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노동자 ”현 최저임금 생계에 부족“···영세 자영업자 “매출 낮아 부담” 인식
일부 전문가들 “인상, 고용 영향 없다” 의견도···차등 인상 적용도 논란 여전

이미지=조현경 시사저널e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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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 용역업체를 통해 국립대병원에서 청소하고 있다. 월 기본급 170만원대, 수당 합쳐서 200만원의 최저임금 수준을 받고 있다. 60대인 남편의 벌이도 크지 않은 상황에서 이 정도 돈으로는 가정을 꾸려가기 힘들다. 생활비는 되지만 돈을 모을 수가 없다. 노후 대책은 커녕 결혼하지 않은 자녀들의 결혼 비용 준비도 어렵다. 이번 정부서 최저임금이 많이 올랐다 하는데 같이 물가도 오르고 4대 보험료 등 세금도 오르니 피부로 와 닿지 않는다. 이 수준의 최저임금은 아닌 거 같다. 생계를 꾸려나갈 수 있도록 더 많이 올라야 한다.” (1959년생 부산의 허 아무개씨)

“동대문구에서 세븐일레븐을 운영하고 있다. 문 정부 들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가 월 70만원 늘어난 것은 사실 큰 부담이 아닐 수 있으나 나의 경우는 한 달에 남는 돈이 100만원 남짓이다. 부담이 된다. 편의점 업계에서 하위 20%는 이러한 수준일 것이다. 일자리안정자금을 지원받으려면 고용보험에 가입해 보험료를 내야하는 것도 부담이 된다. 올해는 내년 최저임금을 동결했으면 한다.” (세븐일레븐 동대문구 지점장 이 아무개씨)

“파리바게트에서 일하고 있다. 8590원 시급의 최저임금으로는 생활이 안 된다. 최저임금 인상만이 답이 아니다.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르면 점주들의 부담이 커지기에 점진적으로 올리되 최저임금만으로 부족한 부분을 정부에서 복지 확대로 채워줬으면 한다.” (경기도 성남의 30대 김 아무개씨)

“성북구에서 파리바게트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가계 매출이 떨어지고 월 임대료로 800만원을 내고 있다. 가게 시작할 때 1억원이 넘은 대출금 이자도 갚아야 한다. 임대료가 가장 큰 부담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부담이 된다.”(파리바게트 성북구의 한 지점장)

최저임금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 노동자와 자영업자들은 2020년 올해도 최저임금 인상폭을 주목하고 있었다. 제 각각의 입장에 따라 생각이 모두 달랐다. 다만 8590원의 최저임금으로 생계를 꾸려가기엔 부족하다는 점, 매출 수준이 작은 자영업자 등에게 최저임금 인상은 부담이라는 인식은 공유하고 있었다.

문재인 정부는 차별 없는 좋은 일터를 만들겠다면 그 방안으로 임금격차 해소,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실현을 내걸었었다. 그러나 두 번의 최저임금 10%대 인상률에 대한 현장 자영업자들의 부담 토로와 보수 정치인들의 일자리 축소 주장 등으로 대통령은 결국 공약을 지킬 수 없음을 밝혔다. 이듬해의 최저임금 인상률은 2.87%로 대폭 낮아졌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018년과 2019년에 적용되는 최저임금 인상률을 각각 전년대비 16.4%(2060원), 10.9%(820원) 올렸다. 2020년 올해 적용되는 인상률은 2.87%(240원) 인상한 8590원으로 결정했다. 월 209시간 노동 기준 월급 179만5310원이다.

올해도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에 적용될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대통령이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의 실현을 사실상 철회한 상황에서도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와 최저임금을 주는 경영주들은 최저임금 인상폭에 관심이 컸다.

앞서 인터뷰에서처럼 현장에서는 8590원의 최저임금으로 생계를 꾸려나가는 데는 부족하다는 인식이 많았다. 전문가들도 이에 동의했다.

