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에너지이용합리화법’ 따라 4일간 집중 단속···10곳 중 7곳 ‘개문 난방 영업’
상인들 “문 닫고 운영하면 관심 안 가져” 하소연···정부, 계도·점검 지속 추진 계획
상당수 매장 설치한 ‘공기조화용’ 에어커튼도 단속 대상···위반 시 과태료 부과

20일 기자가 찾은 명동 관광특수거리의 매장 모습. / 사진=한다원 기자
20일 기자가 찾은 명동 관광특수거리의 매장 모습. / 사진=한다원 기자

“매장 한 번 들렀다 가세요.”

20일 오전 9시. 서울 중구 명동역 8번 출구는 ‘관광특구거리’로 유명한 만큼, 이른 아침에도 손님맞이 준비에 한창이었다. 특히 문이 활짝 열린 화장품 매장·의류·잡화 등 로드숍마다 따뜻한 바람이 흘러나왔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각기 다른 매장에서 흘러나오는 훈기는 지하철역에서부터 주요 상점가까지 느낀 추위를 녹이기에 충분했다. 따뜻하다 못해 뜨겁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기자는 이날부터 문 열고 난방기구를 켠 채 영업하는 ‘개문 난방 영업’ 사업자를 단속한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현장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오전 9시부터 11시, 약 2시간 동안 국내외 관광객이 몰리는 명동 골목 상권을 관찰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자체·한국에너지공단과 함께 합동 점검반을 구성해 이날부터 오는 23일까지 4일 간 ‘문 열고 난방 영업’ 행위를 집중 점검한다. 이는 에너지이용합리화법에 따른 것으로, 겨울철 전력피크가 예상되는 기간에 집중적으로 점검한다. 정부는 최초 위반 시 경고 조치를 취하고, 위반 횟수에 따라 과태료를 차등 부과할 방침이다. 1회 위반 150만원을 시작으로 2회 200만원, 3회 250만원, 4회 이상은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10곳 중 7곳은 문 열고 운영···상인들 “문 닫으면 손님들 지나쳐”

이날 찾은 명동 골목 매장들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매장 문을 활짝 연 채 운영하고 있었다. 단속 시행 첫날임에도 정부 의도와 대조를 이루는 모습에 단속 시행이 시작된 것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건물 1층에 있는 상가 10곳 중 7곳 정도는 문을 열어둔 채로 난방을 하고 있었다. 그나마 문을 닫고 난방하는 곳은 편의점이나 약국, 환전소 등이었고 의류·화장품 등 매장은 대부분 문을 열고 운영하고 있었다.

개문 난방 영업 단속이 시작됐음에도 상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출입문을 여닫는 게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문을 열어둘 수밖에 없다는 게 상인들의 입장이다. 일부 상인들은 제도 시행 사실 조차 모르고 있었다.

명동 한 화장품 매장 직원 김설아(35)씨는 “매장 문을 닫고 운영하면 손님들이 잘 들어오지 않는다”며 “손님을 한 명이라도 더 들어오게 하려면 문을 여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아마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많은 브랜드 매장일수록 문을 닫기 어려울 것”이라며 “문을 닫아놓으면 손님이 그냥 지나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20일 기자가 찾은 명동 관광특수거리 한 매장 앞에 큰 히터기가 있다. / 사진=한다원 기자
20일 기자가 찾은 명동 관광특수거리 한 매장 앞에 큰 히터기가 있다. / 사진=한다원 기자

일부 상인들은 임시방편으로 자동문임에도 문을 열어둘 수 있게 고정시키고, 매장 입구에 큰 히터기를 배치해 두기도 했다. 자동문을 닫아 놓은 매장은 큰 히터기를 매장 입구에 놓고 판촉 행위를 하는 직원이 직접 문을 열어주는 경우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직원은 “문을 닫고 영업하면 손님들의 방문이 급격하게 줄어든다”면서 “길을 지나다가 따뜻한 바람이 나오는 가게로 구경삼아 일단 발을 들여놓는 손님 수도 (상인 입장에서)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오후 1시 30분. 점심시간 직후 명동 거리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몰린다는 시간이다. 기자는 명동예술극장에서 산업부, 서울시, 서울 중구청 관계자를 만나 에너지 사용제한 조치에 따른 합동 단속을 지켜봤다. 단속 대상은 출입문을 열어놓고 난방을 튼 행위다. 합동점검반은 매장들에게 우선 계도 안내장을 전달하고, 5분 이상 위반행위가 이어진 매장에는 경고장을 부여했다.

