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서비스
‘불명확한 약관’으로 소비자 울린 아시아나항공
  • 최창원 기자(chwonn@sisajournal-e.com)
  • 승인 2020.01.20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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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수하물 합산 조항 두고 ‘소비자’와 ‘아시아나항공’ 엇갈린 해석
자회사 에어서울은 소송 직후 ‘약관 수정’···법원, 1심에서 소비자 손 들어줘

#A씨는 지난 12월28일 하노이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돌아가는 아시아나항공 항공기 탑승 절차를 밟던 중 예상 밖의 지출을 했다. A씨는 가족들의 짐을 포함해 총 4개의 수하물을 접수했는데, 이 중 하나가 30kg으로 아시아나항공의 1인당 무료 위탁 수하물(23kg)를 초과했기 때문이다. A씨는 아시아나항공 국제여객운송약관에 명시된 ‘무료 수하물 합산’ 조항을 근거로 92kg가 넘지 않는 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시간 넘게 승강이를 벌이던 A씨는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 비행기에 탑승했다.

◇ 애매한 수하물 조항에 아시아나 고객 불만···자회사 에어서울은 소송 당한 후 약관 수정

아시아나항공은 홈페이지에 국제여객운송약관을 공지하고 있다. 제9조 3항 사호는 무료 수하물 허용량의 합산에 대해 ‘2인 이상의 여객이 동일 단체로서 동일 항공편으로 동일 목적지 또는 도중 체류지로 여행하며 동시에 수속을 하는 경우, 여객의 요청에 따라 각 개인의 무료 수하물 허용량의 합계를 단체 여객 전원에 대한 허용량으로 취급할 수 있다. 다만, 상기 합산된 무료 수하물 허용량을 초과하는 수하물에 대해서는 정해진 기준에 따라 초과 수하물 요금을 부과한다’라고 설명한다.

이를 읽고 A씨는 수하물이 4개면 각 수하물의 무게와 상관없이 1인당 무료 위탁 수하물 중량인 23kg의 4배인 92kg까지 무료 위탁이 가능하다고 봤다. 당시 A씨 가족의 4개 수하물은 30kg 수하물 하나를 빼면 모두 23kg 미만으로 총중량은 74kg이었다.

그러나 약관 중 ‘허용량’이라는 조건에 대해 A씨와 아시아나항공 측의 해석이 갈렸다. 한국에 돌아온 후 A씨는 아시아나항공에 합산 허용량 조건에 대해 문의했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무게’가 아닌 ‘수량’이 조건으로 적용된다고 주장했다. 합산 규정의 전제조건이 ‘수하물 1개당 23kg'(국제여객운송약관 제9조 3항 나호 3목)이며 허용량의 합산은 무게 합산이 아니라 ‘개수의 합산’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당사 무료 수하물은 대원칙이 피스제”라면서 “‘수하물 합산’은 고객 편의 제고 차원에서 제공하고 있는 당사의 서비스이고 많은 승객이 해당 정관을 통해 무료 수하물 허용량을 경제적이고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씨와 동일한 사례는 다른 항공사에서도 발생한 바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 에어서울은 지난 2018년 소비자에게 소송을 당한 후 해당 약관을 수정했다. 당시 법원은 1심에서 소비자의 손을 들어줬고 에어서울은 항소하지 않았다. 소송을 진행한 소비자 역시 A씨와 마찬가지로 에어서울과 ‘허용량 조건’을 두고 갈등을 겪었다. 에어서울의 기존 국제여객운송약관은 아시아나항공과 마찬가지로 개수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수정 후엔 “위 허용량의 합산은 수하물의 개수에 대하여만 적용된다”리는 내용을 추가했다.

에어서울을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 요구를 청구했던 이수진 법무법인 정솔 변호사는 “일반인이라면 합산 약관 중 ‘허용량’을 두고 양적 기준이 되는 수량과 무게 모두를 의미하는 것으로 인식할 여지가 크다”면서 “(수량만으로 해석하는 것은)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않을 때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돼야 한다는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에도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 엉뚱한 대답 내놓은 관리당국

A씨는 해당 약관에 대한 설명을 듣기 위해 항공사들의 노선 변경, 면허 등을 인허가하는 국토교통부 측에 문의했다. A씨는 담당 공무원에게 약관에 없는 내용이 실제 상황에서 적용되는 점을 지적하며 소비자를 위해 약관이 수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A씨는 국토부의 답변을 듣고 당황했다. A씨가 느끼기에 엉뚱한 답변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담당자라고 밝힌 공무원은 “약관을 보면 ‘취급할 수 있다’라고 돼 있는데, ‘할 수 있다’는 말은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는 것”이라면서 “퍼스트클래스 등으로 가면 달라지긴 하는데, 일단은 일반 항공권인 경우엔 할 수 없다고 알고 있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 국제여객운송약관 중 '무료 수하물 합산'과 관련된 조항. /자료=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 국제여객운송약관 중 '무료 수하물 합산'과 관련된 조항. / 자료=아시아나항공

그는 항공권 운임에 따라 무료 수하물 합산이 허용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A씨에게 설명했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 측은 “무게나 개수의 차이는 있어도 합산 가능 여부엔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관련 내용이 언급된 약관(국제여객운송약관 제9조 3항 마호)에도 ‘무료 수하물의 허용량은 여객이 지불한 운임의 등급 및 구간에 따라 상이할 수 있으며 보안 및 안전 등의 사유로 크기와 무게, 품목이 제한될 수 있다’라고 나와 있다.

해당 공무원은 시사저널e와의 통화에서 “시간이 지나 (A씨와) 통화한 내용이 정확히 기억나진 않는다”면서 “모호한 부분이 있는 건 맞지만, 국토부는 항공사 측 해석이 적합하다고 판단한다. 불명확한 부분이 있다면 개선을 요구할 수 있지만 (A씨와 같은)사례가 많지 않아 (개선 요구를)아직 검토해보진 않았다”라고 말했다.

한편, 일부 항공사 역시 이와 동일한 합산 수하물 약관을 갖추고 있어 추가적인 소비자 피해 발생이 우려된다. 그밖에도 각 항공사마다 ‘무게’를 조건으로 하는 곳과 ‘수량’을 조건으로 하는 곳으로 나뉘어 있어 소비자들의 혼란이 예상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각 항공사마다 약관이 다른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면서 “업계 구조상 규정을 하나로 통일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의 국제여객운송약관 무료 수하물 합산 조항을 두고 사측과 소비자의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이미지=이다인 디자이너
아시아나항공의 국제여객운송약관 무료 수하물 합산 조항을 두고 사측과 소비자의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 이미지=이다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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