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 600여명, 서울시 ‘임차권 양도금지 개정조례’ 반발해 소송
법원 “기존 임차권 양도, 공유재산법 위반하며 반복돼 온 관행”

서울시가 지하도상가 점포 2700여곳의 임차권 양수·양도를 전면 금지한 지난 2018년 7월 서울 중구의 지하도상가 빈 점포에 임대 입찰공고가 붙어있다. / 사진=연합뉴스
서울시가 지하도상가 점포 2700여곳의 임차권 양수·양도를 전면 금지한 지난 2018년 7월 서울 중구의 지하도상가 빈 점포에 임대 입찰공고가 붙어있다. / 사진=연합뉴스

서울시가 조건부로 허용돼 왔던 관할 상업시설의 권리금을 전면 인정하지 않기로 한 뒤 진행된 행정소송에서 법원이 서울시 손을 들어줬다.

소송 결과에 걸린 권리금만 수백억원에 달한 사건이었지만, 법원은 임차권 양도가 공유재산법 위반하며 반복돼 온 관행이라며 엄격한 판단을 내렸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장낙원 부장판사) 서울강남고속터미널 지하상가와 영등포역쇼핑센터 상인 600여명이 서울특별시장을 상대로 “개정 조례를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을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2018년 7월 서울특별시 지하도상가 관리 조례를 개정하며 임차권 양도를 전면 금지했다.

개정 전 ‘관리인의 허가를 미리 득한 경우’ 임차 권리나 의무를 양도할 수 있었지만, 개정 후 이러한 권리나 의무를 양도하면 안된다는 내용이 명확하게 명시됐다. 이 조치의 영향을 받는 서울시 지하상가는 총 25곳, 2700여개 점포에 달했다.

문제는 그동안 상인들이 관행적으로 수억원의 권리금을 주고받고 임차권 거래를 해왔다는 점이다. 기존 조례에 ‘관리인의 허가를 미리 득한 경우’라는 단서 조항이 포함돼 있어서 관례적으로 임차권 거래가 이뤄져 왔다.

조례 개정 후 상인들은 ‘재산권을 침해당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권리금을 주고 입점했는데 임차권 양도가 막히면 이를 회수할 방법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상인들은 점포 리모델링 등을 통해 상가 가치를 향상한 점을 인정해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을 모아 서울시에 제출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지하도상가는 공유재산이기 때문에 매매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맞섰다. 이 갈등은 법원까지 가게 됐다.

법원은 서울시의 손을 들어줬다. 공유재산법상 일반재산에 해당하는 상가 임차권은 사법상 계약보다 공유재산법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공유재산법상 재산은 청사, 관사, 도로, 병원, 문화재 등 ‘행정재산’과 필요에 따라 대부 및 매각이 가능한 ‘일반재산’으로 분류된다.

재판부는 “이 사건 상가는 일반재산에 해당하고 일반재산을 대부하는 행위는 사법상의 계약으로써, 일반재산에 해당하는 지하도상가의 임차권을 양도할 수 있는 권리가 임차인에게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면서도 “(그러나)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인 점 등을 봐 이 계약에는 공유재산법의 규제가 적용된다”고 밝혔다.

이어 “공유재산법에 따르면 일반재산 대부계약을 체결할 때는 원칙적으로 일반입찰에 부쳐야 한다”며 “공유재산법상 일반재산에 대한 임차권 양도가 허용된다고 볼 경우, 일반재산 대부에 있어 일반입찰의 방법을 이용하도록 하면 공유재산법의 취지가 무시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이 사건 개정조항 개정 전까지 지하도상가 임차인들의 임차권 양도가 사실상 예외 없이 허용돼왔고 이는 오래된 관행으로 자리 잡아 왔던 사실이 인정되기는 한다”면서도 “그러나 원고 임차인들이 가졌던 신뢰는 공유재산법을 위반하면서 반복돼온 관행에 기초돼 온 것이어서 보호가치 있는 신뢰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원고들은 임차인들이 입는 피해가 개정조항의 제정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보다 크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고 있지만, 개정조항의 제정은 공유재산법의 내용을 재차 확인하는 것에 불과해 원고 임차인들에게 어떠한 피해가 생긴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원고들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나정용 강남터미널지하쇼핑몰센터(고투몰)​ 이사는 “시가 조례를 개정하면서 예외규정이나 유예기간을 두지 않아 심각한 재산권이 침해됐다”라며 “재산권을 일거에 박탈한 행위가 비례의 원칙이나 신뢰보호의 원칙에 반하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또 “공유재산법은 일반재산에 대해 전대(재임차)를 금지하고 있지만, 양도를 금지하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다”면서 “1심 재판부가 전대와 양도를 구분해 판단하지 않은 점도 상위법원에서 다시 판단받고자 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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