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KAI 해외영업부 ‘사천→서울’ 이전, 외력 좌초設 솔솔
  • 김도현 기자(ok_kd@sisajournal-e.com)
  • 승인 2020.01.2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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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성 위한 사업부 이전 계획, 사천시 반발로 백지화···과거를 의식했다” 지적
갈등 전례 있던 사천시 “알지도 못했을 뿐더러 왈가왈부할 수 있겠느냐” 반박
갈등 후 사천에 우주센터 안긴 KAI “와전됐을 뿐···외부 경영 개입은 말도 안 된다”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해외 영업 강화에 초점을 맞춘 조직개편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불거졌다. 경남 사천 본사에 있는 관련 부서를 서울로 옮기는 방안이 유력시됐으나, 관련 지자체 등의 거센 압박으로 백지화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KAI의 조직개편은 지난달 실시됐다.

20일 복수의 KAI 관계자들에 따르면 조직개편은 지난해 9월 안현호 대표가 취임한 후 실적 개선 및 장기 성장을 목표로 TF팀이 구성됐다. 이 과정에서 해외 영업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한다는 데 내부적으로 합의가 이뤄졌으며, 2개월여 논의 끝에 그 방안 중 하나로 해외 영업 인력의 서울 배치가 유력시됐다.

한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해외 영업 부서의 서울행은 최종 개편안에 담기지 못한 채 백지화됐다”면서 “내부 논의 과정에서 해외 영업 인력의 서울 배치를 전해듣게 된 관련 지자체로부터 강한 항의를 받게 됐는데, 특히 송도근 사천시장과 사천시가 지역 경기 침체를 이유로 강하게 반발했던 것이 주효하게 작용했다”고 전했다.

KAI는 1999년 10월 설립됐다. IMF 사태 당시 △삼성항공우주산업 △대우중공업 △현대우주항공 등 3개 대기업의 항공사업 부문이 분리되며 탄생했다. 정부 주도 아래 실시된 두 번째 빅딜이었다. 국가경제 개편 작업의 일환으로 탄생한 KAI는 앞서 단행된 ‘1호 빅딜’ 업체와는 사뭇 다른 길을 걸어 왔다.

1호 빅딜은 현대정공·대우중공업·한진중공업 등의 철도차량 생산 부문이 합쳐진 KOROS였다. KOROS는 설립 당시부터 분사한 기업들이 대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이후 현대차그룹이 대우 지분을 인수하며 그룹 계열사로 편입해 현대로템을 출범시켰다. 반면, KAI는 한국수출입은행이 26.41%의 지분을 보유해 최대주주에 올라 있어 공기업적 성격이 짙은 곳으로 평가된다.

KAI는 설립 후 2005년 경남 사천으로 본사를 이전했다. 현재 서울사무소는 70여명의 인력만 두고 있는 상태다. 인도네시아·터키 등 해외사무소와 대전연구센터 및 같은 경남도 소재 산청사업장을 제외한 대다수 인력은 경남 사천에 집중돼 있다. 사천은 중소 조선소가 밀집해 있었으나 조선업계에 장기 불황이 드리운 후부터 KAI에 대한 경제의존도가 높아진 곳으로 평가된다.

앞서 KAI는 ‘우주탐사R&D센터’ 설립 과정에서 사천시와 갈등을 빚은 바 있다. 당초 연구 인력 수급이 용이한 대전의 한국항공우주원 부지에 설립할 계획이었으나, 지역사회의 반발 및 접근성 등을 고려해 사천과 인접한 진주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에 사천시는 행정적 지원 중단이란 강수를 내비쳤고, 이에 KAI도 본사 이전 카드를 내세우며 대치했다.

첨예한 대립을 이어오던 양측은 당시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중재에 나서면서 화해했다. 이후 센터는 사천과 진주를 후보지로 두고 재차 심의에 돌입했다. 지난해 1월 최종 사천 지역으로 낙점됐다. 결과 발표 직후 진주시는 “(KAI가) 유치를 위한 협약을 무시했다”면서 “이를 전제로 524억원을 투자해 추진 중인 우주산업 집적화에도 차질을 빚게 됐다”고 유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번 해외 영업 부서 서울 이전 백지화를 시사저널e에 제보한 KAI의 한 관계자는 “당시에도 정치적 논리가 회사 주요 정책을 좌우한다는 사회적 비판을 받았던 것이 이번 결정에 주효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겠느냐”며 이번 백지화의 배경을 사천시와의 갈등이 표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경영적 판단으로 풀이했다.

이어 그는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바이어들은 KAI에 오기 위해선 인천에서의 비행 경유가 불가능해 김포공항을 통한 국내선 혹은 다른 교통편으로의 환승이 필수적인 까닭에 서울에 머무르는 경우가 일반적”이라면서 “자연히 직원들은 사천과 서울을 오가는 잦은 출장길에 올라야 하는데, 여러 모로 즉각적인 대응 및 영업에 효율성이 떨어지기 마련이다”고 지적했다. 또 “이 같은 공감대 위에서 추진된 사안이 외부적 요인에 의해 판가름 나 아쉬울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사천시와 KAI 등은 사실이 아니란 입장을 알렸다. 사천시 관계자는 “KAI와 사천시가 경제적으로 긴밀한 협력 관계인 것은 분명하나, 관련 추진 사안에 대해 알지도 못했다”면서 “설사 알았다 하더라도 KAI의 자체적 정책 결정에 사천시가 나서서 왈가왈부할 수도 없다”고 일축했다.

KAI 측은 “무엇보다 지자체의 경영적 판단 개입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조직개편 논의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결정되지도 않은 사안들이 곡해 또는 와전됐던 것 같다”면서 “최근 진행된 내부 간담회를 통해 결정되지 않았거나 대외적으로 발표하지 않은 사안들에 대해 유출을 삼갈 것을 요구하는 등 내부 단속을 실시했을 정도다”고 설명했다.

또 “해외 영업 조직을 서울에 둔 적도 있었지만, 서울에 있다고 해서 반드시 효율적인 것만은 아니다”면서 “사천에 소재하더라도 생산·개발 단계에서 긴밀한 협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각각의 장단점이 분명하다”고 부연했다.

한편, KAI는 오는 2030년까지 연매출 20조원을 달성해 세계 5위의 항공우주체계 종합업체로의 도약하겠다는 중장기 비전을 품고 있다. 이를 위해 한국형 민항기 개발에 나서고, 글로벌 시장 수출 확대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공헌한 바 있다.

김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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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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