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난제 해결에 큰 역할

시카모어
시카모어 프로세서 / 사진=구글

슈퍼컴퓨터로 1만 년에 걸쳐 수행해야 하는 연산을 불과 200초만에 해결할 수 있다면 암 치료용 약물 개발, 각종 에너지 문제 등 인류의 여러 난제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연산 속도를 높여주며 ‘꿈의 기술’로 불리던 양자컴퓨터가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특히 구글·IBM·아마존웹서비스(AWS) 등 글로벌 대형업체들의 양자컴퓨터 관련 연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양자컴퓨터란 양자역학의 주요 원리 및 양자현상에 따라 구현되고 작동되는 새로운 개념의 컴퓨터다. 정보처리 기본단위로 양자비트(Qubit, 이하 큐비트)를 사용한다. 큐비트는 기존 컴퓨터에서는 구현 불가능한 상태인 ‘0’이면서 동시에 ‘1’도 될 수 있는 중첩 현상과 양자상태에서 한 계의 상태가 측정을 통해 결정됨에 따라 그 계와 얽혀 있는 다른 계의 상태 또한 순간적으로 결정된다는 얽힘 현상 등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기존 컴퓨터가 0과 1로 표기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보를 저장한다면, 양자컴퓨터는 데이터를 큐비트 단위로 읽는다. 큐비트는 0과 1의 값을 동시에 가질 수 있으므로 2큐비트는 4개의 조합된 정보(00, 01, 10, 11)를 동시에 처리하는 것이 가능하다. 마찬가지로 4큐비트는 동시에 16가지 정보를, 8큐비트는 동시에 256가지 정보를 표시할 수 있다. 그만큼 기존 컴퓨터와 비교해 속도가 빠를 수 밖에 없다.

양자컴퓨터는 인공지능(AI), 제약, 금융, 물류,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전망이다. 기존 컴퓨터로는 어려웠던 다양한 분자 구조를 분석해 신약이나 신소재 개발에 적용할 수 있으며, 금융 포트폴리오 분석 등에도 활용할 수 있다.

실제로 구글은 지난해 양자컴퓨터가 기존 슈퍼컴퓨터로 1만 년에 걸쳐 수행해야 하는 연산을 불과 200초 만에 해결할 수 있다는 논문을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구글은 양자 컴퓨터가 기존 컴퓨터의 연산 능력을 넘어서는 상태인 이른바 ‘퀀텀 슈프리머시(양자 우위, Quantum Supremacy)’를 처음으로 달성했다고 밝혔다. 구글의 양자 우위 실험은 프로그래밍이 완전히 가능한 54큐비트 프로세서인 ‘시카모어’를 통해 구현됐다.

구글 뿐만 아니라 IBM, AWS 등도 양자컴퓨터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IBM은 지난 2016년 세계 최초로 클라우드를 통해 일반인이 직접 사용해 볼 수 있는 5큐비트급 양자컴퓨터 ‘IBM Q 익스피리언스’를 개발해 공개한 바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세계 최대 퀀텀 컴퓨터 시스템 마련을 위해 뉴욕 주에 IBM 퀀텀 컴퓨테이션 센터도 열었다.

후발주자인 AWS는 지난해 12월 양자컴퓨팅 서비스인 ‘아마존 브라켓(Amazon Braket)’을 선보였다. 아마존 브라켓은 양자 알고리즘을 구축하는 개발자들이 AWS 클라우드상에서 AWS 협력사의 양자 하드웨어를 쓸 수 있게 하는 개발 환경을 지원한다. 

자체적으로 양자컴퓨터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IBM, 구글 등과 달리, 별도의 자체 양자컴퓨터 시스템은 구축하지 않는다. 대신 ‘리게티(Rigetti)’, ‘디웨이브(D-Wave)’, ‘이온큐(IonQ)’ 등 양자컴퓨팅 솔루션 전문기업들과 손잡고 다양한 방식의 양자컴퓨팅 기술을 자사 클라우드를 통해 제공하고 있다.

이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책임연구원은 “IBM, 구글 등 양자컴퓨터 분야의 주요 선도 기업들은 최근 클라우드를 통해 자사 양자컴퓨터 시스템에 접속해 프로그래밍과 다양한 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는 클라우드 기반 양자 서비스를 시작하거나 제공할 계획임을 밝히고 있다”며 “이는 양자컴퓨터에 대한 일반의 관심 확대는 물론 개발자 커뮤니티 생성과 시장 선점 및 확대까지를 고려한 전략적 행보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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