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펀드 올 들어서만 수익률 4.4%···브라질은 -2.48%
국제유가 상승 및 금리 인하 기조, 러시아에 긍정적 영향
금리 인하 기조 및 개혁 기조 후퇴 우려, 브라질 투심 눌러

새해 들어 러시아와 브라질 펀드 투자자들 사이에 희비가 갈리고 있어 주목된다. 러시아와 브라질은 에너지 생산국으로 국제유가 동향에 영향을 많이 받는데, 러시아 펀드는 최근 국제유가 상승 호재를 반영하는 모습이지만 브라질은 힘을 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브라질 증시에 금리 인하 기조 및 개혁 기조 후퇴 우려, 경제지표 부진 등 부정적 재료가 작용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20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러시아 지역에 투자하는 11개 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4.4%를 기록했다. 이는 특정 지역 펀드 중에서는 가장 높은 수익률이다. 같은 기간 대표적인 신흥국인 중국과 인도 펀드는 각각 3.55%, 2.9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전체 해외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2.75%였다.

자료=에프앤가이드. / 표=시사저널e.
1월 17일 기준. 단위-억원, %. / 자료=에프앤가이드표=시사저널e.

러시아 펀드는 지난해에도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낸 바 있다. 러시아 펀드는 지난해 연간 37%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하며 해외 지역 펀드 중에서 가장 두드러진 모습을 보였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지난해 다섯 차례 연달아 기준금리를 인하한 데다 국제유가의 상승 흐름이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를 높인 영향이었다. 

이 같은 기대감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러시아 증시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러시아의 기준금리 인하 기조가 올 상반기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이달 5일 보도에서 22개국 중 8개국이 올해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내다봤는데, 러시아(기준금리 6.25%→6.00%)를 그중 하나로 꼽았다. 

여기에 국제유가도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러시아 우랄산 유가와 주로 연동되는 브렌트유는 지난 17일 배럴당 64.85달러 수준으로 지난해 11월 이후 꾸준히 배럴당 60달러 선을 웃돌고 있다. 러시아는 재정 수입의 43%를 원유·천연가스 등 에너지 관련 분야에서 나오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러시아 증시 내 에너지기업은 시총의 약 40% 이상을 차지한다. 

반대로 브라질 펀드는 올 들어서 상승 흐름이 둔화되는 모습이다. 브라질 펀드는 지난해 연간 평균 25.45%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올 들어 지난 17일까지는 마이너스(-) 2.48%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해외 지역별 펀드 중에서 가장 저조한 성적이다. 

브라질 증시 역시 국제유가의 움직임에 많은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브라질도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에너지 생산국 지위에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비슷한 성격을 지닌 신흥 시장으로 분류되면서 업계에선 이른바 러·브 펀드로도 불릴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 브라질과 러시아 펀드의 수익률 곡선이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는 브라질 내에 또 다른 리스크가 잠재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우선 물가 상승에 따른 기준금리 인하 동력이 많이 약해진 상태다. 10일(현지 시각) 브라질 국립통계원(IBGE)에 따르면 지난해 브라질의 연간 물가상승률은 4.31%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물가상승률인 3.75%보다 0.56%포인트 높고, 중앙은행이 설정한 기준치 4.25%를 웃도는 것이다. 이에 올해에는 투심에 긍정적이었던 기준금리 인하가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개혁 기조 후퇴 우려와 경제지표 부진, 그동안 상승에 따른 차익 실현 움직임도 증시를 억누른 요인으로 꼽힌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에 발표된 산업생산이나 소매판매 지표가 시장 컨센서스를 밑돌았고, 브라질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당 간 갈등이 커지면서 구조 개혁에 대한 우려가 나타났다”며 “여기에 지난해 많이 상승한 데 따른 차익 실현 욕구가 나타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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