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건설에 이어 카카오도 한진칼 지분 취득···셈법 더욱 어려워져
박빙의 상황 나올 경우 소액주주와 국민연금이 분쟁 향방 가를 수도

한진칼 경영권 분쟁이 남매인 조원태 한진칼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경쟁 구도로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지분율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어 주목된다. 한진칼 주주명부에 기존 KCGI와 델타항공뿐만 아니라 반도건설과 카카오까지 이름을 올린 까닭이다. 아직 이들의 의결권이 어디로 향할 지 예단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한진칼 경영권의 분수령이 될 3월 주총 표싸움은 안갯 속으로 빠져드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소액주주와 국민연금의 중요성도 함께 부각되고 있다. 표대결이 양측의 박빙으로 전개될 경우 이들의 표심이 경영권 향배를 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주주총회가 다가올 수록 이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장외 여론전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 반도건설에 카카오까지···지분율 셈법 복잡해져

2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지난해 12월 5일 대한항공과 업무협약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이후 한진칼 지분 1% 가량을 매입했다. 카카오는 경영권 개입이 아닌 사업 협력 강화 차원에서 지분을 매입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의결권이 행사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양 측의 지분율이 박빙으로 갈 경우 지분 1%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진칼 주주명부에 새로운 이름이 등장하면서 한진칼 경영권 분쟁 양상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한진칼 지분은 고(故) 조양호 전 회장의 장남인 조 회장이 6.52%, 장녀인 조 전 부사장이 6.49%, 차녀인 조에밀리리(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6.47%, 부인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이 5.37%를 갖고 있다. 이들 주변으로 행동주의 펀드인 KCGI(17.29%), 델타항공(10%), 반도건설(8.28%), 카카오(1%) 등이 한진칼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진칼 경영권 분쟁이 남매인 조원태 한진칼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경쟁 구도로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지분율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어 주목된다. / 표=시사저널e.
한진칼 경영권 분쟁이 남매인 조원태 한진칼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경쟁 구도로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지분율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어 주목된다. / 표=시사저널e.

오는 3월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여부가 가려질 예정인데 아직 결과를 예상하기가 쉽지 않다. 주요 주주들의 판단에 따라 힘의 무게가 크게 바뀌는 까닭이다. 우선 시장에서는 대체적으로 조 전 부사장의 우호지분이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말 불거진 어머니인 이 고문과 조 회장의 갈등에 따라 가족 지분이 조 전 부사장으로 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 조 전 부사장의 우호지분은 18.24%가 된다. 

여기에 조 전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의 3자 회동설이 나오면서 힘을 합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족 지분에 이들의 지분이 합쳐지면 43.84%로 지난해 주총 참석률인 77.18%의 과반을 훌쩍 넘어선다. 한진칼 사내이사 연임의 경우 출석 주주 과반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데 손쉽게 조 회장의 연임을 막을 수 있다는 분석이 성립된다. 

하지만 KCGI와 반도건설이 조 전 부사장이 아닌 다른 선택을 하면 상황은 반대가 된다. 조 회장은 우호지분으로 평가되는 델타항공과 카카오의 지분을 합하면 17.52% 지분을 갖고 있는 셈인데 여기에 KCGI와 반도건설이 합세하면 우호 지분율이 42.09%로 급증한다. 특히 KCGI는 그동안 조 전 부사장의 갑질 문제가 기업에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했고, 조 전 부사장이 애착을 갖고 있는 호텔 사업을 정리하라고 압박한 바 있어 조 전 부사장과의 맞손을 잡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존재한다.

◇ 소액주주와 국민연금 중요성도 ‘부각’···여론전 필수될 듯

아직 피아가 구분되지 않은 상태여서 양 측의 힘이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도 높다. KCGI와 반도건설이 서로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고 가족 지분의 움직임도 다르게 나올 수도 있는 까닭이다. 기존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의 경쟁구도가 아닌 지난해처럼 한진그룹 일가와 KCGI 측 지분 대결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액주주들과 국민연금의 표심이 중요해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소액주주 한진칼 지분 비중은 현재 30% 수준이고 국민연금은 4.11%의 지분을 갖고 있어 양 측의 힘이 비슷할 경우 이들의 판단에 따라 운명이 갈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을 둘러싼 이들의 지분이 65%를 넘어선다는 점에서 한쪽으로 쏠릴 경우 소액주주들이나 국민연금의 영향력은 높진 않지만, 박빙의 상황으로 갈 경우 이들이 결정권자가 될 수 있다”며 “국민의 주요 관심사라는 점에서 소액주주들의 참여가 지난해보다 이번 주주총회에서 높을 것으로 전망돼 이들을 끌어들이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국민연금은 올해 ‘경영 참여 목적의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확정해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에도 국민연금은 한진칼에 이사 자격 강화와 관련 정관변경 주주제안을 한 바 있다. 국민연금이 주주의 권익을 앞세워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한진칼 경영권 분쟁의 희비도 갈릴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장외 여론전도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한진칼 일가와 KCGI의 분쟁에서 소액주주와 국민연금을 끌어들이려는 노력이 꾸준하게 진행됐다. 한진칼은 ‘향후 5개년 중장기 한진그룹 비전 2023’을 내놓으며 주주가치를 높이겠다고 밝혔고, KCGI는 한진칼 오너 일가를 비판하며 주주제안을 통해 여론 만들기에 나선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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