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관행 개선하지 않고 가담” 지적···징역 6개월·집유 2년 선고
조 회장 “후배 직원들에게 미안한 마음”···항소 제기 예정
신한은행 신입행원 부정채용 과정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1심에서 실형을 면하게 됐다.
서울 동부지방법원 제11 형사부는 22일 오전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회장에 대한 선고공판을 열고 조 회장에게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신한은행 채용과정에서 1, 2차 면접 위원들에게 위임된 업무는 은행 내부로부터 보호될 가치를 가진다”며 “합격·불합격에 대한 최종권한은 은행장과 부행장에게 있지만 위임된 면접업무는 면접위원들에게 귀속되는 독립된 업무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채용절차를 면접위원들에게 이임하는 것은 지원자를 면밀히 평가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내외부로부터 방해를 받지않고 공정한 결과를 얻기 위한 목적도 있다”며 “불공정한 절차를 통해 합격한 지원자를 다음 면접에 응시하게 하는 행위는 면접위원들의 오인과 착각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위계, 업무방해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한은행은 사기업으로서 원칙적으로 채용규모 조건 등을 결정할 자유가 있기는 하지만 채용관련 내부 규정은 준수해야 한다”며 “채용공고에서 지원자의 인적관계를 고려하겠다고 공지한 바는 없다”고 말했다.
조 회장에 대해서는 “은행장으로 있으면서 특정 지원자의 인적관계와 지원사실 등을 인사팀에 알렸다”며 “구체적으로 합격시키라는 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지원사실을) 알린 행위 자체가 인사부 채용업무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으며 피고인도 이를 짐작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특이자 명단에 대한 보고를 받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지원사실을 알린 점 등을 미뤄보면 인사팀이 명단을 관리했다는 점을 알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 관행을 개선하지 않고 가담한 점에서 책임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증거 조사 결과에 의하면 피고인이 인사팀에 특정지원자에 대한 합격을 구체적으로 지시한 정황은 없다”며 “특정 지원자를 합격시킴으로써 다른 지원자들이 불이익을 받은 것은 아니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18일 결심공판에서 검찰 측은 조 회장에게 징역 3년을 구형한 바 있다.
조 회장은 선고 공판이 끝난 후 취재진들과 만나 “무죄 소명을 위해 노력했지만 미흡한 점이 있었던 것 같다”며 “동고동락했던 후배 직원들이 아픔을 겪게돼 마음이 무겁고 회장이기 전에 선배로서 미안하고 안타깝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어 “앞으로 항소를 통해서 공정한 법의 심판을 벗어보려고 노력하겠다”며 “그 동안 채용 관련 제도를 개선하고 고칠 것은 고쳤는데 미흡한 점이 있다면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합격자의 남녀 비율을 의도적으로 조정해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지원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된 신한은행은 무죄를 받았다. 조 회장과 함께 기소된 신한은행 전 부행장과 전 인사팀 직원들 역시 모두 벌금형 또는 집행유예를 받으며 실형을 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