들로 만들게 됐다. 직접 발품을 팔아 선택한 자재들로 제작한 가구들이다 보니 더 만족스러웠고, 비용 역시 많이 절감할 수 있었다. 부피를 많이 차지하는 가 구들은 처음부터 집 안 구조에 딱 맞게 만들었기 때문에 시간이 조금 흐른 지금도 기성 가구를 별도로 구매해야겠다는 생각은 크게 들지 않는다. 쌍둥이들이 두 돌이 되기 전까진 현관문 밖은 나갈 생각도 못했을 만큼 정신없이 살았던 손선혜 씨. 아이들이 교구를 가지고 놀 수 있는 시기가 되자 집 안에서도 여유롭게 함께하는 풍경이 펼쳐졌다. 그녀는 그런 풍경을 오래 기억하고자 되도록 많은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집곳곳에는 하나의 인테리어 소품처럼 수많은 교구들이 자리하고 있다. 교사인 그녀는 인테리어 용품보다 아이들 교구에 욕심이 많은데, 가장 즐겁게 가지고 노는 ‘발도 르프’ 교구를 발견한 이후로는 집 안 곳곳에 아이들이 손쉽게 가지고 놀 수 있게 교구를 배치한다. 화이트 컬러와 자작나무의 베이식한 인테리어 속에서 그녀의 취향인 알록달록한 교구들이 아이들 손이 쉽게 닿을 수 있는 곳에 놓여 있어 흔치 않은 ‘#집 스타그램’을 완성할 수 있었다.

 

 

 

@ amazlove

집 안의 가구 대부분을 스웨덴하우스에서 들여왔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거실의 접이식 콘솔 테이블은 그녀가 처음 구매한 북유럽 가구로 테이블을 처음 집에 들인 순간의 기쁨을 잊지 못한다. 이 공간에서 그녀의 가족은 어느새 지정석처럼 정해진 각자의 자리에 앉아 성경을 필사하거나 이야기를 나누며 하루의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다. /사진=정택

Point of View 집 안의 작은 작업실

NEXT HOUSE 신혼 때 구매한 이케아의 패브릭 소파는 아이들과 남편이 애착을 가지고 사용하는 것 중 하나지만 이제는 정말 바꿔야 할 시점이 왔다고 생각한다. 소파 바닥이 조금씩 무너져 내리고 있기 때문. 언젠가 집의 크기와는 상관없이 마당 있는 집에서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녀는 비가 오면 빗방울이 땅바닥에 떨어지는 소리를 집 안에서 듣고 싶기 때문이라는 낭만적인 이유를 덧붙였다.

FAVORITE SHOPPING BRAND 스웨덴하우스와 룸퍼멘트가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하기 훨씬 이전 블로그를 운영하던 시절부터 심혜원 씨가 좋아하며 지켜보던 곳들이다. 집가까이 스웨덴하우스 매장이 생긴 이후로는 단골처럼 드나들고 있다. 컬러 매치가 독특한 룸퍼멘트 역시 그녀의 취향에 딱 맞는 편집숍.

ANOTHER LIFE 혜원의 그림(@drawingonoctober 31)은 심혜원 씨가 일러스트레이터 로서 처음 만든 SNS 계정이다. 첫게시물을 올린 건 올해 9월 8일. 가족과 판화작가 그림 스승의 지지가 계정을 만들고 그림으로써 세상과 소통하게 만들었다. 주로 펜 드로잉에 수채화를 더한 그림들이 올라오며, 종종 판화 작업물도 보인다.

 

사진=정택

아이들에게 자신의 취향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심혜원 씨. 그녀의 취향이 한껏 묻은 거실과 침실에 비해 아이들 방은 사뭇 다른 분위기다. 리모델링 이후 자신만의 방을 가지게 된 아이들은 각자 성향에 맞춰 꾸몄고 그 때문에 어느 것 하나 똑같은 부분이 없다.