홍민기 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저임금에 따른 179만원의 월급으로 생계를 꾸리기는 부족하다”며 “그 동안의 최저임금위원회나 사회에서의 최저임금 결정 논의에서 최저임금이 노동자의 최소한의 삶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돼야 한다는 점에서의 논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반면 최저임금의 과도한 인상이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키운다는 데 공감하는 노동자들도 여럿 있었다.

서울 종로의 한 편의점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 김 아무개씨(25세)는 “편의점 CU에서 일하고 있다. 직장 대신 두 개의 아르바이트로 가족의 생계를 꾸려간다. 시급 8590원으로는 도저히 생활이 안 되기 때문이다”며 “그런데 최저임금이 급하게 오르면 사장의 부담도 커져 이것도 문제다”고 말했다.

경기도 성남의 한 편의점에서 일하는 20대의 한 여성은 “8590원으로는 부족하다. 그런데 대책 없이 최저임금만 올라서 오히려 내가 일하는 시간이 줄었다”고 이야기했다.

현장의 노동자들과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 인상만으로는 사회적 갈등 없이 정책적 목표를 이루기 부족하다고 봤다. 높은 임대료 문제와 대출금리, 부족한 복지를 함께 해결해 가야 한다고 밝혔다.

2019년 7월 8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점심시간 학생들과 학교 조리 노동자의 모습. / 사진=연합뉴스
2019년 7월 8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점심시간 학생들과 학교 조리 노동자의 모습. / 사진=연합뉴스

◇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량 감소?···"영향 없다" 의견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의 부작용으로 가장 많이 얘기됐던 것 중 하나는 고용을 줄인다는 것이었다. 주로 보수 정치인들과 경영계에서 했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일부 학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21일 홍민기 위원은 “현재까지 최저임금이 고용량을 줄였다는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2018년 관련 분석을 내놓은 이후에도 계속 추적 관찰했지만 아직까지 그러한 결과는 없다”고 말했다.

홍 위원은 2018년 5월 한 토론회에서 “2018년 최저임금 인상은 3월까지 고용량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며 “노동 강도가 극대화돼 있는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인원 감축이 어렵다. 다만 최저임금 인상으로 노동시간이 유의미하게 감소했다”고 발표했었다.

황선웅 부경대 교수는 2018년 말 ‘최저임금 인상의 경제적 효과 분석’ 보고서에서 2002년부터 2018년까지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률에 부정적 영향을 줬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기변동 변수를 고려하면 최저임금만으로 고용감소가 일어났다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었다.

이날 황 교수는 “2018년 발표한 보고서 이후의 기간에서도 최저임금이 고용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결과는 여전히 없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의견도 나왔다. 오상봉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18년 상반기까지 분석한 결과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이 전 산업 고용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봤다. 그러나 현재는 과거에 비해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량에 영향을 약간씩 주기 시작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오 위원은 ‘최저임금 및 관련 정책의 효과’라는 논문에서 2013~2018년 상반기까지 지역별 고용조사를 분석한 결과 최저임금이 전 산업 고용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발표한 바 있었다.

또한 최저임금의 업종별, 규모별 차등 적용도 여전히 논란거리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20일 총선 공약으로 “최저임금으로 인한 소상공인들의 부담을 줄여주는 효과를 유발할 수 있도록 최저임금 결정기준에 기업의 지불능력과 경제상황 등을 포함시키고 업종별‧규모별로 구분 적용하겠다”며 “숙식제공 비용 등 부대비용 산입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편해 소상공인 생업현장에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홍 위원은 “한국당 등이 주장하는 최저임금의 업종별, 규모별 차등 적용은 최저임금을 덜 주기 위한 의도다”며 “미국에서 주별로 최저임금을 따로 주는 것은 최저임금을 더 주기 위한 취지다. 현실적으로도 최저임금 차등 적용은 쉽지 않으며 더 많은 갈등을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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