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감정원, 2020 부동산 전망서 “수도권 0.8% 하락할 것” 전망
잇따른 상승세 불구 수년 째 하락 전망만

한국감정원의 집값 추이 연초 전망과 연말 결산 비교 / 자료=한국감정원
한국감정원의 집값 추이 연초 전망과 연말 결산 비교 / 자료=한국감정원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감정원이 내놓은 주택시장 전망치가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상당수 시장 전문가들이 상승 또는 강보합을 전망하는데 반해 감정원은 올해 주택시장에 대해 전국적 하락세를 예상했기 때문이다. 공신력 측면에서는 시장보다 더 우수할 것이라는 입장도 있지만 국토부 산하기관이라는 특성상 전망치도 눈치 보기에 급급해 업계에서는 되레 실수요자에게 혼란만 주는 분석에 지나지 않는다는 혹평도 나온다.

22일 한국감정원은 2020년 부동산시장 전망을 통해 전국 주택가격은 0.9%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수도권과 지방은 각각 0.8%와 1.0% 하락세를 보일 것이며 전국적으로 하락추세를 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감정원은 12·16 대책이 고가주택을 활용한 자금조달 및 편법증여, 신규담보대출 차단과 보유세 강화 등의 규제조치를 담은 만큼 과도한 투자심리와 자금유입을 막아 시장 안정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점을 하락전망의 근거로 삼았다. 또 3기신도시 조기공급은 시장에 긍정적 신호로 작용해 서울 및 인접 수도권 지역은 안정화되고, 지방은 기존의 공급으로 하향세를 유지할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시장 다수의 전망은 사뭇 다르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지역별로 봤을 때 상승과 하락의 공존으로 전국적으로는 보합을 유지한다고 전망했다. 특히 서울의 주택가격은 지난해 하반기같은 급등현상은 조정될 수 있어도 만성적 서울진입희망 대기수요와 누적적인 공급부족 심리, 학군수요 집중, 유동성 등 잠재된 상승압력요인으로 아파트 매매가격이 1.2%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정부의 규제가 강남권을 타깃으로 하고 있어 당분간 대출규제가 약보합세를 유지시키겠지만 결국은 공급부족으로 하반기부터는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며 강남권을 포함한 서울 주택시장의 상고하저를 예상하고 있다.

여론도 비슷한 분위기를 점치고 있다. 부동산114가 지난해 말 119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2.56%가 올해 매매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봤다. 직전 조사(2019년 하반기 전망 조사)에서 상승 응답이 26.17% 수준에 불과했던 것에 견주어보면 비중이 큰 폭으로 늘어난 수준이다.

감정원의 대세 하락 전망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년 전인 2019년 1월에도 2019년 수도권과 지방의 집값은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정책 기조로 투자자의 구입 시기 조정이 예상됨에 따라 각각 0.5%, 1.8% 하락할 것을 점쳤다. 그러나 상반기 잠잠했던 집값은 하반기 들어서면서 급등했고 급기야 정부는 세재개편, 대출규제 등을 총 망라한 역대 가장 강력한 규제책이라는 12·16 부동산 대책까지 내놓기에 이르렀다. 감정원은 2017년 1월에도 수도권 집값은 0.2%, 지방은 0.4% 하락을 통한 대세하락을 전망했지만 그 해 역시 재건축 아파트 중심으로 집값이 급등하며 전국적으로 상승했다.

이쯤 되자 업계에서는 감정원의 데이터를 입맛대로 주무르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민간 연구소와 감정원의 정반대의 집값 전망을 내놓다 보니 시장의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전문기관의 전망치가 엇갈리는 만큼 시장에서는 매수대기자들에게 2분기 즈음까지 분위기를 지켜보는 게 좋다는 입장도 나온다. 3월 공동주택과 개별 단독주택 공시가격 예정가가 공개되고, 양도세 중과 회피 매물도 보유세 과세 기준일인 6월 1일 이전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