 

사진=정택

다양한 컬러를 매칭해 코디하는 것을 즐기는 심혜원 씨의옷 스타일처럼, 집 안 곳곳에 자리한 센스 있는 조합의 컬러 아이템이 티크 원목의 북유럽 가구들과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벽에 액자처럼 전시한 카펫은 룸퍼멘트의 것. 최근 남편이 구매한 그녀의 그림 두 점이 주방 오른편 벽에 나란히 걸려 있다.

 

사진=정택

심혜원 씨가 주로 그림을 그리는 작업 공간은 안방 책상이다. 자주 사용하는 펜과 수채화 도구도 대부분 이곳에 비치했다. 그녀가 주로 그림을 그리는 시간은 가족이 모두 잠든 새벽 시간인데 아이들이 넘나드는 거실에서는 자신만의 시간을 오롯이 가지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세 아이의 엄마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의 뚜렷한 철학이 담긴 집

심혜원 씨는 이제 막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을 시작했다. 영문학을 전공해 영어 강사로 활동하는 시절에는 자신이 그림을 그릴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우연히 지금의 집 근처 판화작가 작업실을 방문하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지금까지 꾸준히 작업을 해오고 있다. “혜원 씨는 절대 다른 사람 작품을 모방하지 마세요. 자신만의 느낌이 있다는 게 중요합니다”라고 말한 그림 선생님의 말처럼 그녀의 집 역시 누군가의 집을 모방하거나 스타일이 확고한 전문가의 손길 대신 자신만의 타고난 취향과 감각이 두드러진다. 그녀는 인테리어 취향만큼 확고한 교육철학으로 세 아이를 기르고 있다. 아이를 키울 때도 자신의 취향을 강요하기보다는 아이들 각각이 가진 개성을 격려하고 권장하는 편이라고. 에디터는 그녀와 대화를 하면 할수록 사람과 집이 닮아 있음을 느꼈다. 본래 집은 숨을 쉬는 공간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꼼꼼히 관리하며 살았던 그녀지만 본격적으로 SNS에 집 사진을 올리기 시작한 것은 육아의 고달픔 때문이었다. 아이 셋을 키우며 세상과의 교류가 차단된 느낌 때문에 바깥과 소통하기 위한 수단으로 3년 전 SNS를 시작했다. 원래도 집 꾸미기에 관심이 많았지만 집 가까이에 북유럽 가구들만을 모아놓은 쇼룸이 들어서면서 더욱 리빙이라는 영역에 깊게 빠져들었다. 처음에는 가구를 모으는 것 자체에 만족했 지만 점차 소장하고 있는 가구들과 어울리게 집을 꾸며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 다. 그리고 작년 드디어 집을 리모델링하게 됐다. 이미 충분한 가구를 소장하고 있었기에 가구 대신 근 1년 전부터 그린 그림들을 공간에 채우고 있다. 앞으로도 그녀는 집이라는 주제를 매개로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인 SNS에 순간순간의 장면을 기록할 계획이다.

 

 

 

@ mm_lina

1층 다이닝 룸은 특히나 강은정 씨가 자주 눈에 담는 공간이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집안일을 하다 보면 집을 깨끗하고 완벽하게 관리하기가 어렵지만, 그녀가 주로 시간을 보내는 1층의 다이닝 룸만큼은 특별히 관리하려고 애쓴다. 공간에 시간과 애정을 쏟는 만큼 SNS에 자주 올리게 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사진=정택

Point of View 집 안의 작은 갤러리

NEXT HOUSE 강은정 씨 부부가 신혼 때부터 그려왔던 로망의 집이 있다. 언젠가 리나가 독립을 하거나 부부가 은퇴를 하게 된다면 지금보다 더욱 한적한 시골에서 르 코르뷔지에의 집이 연상되는 집을 그리고 있다. 외관은 심플하지만 안은 실용적인 구조의 집을 지어 부부가 함께 소박하게 살고 싶다고.

FAVORITE SHOPPING BRAND 캐리마켓. 서울을 갈 때마다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곳이다.아이들과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다채로운 문화 행사들을 주기적으로 개최한다는 점이 캐리마켓을 지속적으로 찾게 되는 이유다. 지난 드로잉 체험 이벤트를 통해 받은 에코백은 리나 방에 항상 놓여 있다.

