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임원인사 단행···주목 키워드는 ‘60세룰’
임원연령 하향은 곧 근속연수 짧아짐을 의미

삼성그룹 임원인사가 계열사별로 속속 발표되고 있다.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부품·소재, 금융 등 점차 그룹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눈에 띄는 키워드가 있다. ‘60세룰’이다. 만 60세 이상의 사장급 이상 고위임원들이 대부분 교체돼왔다는 그간의 흐름이 반영돼 이 같이 불린다.

절대적인 지표는 아니다. 용퇴 여부를 가늠하는 척도 중 하나일 뿐이다. 이번 인사에서도 해당 룰 적용 대상자로 분류됐던 경영인들의 연임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다만, 통계적으론 충분히 설득력 있는 대목이다.

임원들이 젊어지고 있다. 사실 이는 삼성그룹뿐 아니라, 대다수 대기업들에서 보이는 공통적인 현상이다. 한 때 ‘젊은 경영인’을 상징했던 1960년생은 모두 50대 이상이 됐다. 1960년생의 경우 올해 환갑을 맞이하게 됐다. 1970년대생 임원들이 곧잘 눈에 띌 정도다.

대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보다 젊고 활력 있는 조직으로의 변화를 꾀하는 것과 같이 비춰지기 때문이다. 인류역사상 변화의 속도가 그 어느 때보다 빠르다. 어제보단 오늘, 오늘보단 내일의 변화가 크다. 반드시 그렇다고 할 순 없지만, 아무래도 한 살이라도 어린 이들이 급변하는 환경에서 능동적 대응능력이 높은 것 또한 사실이다.

임원은 생존자들이다. 매년 수백여 명이 동시에 입사하지만, 임원이 되는 이는 극소수다. 연공서열도 점차 희석되고 있다. 입사동기 혹은 2~3년 차이를 둔 선후배간 경쟁에서 승리한 극소수만이 임원의 반열에 오르고, 또 그들 사이의 경쟁에서 부각된 인물들이 보다 높은 자리에 자신의 명패를 책상 위에 올릴 수 있게 된다.

한 명의 임원은 숱한 사직서를 딛고 서 있는 것과 다름없다. 임원의 연령대가 예년에 비해 낮아지고, 그 규모마저 축소되는 오늘날 임원들은 예전에 비해 더 많은 사직서를 발아래 두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임원이 되지 못한 이들이 패배자라는 의미는 아니다. 사정이야 제각각이겠지만, 자의든 타의든 그들 모두 저마다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문제는 그들 대부분이 소위 ‘벼랑 끝에 내몰렸다’는 자영업자라는 데 있다. 결혼적령기가 늦어지면서 40~50대의 자녀들 나이 역시 과거보다 낮아지는 추세다. 벼랑임을 알면서도 자영업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새것과 다름없는 주방기기들이 중고시장에 진열되고, 또 그 물건들이 이튿날 또 다른 중년들에게 팔려나간다. 임원연령 하향세 이면의 풍경이다.

평균수명이 높아진다. TV에는 노후준비를 채근하는 금융상품들이 즐비하지만, 이를 준비할만한 여력이 누구나에게 있는 것은 아니다. 어제까지 대기업 부장님이던 중년이 오늘은 닭을 튀기고 내일이면 먹먹한 마음으로 가게를 내놓을지 여부를 고민하는 시대다.

기업을 탓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익이 곧 생존이고, 사업의 이유인 기업에게 마냥 직원을 품으라고 강요할 수만은 없는 문제다. 그렇다고 기업이 외면해서도 안될 문제다. 이는 일종의 ‘사회적 책무’다. 법원, 검찰청 그리고 구치소·교도소 앞에서 논란에 휩싸인 경영진들이 줄곧 외쳐온 그 책무다.

정부와 사회 그리고 기업이 머리를 맞대야 할 문제다. 이 같은 장이 마련될 수 있게 기업을 향한 사회적 인식과 시선도 개선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누군가의 배를 채우는 곳이 아닌, 공존을 위한 필수적 조직임이 부각되길. 더불어 기업을 이끄는 경영진도 이 같은 사회적 책무를 지녔음을 인식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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