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난 20일 이후 상승세 둔화
글로벌 경제 둔화 우려, 우한폐렴 이슈 주목
이란 리스크, 미·중 무역협상 이행 추이도 살펴봐야

지난해 8월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던 코스피가 최근 주춤한 가운데 설 명절 이후 시장 흐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다수 증권사들은 위험자산 선호 현상에 대한 의심은 이르다면서도 글로벌 경제 둔화 우려, 우한폐렴 이슈, 이란의 지정학적 리스크,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 이행 불확실성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짚고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는 전거래일 대비 22.95포인트(1.01%) 내린 2239.69로 장을 마쳤다. 코스피는 지난해 8월 6일 장중 1891.81까지 내려간 이후 꾸준한 상승 흐름을 보여왔다. 새해에도 2201.21로 시작해 지난 20일 장중 2277.23을 기록하는 등 상승세를 이어가는 모습이었다. 그러다 최근 거래일에서 조정받는 모습이 나온 것이다.

그동안 상승에 대한 피로감에다 각종 리스크에 대한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주류였던 글로벌 경기 회복 전망과는 반대되는 관측이 나오면서 투자자들을 주춤하게 했다. IMF(국제통화기금)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발표한 ‘세계 경제 전망’ 자료에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석 달 전 전망치보다 0.1%포인트 낮은 3.3%로 제시했다. 글로벌 경기가 바닥을 쳤지만 세계 경제의 뚜렷한 회복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한 것이다.

IMF는 그중에서도 신흥국의 경제가 선진국에 비해 회복 속도가 낮을 것이라고 봤다. IMF는 신흥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석 달 전 대비 0.2%포인트 낮은 평균 4.6%를 제시했다. 대표적인 신흥국인 중국과 브라질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각각 0.1%포인트 낮춘 5.8%, 2.3%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인도의 경우 소비 위축, 유동성 악화, 투자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며 지난번 전망 대비 0.9%포인트 낮은 6.5%로 전망했다. 

국내 증시 상승의 배경이었던 경기회복 기대감이 축소될 수 있다는 점은 투심에 부정적으로 작용될 수 있는 요인이다. 다만 한국의 경우 반도체 업황이 살아나고 있다는 점,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완화 영향으로 수출 부문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 등은 위험자산 선호현상이 보다 더 길게 진행될 수 있는 근거로 꼽힌다.

우한폐렴 이슈도 무시못할 리스크로 분류된다. 우한폐렴은 지난해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집단 발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지칭하는 것으로 전세계에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중국에서 이미 9명의 사망자와 함께 3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왔고 일본에서 1명, 태국에서 2명 그리고 미국에서도 1명의 확진자가 나온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20일 1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게다가 중국 춘절을 맞아 대이동이 시작될 경우 전염 속도는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강도높은 전염병은 경제에 좋지만은 않았다. 사람들의 활동이 줄어들면서 소비심리가 위축됐고 이는 증시 참여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친 까닭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증후군) 사태 때는 110포인트를 상회하던 중국 내 소비심리 지수가 사스 사태로 100포인트까지 추락했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에는 국내 증시가 큰 폭으로 내린 바 있다. 

다만 과도한 경계는 지나치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강재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이날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우한 폐렴의 확산에 따른 과도한 공포심은 경계해야 한다”며 “국내 감염자가 적고 사망자가 없다면 관련 주가 하락은 단기간에 그칠 가능성이 크며 오히려 이는 주식을 추가 매수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밖에 이란의 지정학적 이슈,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 이행 여부 등도 설 명절 이후 살펴볼 리스크로 분석된다. 우선 이란의 경우 최근 정부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결정으로 이슈가 발생한 상태다. 그 이전만 하더라도 한국은 미국과 이란의 갈등에 빗겨있었지만 이로 인해 그 주변부에 서게된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 이행과 관련해서도 실제 이행이 되지 않아 다시 갈등이 점화된다면 국내 증시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이른바 '우한 폐렴' 환자가 급속히 늘어나는 가운데 21일 베이징 서역 대기실에서 마스크를 쓴 여행객들이 열차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이른바 '우한 폐렴' 이슈가 발생하면서 증시에 미칠 영향에 투자자들의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사진은 21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서역 대기실에서 마스크를 쓴 여행객들이 열차 출발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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