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기보다 승진 규모 늘어
전무 이상 미래 경영자 후보군 13명 발탁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서초 사옥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반도체가 호황기를 누렸던 지난 2018년 말보다 임원 승진 규모를 확대한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주요 임원 재판이 남아있고 미중 무역 분쟁, 일본 수출 규제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큰 가운데 기술 격차를 유지하기 위한 경영 전략으로 풀이된다. 

21일 삼성전자는 부사장 14명, 전무 42명, 상무 88명, 펠로우 3명, 마스터 15명 등 총 162명을 승진시켰다고 밝혔다. 이번 인사 규모는 반도체 호황기였던 2018년 말 인사 규모(총 158명) 보다 4명이 더 늘었다. 

당초 업계는 삼성전자의 임원 인사를 둘러싸고 지난해 전사적 실적 급락으로 올해 규모가 줄어들 것이란 예상이 우세했다. 삼성전자가 지난 8일 발표한 지난해 잠정 영업익은 전년 동기 대비 53% 감소한 27조7100억원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이 부회장의 공판 등 대내외 경영 변수가 있어 승진폭을 키우기 어려울 것이란 당초 전망이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예상을 깨고 임원 승진 규모를 확대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경영성과와 성장 잠재력을 겸비한 젊은 리더들을 부사장으로 승진시켜 미래 최고경영책임자(CEO) 후보군을 두텁게 했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부사장 승진자는 14명으로 직전 인사 대비 1명이 늘었다. 세트 부문에선 마이크로LED 등 차세대 TV와 스마트폰 사업 실적을 더한 임원들이 공로를 높게 평가받아 승진했다. 최용훈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LED개발그룹장 부사장은 시네마 LED, 더 월 등 차세대 TV 폼팩터 개발을 주도한 공로를 인정받아 승진했다.

최원준 무선사업부 전략제품개발1팀장 부사장은 세계 최초 5G 단말 상용화, 갤럭시S10·노트10 적기 출시에 기여한 점을 높게 평가받았다. 김우준 네트워크사업부 미주BM그룹장 부사장은 미국 신규사업 진출 및 5G 상용 서비스 모델 발굴을 통한 통신 비즈니스 기반을 강화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김진해 한국총괄 IM영업팀장 부사장은 5G 마케팅 차별화 및 국내 유통 관리 고도화를 통한 한국 플래그십 제품군 매출 확대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세로 진통을 겪었던 DS부문은 차세대 동력으로 지목한 시스템 반도체 분야를 중심으로 전략 인사를 단행했다. 대외적 어려움 속에서도 메모리 반도체 기술력을 선도한 임원들은 공로를 인정받아 승진했다.

송재혁 메모리사업부 플래시 PA팀장 부사장은 V낸드 세대 전환을 성공시킨 공로를, 최진혁 메모리사업부 디자인 플랫폼 개발실장 최진혁 부사장은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e스토리지 등 메모리 솔루션 제품 컨트롤러 개발을 주도한 공로를 높게 평가받아 부사장 승진했다.

심상필 기흥·화성·평택단지 파운드리제조기술센터장 부사장은 소자 및 공정개발 전문가로 파운드리 제조기술 향상과 양산 경쟁력을 주도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정기태 파운드리 사업부 PA2팀장 부사장 역시 M램, P램 등 뉴메모리 분야 차세대 공정기술 전문가로 CMOS 이미지센서(CIS) 공정 개발 및 세계 최초 eM램 양산 등 파운드리 공정 경쟁력을 강화한 공로로 승진했다. 

신유균 반도체연구소 플래시 TD팀장 부사장 역시 V 낸드 등 낸드플래시 단위공정 및 선행제품 개발을 주도한 공로를 높게 평가받았다. 양장규 생산기술연구소장 부사장은 반도체 공정, 패키지, 계측 등 주요 설비 기술 고도화 및 요소기술 확보를 통해 반도체 미세공정 한계 극복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성과주의 원칙에 따라 연령 및 연차에 상관없이 성과와 역량을 보유한 인재들에 대해 발탁인사를 과감히 확대했다고 밝혔다. 올해 발탁승진은 24명으로, 직전 인사 규모 18명 대비 6명이 늘었다. 외국인 및 여성 임원 인사는 올해 9명으로 직전 11명 대비 2명이 줄었다. 회사의 기술력을 대표하는 연구개발 부문 최고 전문가로 펠로우 3명, 마스터 15명을 선임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2020년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경영진 인사를 마무리했고, 조만간 조직개편과 보직인사를 확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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