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회원국 중에서 일본(55%) 다음으로 높아···중견기업 10곳 중 8곳 '가업상속계획 없다'
일반 서민은 각종 공제로 상속세 부담 거의 없어

/그래픽=이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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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높은 상속세가 신격호 명예회장의 사망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안에서 일본 다음으로 높다. 높은 상속세율은 원활한 가업승계를 방해하는 등 문제들이 발생한다. 선진국들 사이에서 상속세를 폐지하는 움직임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상속세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21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통계에 따르면 36개 회원국 중 캐나다 호주 등 13개국은 상속세를 폐지했다. 상속세는 부의 재분배라는 긍정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는 반면 소비나 저축, 투자 등에 부정적 기능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상속세를 폐지하는 국가가 점점 늘고 있다. 상속세 폐지가 생산이나 고용이 증대되는 결과를 낳고, 이렇게 해서 부양된 경기가 세금을 더 걷게 되는 효과를 보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조사한 2018년 중견기업 실태조사를 보면, 기업인들이 상속세에 얼마나 부담을 느끼는 지 알 수 있다. 당시 조사대상 중견기업의 84.4%가 ‘기업승계 계획이 없다’고 답변했는데 가장 큰 이유(69.5%)가 상속세 때문이었다. 높은 상속세율과 까다로운 가업승계공제로 일부 회사 오너들은 아예 회사 매각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상속세율 최고세율을 적용하는 과세표준이 ‘30억원 이상’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회사 오너들은 50%가 넘는 상속세를 내야한다. 가업승계공제가 있긴 하지만 30년 이상된 회사를 물려줘야 500억원이 공제된다. 기업가치 2000억원 규모의 기업을 아들에게 물려줬을 때 피상속인인 아들이 부담해야 하는 상속세만 700억~800억원 수준이다. 수중에 현금이 없는 아들은 주식을 내놓거나 보유자산을 팔아야 한다.

한국의 높은 상속세율에 대해 재계의 줄곧 강한 반발을 해왔다. 지난해 세법개정을 앞두고 한국경영자총연합회는 경영권 방어수단이 부족한 현실에서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와 영속성을 위해 상속세율을 현재의 절반 수준인 25%로 낮춰야 한다고 요구했다. 직계비속 기업승계 때 상속세 부담이 있는 OECD 19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 평균값은 25.6% 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한편 상속세에 있어 일반 서민은 이런 논란에서 먼 발치에 서 있다. 정부가 기본적으로 공제해 주는 금액으로도 상속세 부담에서 충분히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님 두 분 중 한 분이 돌아가신 경우, 현행 세법은 최소 10억원을 공제한다. 만약 돌아가신 분이 부담해야 할 부채가 있으면 상속세를 계산할 때 공제해 준다.

납세자연맹 측은 “일반 서민들은 상속세에 대하여 크게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중산층의 상속세에 대한 불안감을 덜어주고 상속인의 생활안정 및 기초생활 유지를 위해 상속공제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데, 그 공제해 주는 금액이 크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상속세가 과세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세무업계는 상속세 논란에 있어서는 일반 서민과 재계의 입장차가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비교적 높은 한국의 상속세율이 실제 경기침체의 원인이 된다면 제고의 여지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국세청 출신의 한 세무사는 “상속세 때문에 실제 가업상속이 지체되고 이 때문에 경쟁력을 상실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고 “다른 세제보다 상속세는 논란이 클 수밖에 없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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