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평균 수입 658만원에 불과…업무 안정성도 낮아

2019년 6월 대구 수성구 경일대학교 대구교육관에서 열린 ‘대구웹툰캠퍼스’ 개소식에서 웹툰 작가 지망생들이 만화가 이현세 씨의 특강을 듣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2019년 6월 대구 수성구 경일대학교 대구교육관에서 열린 ‘대구웹툰캠퍼스’ 개소식에서 웹툰 작가 지망생들이 만화가 이현세 씨의 특강을 듣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웹툰 작가 지망생인 김민영(25·가명)씨는 현재 웹툰 보조작가로 일하고 있다. 버는 돈은 한달에 100만원 남짓. 문제는 언제 일이 끊길지 모른다는 불안감이다. 김씨는 “웹툰 작가 사정에 따라 언제든지 일이 끊길 수 있는 구조”라며 “일이 없는 달에는 수입이 40만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웹툰 보조작가들의 처우가 상당히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중 절반 이상이 불공정 계약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정부 차원의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민지 한국콘텐츠진흥원 박사가 최근 발표한 ‘2019 웹툰 어시스턴트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조사에 참여한 251명 웹툰 보조작가들의 연평균 수입은 658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53.8%가 500만원 미만을 번 것으로 집계됐다. 100만원 미만을 벌었다는 응답자도 18.3%에 달했다.

한콘진의 이번 실태조사는 국내 최초로 보조작가를 조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베일에 싸여 있던 보조작가들의 열악한 환경이 표면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웹툰 보조작가는 웹툰 작가들의 작품 활동을 보조해 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주된 수행 역할로는 ‘채색(밑색)’이 79.0%로 가장 많았으며 그다음 ‘채색(그림자)’ 53.7%, ‘배경’ 30.1%, ‘펜터치’ 25.6%, ‘보정’ 20.1%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웹툰 생태계의 중요한 구성원이지만, 관련 제도 등은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웹툰 보조작가들은 일자리를 주로 인터넷카페를 통해 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다음으로는 지인 소개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구직 자체가 ‘주먹구구’ 식으로 진행되다 보니 계약과 관련해서도 불합리한 경험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계약서를 작성한 경우는 전체 응답자의 22.3%에 불과했다. 대다수는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구두계약을 했다. 아울러 계약(구두계약 포함)과 관련해 불공정한 경험을 겪었다는 응답이 절반 이상(50.8%)으로 나타났다. 

불공정 계약 경험의 유형은 ‘급여 지급일·금액 등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경우가 17.5%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서 ‘무리한 업무 요구 또는 업무 시간 과중(8.1%)’, ‘일방적인 계약 취소 또는 변경(8.1%)’, ‘비용 협의가 제대로 되지 않음(7.4%)’, ‘계약서에 없는 추가 업무 발생(5.5%)’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한 보조작가는 “처음엔 한 페이지에 얼마 주겠다고 했는데, 끝날 때쯤에 조금 마음에 안 들었는지 깎아서 준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자료=한콘진
자료=한콘진

보조작가들은 업무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회당 평균 비용이 적음’과 ‘전문 직업으로서의 안정성 부족’을 꼽았다. 특히 경력에 대한 인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전업으로 삼기에 불안정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보조작가 일을 하고 있는 김성수(30·가명)씨는 “웹툰 작가가 갑자기 휴재를 선언하면, 보조작가 또한 일방적으로 일을 쉴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또 경력이 쌓인다고 해서 회당 비용이 더 늘어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작가는 “인터넷카페 등 커뮤니티에 구직을 의존하고 있는 것 자체가 많이 모순된다. 작가들을 관리할 수 있는 독립된 기관이 필요하다”며 “지금으로서는 사실상 최저임금조차 보장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들을 위한 정부 차원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우선 정확한 실태조사가 꾸준히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표준계약서 등 법적인 제도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콘진 관계자는 “우선 구인·구직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 표준계약서 도입 등 법적·제도적인 보장이 중요한 상황”이라며 “이런 조건이 확립된다면 웹툰 보조작가 역시 독립적인 전문 직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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