ANOTHER LIFE 그녀의 집을 보고, 그녀가 가족과 함께 떠나는 여행이 궁금해졌다면 #리나네주택일기 해시태그 외에 #리나네건축일기, #리나네미술관을 인스타그램에서 검색해보자. 유독 그림과 관련해 놀라울 정도로 몰입하는 리나가 미술관의 전시된 그림 앞에서 시선을 뺏기고 쳐다보는 뒷모습을 자주 볼 수 있을 것.

 

 

사진=정택

누가 정해준 것도 아닌데 리나는 스스로 테이블 2개의 용도를 구별해 사용한다.벽면 가까이 놓인 책상은 공부와 관련된 용도로 사용하고, 방 가운데 놓인 테이블은 그림을 그리는 용도로만 사용한다고. 리나는 자신이 그린 그림들을 테이블에 붙여놓는 것을 좋아한다.

시간대별로 벽면에 떨어지는 햇살이 달라지는 것처럼 날씨의 변화에 따라 전혀 다른 풍경을 연출한다. 그리고 그녀는 이런 순간을 캐치하는 것을 좋아한다. 왼편의 액자는 이 집을 짓기 전부터 소장하고 있던 작품으로 리나가 네 살 때 직접 고른 작품. 집을 지을 때부터 이곳에 두려고 마음먹었다고.

 

전 큐레이터 엄마와 그림 그리는 리나의 안식처 같은 집

열한 살 딸 리나와 함께 건축과 미술이라는 주제로 세계 각국을 여행하는 강은정 씨의 인스타그램 피드에서는 #리나네주택일기라는 해시태그를 통해 그녀의 ‘#집스타그램’ 을 확인할 수 있다. 지금의 집을 짓기 전에는 청계산이 가까운 곳에서 자연과 벗 삼아 지냈다. 리나가 어느새 주택 계단을 오르내리는 데에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성장했다고 판단한 이후 주택살이를 경험하고자 전셋집에서 전원생활을 시도했다. 지금도 돌이켜보면 그때가 참 필요한 시간이지 않았나 싶다. 그때 쌓은 경험치로 이 집을 지을 당시, 집은 꼭 따뜻하게 지어야 한다는 등의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인테리어 업체에 전달할 수 있었다. 여러 시행착오를 거친 결과 그녀가 좋아하는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연상되는 따뜻한 누드 톤에 경쾌한 색감의 그림이 더해져 지금의 풍경을 완성했다. 1년간 집에서 생긴 가장 큰 변화라면 리나의 침실을 온전히 그림만 그릴 수 있는 리나의 작업실로 바꾼 것이다. 리나가 집 안 곳곳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펜과 마카 같 은 미술 도구를 매일같이 치워야 했기에 아이만의 작업실을 만들어주게 된 것. 작업실이 생긴 덕에 정리 정돈이 편해졌고 리나도 주말이면 아침에 기상하자마자 방에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점심도 작업실에서 먹을 만큼 오랜 시간을 보낼 정도로 이 공간에 무척이나 애착을 갖고 있다. 어느새 전원생활에 익숙해진 강은정 씨는 이제는 집 안 내부 인테리어에 하나하나 신경을 쓰기보다는 자연이 선사하는 풍경에 더욱 시선을 뺏기게 된다고 말한다. 길게는 한 달까지 여행을 다니다 집에 돌아오면 똑같은 구조임에도 계절에 따라 집이 매번 다른 풍경을 선사해 마치 선물 같다고. 딸 리나가 여섯 살 때부터 지금까지 함께 미술관을 가는 일상을 공유해온 보람 중의 하나는 팔로워들이 어느새 자신의 아이들과 미술관 나들이를 즐겨 하는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그녀는 #리나네미술관이란 해시태그에 애착을 갖고 있으며, 미술관 외에 다양한 해시태그로 일상을 공유하는 일이 지금도 즐겁다.

 

리빙센스 2020년 01월호

https://www.smlounge.co.kr/living

기획 김보연 기자 진행 권새봄(프리랜서) 사진 정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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