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파기환송심, ‘삼성그룹 준법감시위’ 심리위원 구성 제안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 추천···특검·변호인 1명씩 추가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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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사건을 심리하는 재판부가 삼성그룹 준법감시위원회(준법감시위)가 실질적이고 효과적으로 운영되는지를 평가할 전문심리위원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준법감시위 도입을 양형사유로 검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납득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 부장판사)는 17일 열린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등 혐의 파기환송심 공판에서 미국의 사례를 언급하며 준법감시위에 대한 실효적 검토 필요성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변호인 측에서 제출해주신 삼성그룹 준법감시제도는 기업범죄 양형기준에 핵심적 내용으로 1991년에 제정된 미국의 연방 대법원의 양형기준 제8장에 언급된 양형사유”라며 “미국의 연방법원은 기업범죄를 범한 기업에 대해 실효적 준법감시제도를 명하고 전문가 통해서 실효적 시행을 감시·감독했다”고 밝혔다.

이어 “(준법감시위는) 우리 재판부 뿐 아니라 삼성의 국민에 대한 약속이다. 이런 삼성과 국민의 약속이 실효적으로 운영되는지 철저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그 점검 방법으로 전문심리위원 제도를 활용해 삼성그룹의 준법감시제도가 실효적으로 진행되고 있는지를 점검할 것이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3명으로 이뤄진 전문심리위원단을 운영하겠다며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을 그 중 한명으로 지명했다. 재판부는 강 전 재판관 외에 특검에서 추천한 1명, 삼성 측에서 추천한 1명을 포함시키겠다고 했다.

이 같은 재판부 입장에 특검 측은 준법감시위 운영을 양형사유로 보는 것은 부당하고, 재벌 개혁 없는 준법감시위는 아무 의미가 없다며 반발했다.

특검 측은 “전직 대통령과 국내 최대 재벌 사이 일어난 비리에 미국 연방기준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 미국에는 삼성 같은 재벌이 없고 (준법감시위가) 실효성 있는지 의문이다”며 “지배구조 개편 없이 준법감시위만 도입한다면 그 자체로 실효성 한계 있을 수밖에 없다. 오너 마음에 따라 언제든지 (준법감시위가) 유명무실해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부는 재벌체제 혁신과 개선, 준법감시위 도입이 이 재판과 무관하다고 말씀하셨지만, 이미 양형심리로 진행되고 있다”며 “제대로 양형심리를 하자. 심도있는 양형심리를 진행해 달라”고 말했다. 특검은 특히 ‘범행 후 정황’ ‘적극적 뇌물 제공 여부’ 등 일반적인 사건에서 양형심리로 검토되는 내용들을 신중하게 살펴달라고 강하게 요구했다.

이에 재판부가 “준법감시위의 실효적 운영이 중요하고, 그 실효성 점검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고 다그치자, 특검 측은 “준법감시위 도입이 ‘이재용 봐주기’라는 지적도 있다. 이 사건이 회복 가능한 사법처리 대상 사건인지 의문이다”면서도 “재판장 의지가 있다면 그 수용 여부를 진지하게 고려해보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재판부는 1월 말까지 강 전 재판관에 대한 지명 의견을 제출해 달라고 양측에 요구했다.

한편, 이날 특검 측이 제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및 증거인멸 사건 관련 증거 신청은 기각됐다.

재판부는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에 따르면 승계작업의 일환으로 이뤄지는 개별 현안을 특정할 필요가 없고, 따라서 각각의 현안과 대가관계를 입증할 필요가 없으므로 추가 증거조사는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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