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후 첫 기자간담회 개최···“불완전판매 여러 원인들 살펴봐야”
금융지주사 공동대책위원회 적극 추진 “지주회사 횡포 막을 것”
이재진 신임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이하 사무금융노조) 위원장이 최근 금융권에 발생한 불완전판매 사태와 관련해 노동자 보호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 위원장은 20일 서울 여의도 내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라임사태 등을 심각한 상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특히 본 노조 산하의 신한금융투자가 그 중심에 있기 때문에 해당 지부와 노조도 해결 방법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조는 어쨌든 판매한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기를 원하고 있다”며 “결국 (노동자들은) 회사방침에 따라 상품을 판매하는 것인데 회사가 이에 책임을 지지 않고 전가하면 어느 누가 영업을 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대신 이 위원장은 회사 내부통제 등 근본적인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배임 소지가 있기 때문에 불완전판매 책임을 모두 회사가 지는 게 맞는 것인지에 대한 답이 명확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며 “직원들의 불완전판매 인지여부, 회사의 실적압박 여부 등 여러 가지 원인들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경영진들이 이제까지 표방해온 입장 등을 모두 따져 노동자들의 책임을 최소화하고 법인이 징계 등 사후 제재를 받아야 한다”며 “법인에게 책임을 제대로 물으면 경영진들이 교육 등 내부 시스템 개선을 통해 (불완전판매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무금융노조는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금융사들에게 ‘판매중단 요청’ 제도 도입을 요구할 방침이다. 이는 판매에 문제가 있다고 분석·판단되는 상품에 대해 노동자 대표가 경영진에 판매 중단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올해 각 임단협에서 다룰 예정이다. 이 위원장은 “금융사의 제 1순위 가치는 투자자 보호”라며 “이런 사고들이 터지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부분들은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 위원장은 신임 집행부의 핵심 사업으로 ‘지주회사 공동대책위원회 구성’을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현재 사무금융노조 산하 90개 지부 중 22개 지부의 사업장이 금융지주 또는 대기업집단에 소속돼 있다. 신한카드, 신한생명, 오렌지라이프, 신한금융투자, KB국민카드, KB손해보험, KB증권, 현대캐피탈, 현대차 증권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금융그룹의 지주사는 자회사들의 경영을 지휘하지만 법적으로는 사용자성이 없기 때문에 교섭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때문에 노조는 자회사 경영진들하고만 교섭을 진행해야 하는 한계가 있고 자회사가 지주사에 책임을 전가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 이에 이 위원장은 은행지부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연계해 지주사에 대한 공동대응 기구를 만들 예정이다.
이 위원장은 “일부 금융그룹들은 노조협의회가 있지만 결속력이 제 각기 다르고 그룹별로 분산된다는 단점이 있다”며 “공동 대응을 하다가 어느 하나의 자회사가 갑자기 타결을 하는 사례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박홍배 금노 위원장 당선자와 함께 논의해서 금융지주 공대위 만들고 지주사 횡포 등을 막아내도록 할 것”이라며 “지주회사법 개정 등도 함께 추진해 지주사 회장이 사용자성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금융사무노조 신임 집행부는 증권업종에만 이뤄지고 있는 산별교섭을 카드와 보험부문으로 확대할 계획이며 비정규직 처우개선 및 조직화, 구조조정 저지 등에도 힘을 쏟을 방침이다.
사무금융노조는 지난 2011년 설립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단체로 총 9개 본부(여·수신업종, 생명보험업종, 손해보험업종, 증권업종, 공공금융업종, 부산·울산·경남지역, 광주·전남지역, 대전·충남지역, 충북지역)와 90개 지부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 12월 제 4대 임원선거를 실시했으며 그 결과 NH투자증권 지부장 출신 이재진 증권업종본부 수석부본부장이 위원장에 당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