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하이츠’ 시공사로 낙점···경쟁사 대비 압도적 사업조건 제시
인천 송도서 입찰 2배 입찰예정가로 공동주택용지 사업자 낙찰
검사 출신 최장수 건설CEO···“기회 오면 주도권을 잡는 능력 뛰어나”

임병용 GS건설 부회장이 과감한 ‘배팅’을 통해 각종 사업장에서 잇단 수주고를 올리고 있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임병용 GS건설 부회장이 과감한 ‘배팅’을 통해 각종 사업장에서 잇단 수주고를 올리고 있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국내·외 건설업황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GS건설이 공격적인 행보로 실적확보에 나선 모습이다. GS건설은 경쟁사 대비 압도적인 배팅으로 각종 사업장에서 수주고를 올리고 있다. 업계에선 GS건설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검사 출신 임병용 GS건설 부회장의 과감한 결단력과 승부사 기질이 발휘됐다는 평가다.

20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GS건설은 지난 18일 열린 서울 성동구 옥수동 ‘한남하이츠’ 재건축 시공사 선정 임시총회에서 281표(55.1%)를 얻어 228표(44.7%)를 받은 현대건설을 제치고 시공사로 낙점됐다. 3년 전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수주전의 패배를 설욕하는 동시에 올해 도시정비사업 마수걸이 수주에 성공했다. 한남하이츠는 인근의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장과 함께 서울 강북권 정비사업의 대어로 꼽힌다. 특히 한강 조망이 가능한 대단지인데다 강을 사이에 두고 강남의 대표적 부촌인 압구정동을 마주 보고 있어 사업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이번 수주전은 경쟁사 대비 압도적인 사업조건을 제시한 GS건설의 승리가 일찌감치 점쳐졌다. GS건설은 조합에 사업촉진비 4000억원을 약속했다. 이는 현대건설 제안한 2000억원 보다 2배 많은 것이다. 사업촉진비는 아파트·상가 세입자 보증금 처리 이주비, 각종 금융대출 등을 지원하기 위해 시공사가 대여해주는 자금으로, 규모가 클수록 조합의 사업 부담은 줄어든다. 사업비 대여 금리도 1%로 현대건설이 제안한 2%보다 저렴했다. 아울러 공사비도 조합과 현대건설보다 낮게 제시해 조합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한남하이츠를 수주한 GS건설은 향후 한남3구역을 포함한 강북권 한강변의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한발 앞설 것으로 예상된다.

또 GS건설은 지난해 7월 인천 송도국제신도시 내 공동주택용지 입찰에서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입찰 가격을 써내 화제가 된 바 있다. 당시 입찰예정가(2748억원)보다 2배 높은 5110억원을 제시해 송도 6공구 A10블록을 낙찰 받았다. 이곳은 수도권광역철도(GTX)-B 노선이 들어서면 교통·생활 여건이 크게 개선될 예정이다. 업계에선 A10블록에서 분양이 시작될 경우 송도국제도시에서 최고 분양가를 경신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선 임병용 GS건설 부회장의 과감한 결단과 배팅이 결실을 맺고 있다는 평가다. 2013년 1조원 적자에 빠진 GS건설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임 부회장은 그동안 위기관리에 주력하는 한편 기회가 오면 누구보다 과감한 투자로 주도권을 잡는 승부사적 기질을 발휘해 왔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재무통’인 임 부회장은 재무구조 개선에 치중할 것이라는 업계의 예상을 뒤엎고 선제적인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왔다”며 “또 수주전에서는 검사 출신답게 빠른 판단력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는 모습이다”고 말했다.

임 부회장은 국내·외에서 과감한 투자를 통해 새 먹거리 창출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GS건설은 지난해 10월 터키 르네상스 홀딩스의 자회사인 CPEY 지분 49%를 인수해, 14억 달러(한화 약 1조7000억원) 규모 터기 국책사업 ‘제이한 PDH-PP 프로젝트’에 주요 투자자로 참여했다. 또 브라질 수처리업체 BRK 암비엔탈의 산업용수 자회사 인수(2300억원), 스페인 수처리업체 GS이니마 지분(약 20%) 매입(887억원), 인도 태양광 발전사업(280억원) 등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왔다.

GS건설은 올해 들어서도 대규모 투자를 통해 ‘배터리 재생’ 사업에 진출했다. 임 부회장은 지난 9일 포항종합운동장 실내체육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이철우 경북도지사·이강덕 포항시장과 ‘포항 규제자유특구 GS건설 투자협약식’을 가졌다. GS건설은 2022년까지 1차로 약 1000억원을 투자해 2차 전지에서 연간 4500톤의 니켈·코발트·리튬·망간 등의 금속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조성·운영할 예정이다. 이후 2차 투자를 통해 연간 1만여톤 생산 규모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협약은 전국 14개 규제자유특구 중 가장 큰 규모인데다 대기업이 투자한 첫 사례라 더욱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앞으로 GS건설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신사업’ 부문을 더욱 확대할 예정이다. 빠른 판단력이 신사업의 성공열쇠로 꼽히는 만큼 결정권자인 임 부회장의 역할은 더욱 막중해질 전망이다. 임 부회장은 지난해 3번째 연임에 성공해 2022년 3월까지 GS건설을 더 이끌게 됐다. 예정대로 임기를 마칠 경우 건설 CEO로만 9년을 재직해 임 부회장은 업계 최장수 CEO로 방점을 찍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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