정부·지자체 관계자들이 단속을 시작하자, 명동예술극장 앞을 지나는 명동길처럼 큰길가에 위치한 매장은 위반 행위가 눈에 띄지 않았다. 다만 명동길과 이어진 골목의 소규모 점포는 문을 열고 영업하는 사례가 다수 있었다. 이는 오전 기자가 확인했던 모습과 비슷했다.

단속 공무원은 “5분 이상 위반행위가 이어져야 단속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즉 잠시 문을 열어 두는 행위는 단속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정부·지자체 현장 단속 시작에 일부 상인들은 “잠시 문을 열어둔 것”, “손님이 문을 열고 갔다”고 주장하며 회피하는 모습도 보였다.

20일 산업통상자원부, 서울시, 서울시 중구청 관계자가 합동 점검을 마친 후 위반한 매장에 경고장을 주고 있다. 왼쪽 사진은 경고장, 오른쪽 사진은 서울시 중구청 관계자가 매장 상인에게 계도내용문을 전달하는 모습. / 사진=한다원 기자
20일 산업통상자원부, 서울시, 서울시 중구청 관계자가 합동 점검을 마친 후 위반한 매장에 경고장을 주고 있다. 왼쪽 사진은 경고장, 오른쪽 사진은 서울시 중구청 관계자가 매장 상인에게 계도내용문을 전달하는 모습. / 사진=한다원 기자

◇정부·지자체 현장 단속에도 6곳은 안 지켜···‘에어커튼’도 단속 대상

정부·지자체 합동 점검은 이날 오후 3시까지 이어졌다. 합동점검반은 계도 기준대로 관련 제도 설명이 끝난 5분후에도 상인들이 잘 지키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다시 매장을 방문했다. 그 결과, 총 6개의 매장이 지키지 않아 경고장이 부여됐다.

경고장을 받은 상인들은 “손님이 문을 열고 갔는데 바빠서 보지 못했다”, “책임 지고 다음 번엔 꼭 지키겠다”, “환기를 시키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단속 첫날이어서 그런지 정부·지자체 관계자도 다소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공무원들은 매장 외부에 배치한 큰 히터기의 단속 대상 여부에 대해 의문을 가지기도 했다. 히터기를 외부에 틀고 있지만, 문을 열어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경고장을 줘야하는지 명확한 판단이 서지 않아서다.

아울러 에어커튼에 대한 모호한 기준도 한계로 남았다. 에어커튼은 에어컨과 비슷한 형태로 위에서 아래로 압축공기를 분출시키고 흡입구를 아래쪽에 설치해 공기유막을 만들어 바깥쪽과 안쪽을 차단하는 설비다. 앞서 산업부는 2013년 전력난에 대해 설명하면서 “에어커튼 등 출입문 대신 설치한 가설물이 유리문과 같은 외기차단 효과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허용한다”며 “송풍이나 제습상태로 설정하고 영업하는 경우에는 점검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산업부가 기존 기준을 바꿔 에어커튼을 작동시키면서 문을 열고 운영하는 매장도 단속 대상으로 기준을 바꾸면서, 일부 상인들은 혼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기자가 만난 명동 골목 상권의 상인은 “정부가 에어커튼은 된다고 해서 일부러 설치했다”며 “문 닫고 장사하는 것도 어려운데, 에어커튼도 사용하지 못하게 돼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겨울·여름철 환기가 어려워 에어커튼으로 환기를 시키고 있는데, 정부의 방침으로 상인들이 에어커튼을 사용하지 못하게 돼 어려움을 겪게된 것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문을 닫고 난방을 했을 때 소비전력(내부온도 22℃, 외기온도 –2℃ 가정)은 315.2W로 문을 열었을 때(3871W)보다 에너지를 91.9% 가량 절감할 수 있다. 정부는 여름철·겨울철, 냉방과 난방으로 인한 에너지 낭비를 근절하기 위해 반기별로 대책을 세우고 있다. 다만 대부분 경고 조치로 끝나거나 적발 시에도 처벌 수위를 낮추고 있어 이른바 ‘문 열고 운영’하는 경우가 매번 되풀이되고 있다.

정부는 집중 단속 기간 이후에도 문을 열고 난방영업을 하는 행위에 대한 계도 및 점검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산업부는 “문을 닫고 난방하게 되면 약 92%의 난방전략 절감 효과가 있다”면서 이번 겨울철 안정적 전력수급을 위해 국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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