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직제개편 추진에 대검 등 반발···폐지 여부 불투명 관측
업계 “폐지되면 리베이트 수사 약화 전망”···국민 입장에선 존치 필요 의견도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제약업계가 서울서부지방검찰청의 의약품 리베이트 수사 부서 폐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법무부가 검찰 직제개편안을 추진하는 것에 일선 검사들이 반발하고 있어 폐지 여부는 불확실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는 법무부 초안대로 서부지검 리베이트 부서가 폐지될 경우, 의약품 리베이트 수사가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17일 관련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가 추진하는 검찰 직제개편안이 검찰과 변호사들의 집단적 반발에 부딪혀 향후 개편 여부가 불투명하다.  

당초 법무부는 지난 13일 ‘인권’ ‘민생’ 중심의 검찰 직제개편이라며 직접수사 부서 축소와 형사·공판부 확대를 골자로 한 직제개편 초안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서울서부지검 식품의약조사부를 형사부로 전환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번 개편안의 핵심은 수사환경 변화에 따라 직접수사 부서를 형사부 및 공판부로 전환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식품의약조사부 폐지로 분석된다.

하지만 이 같은 직제개편 초안에 대해 대검찰청이 지난 16일 “전문성을 요하는 전담 부서의 경우 신속하고 효율적인 범죄 대응을 위해 존치가 필요하다”며 사실상 반기를 들었다. 여기서 전담 부서란 서부지검 식품의약조사부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조세범죄조사부, 과학기술범죄수사부,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증권범죄합동수사단 등을 지칭한다.  

이어 17일에는 ‘대한민국 법치주의 후퇴를 우려하는 변호사 130인’이 검찰 직제개편안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변호사들은 성명에서 “이들(직접수사) 부서가 사라지면 국민적 의혹이 큰 사건 수사에 중대한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변호사들은 해당 부서 중 일부가 신라젠의 미공개 정보 이용 주식 거래 의혹 수사 등을 맡고 있다는 점도 거론했다. 이 부서는 남부지검 합수단이다.

합수단은 신라젠 사건 외에도 최근 라임 무역금융펀드를 둘러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와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등의 혐의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는 등 전 방위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단장은 김영기 부장검사(서울 강서고·연대 법대 졸, 사시 40회·연수원 30기)다. 법무부는 비직제 수사단이라는 이유로 합수단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당초 오는 21일 국무회의에 검찰 직제개편안을 상정해 통과시키려던 법무부가 계획대로 진행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제약업계와 관련 있는 서부지검 식품의약조사부는 당초 지난 2011년 서울중앙지검에 조직된 정부 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수사반’이 모태였다. 당시 의약 분야 전문 검사, 특수부 출신 검사와 검찰수사관, 경찰수사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청,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건강보험공단 파견자들로 구성됐다. 비정규직제였던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 수사반은 지난 2014년 서부지검으로 옮겨 식품의약조사부라는 정규직제로 개편됐다. 

이후 서부지검 식품의약조사부는 식품 관련 범죄도 맡아 리베이트 전담 수사 부서로서 명성을 이어갔다. 한국노바티스와 동화약품, 한올바이오파마 수사에 이어 지난해에는 안국약품을 리베이트 제공과 불법 임상시험 혐의로 기소하고, 어진 대표이사 부회장을 구속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특히 동성제약의 경우 조만간 식품의약품안전처 위해사범중앙조사단이 진행했던 리베이트 수사 결과를 검찰로 송치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향후 법무부가 추진하는 직제개편안이 원안대로 확정돼 서부지검 식품의약조사부가 사실상 폐지되면 의약품 리베이트 수사는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제약업계의 중론이다. 복수의 제약업계 소식통은 “법무부 논리대로 식품의약조사부가 포함된 직접수사 부서를 형사부나 공판부로 전환하면 수사 범위나 강도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그동안 전문성을 발휘했던 의약품 리베이트 수사는 약화되고 복지부 등에서 파견 나갔던 실무자들도 복귀하게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반면 제약업계와 달리 일반 국민 입장에서 법무부 논리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법무부는 직접수사 부서를 형사부나 공판부로 전환한다고 하지만, 보건의료나 식품, 증권 등에 전문성을 축적하며 수사를 해 왔던 부서를 폐지하면 그 공백을 어느 부서가 메울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법조계 관계자는 “다른 수사 부서도 그렇지만 의약품은 전문성이 중요한데 인권과 민생에 중점을 두고 리베이트 수사를 축소하면 그 피해는 건강보험료를 충실히 내는 일반 국민에게 갈 수 있다”며 “최소한 의약품 리베이트 수사를 다른 기관이 맡는다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현재로선 법무부가 직제개편안을 강행할 가능성이 예상된다. 단, 대검 주장대로 서부지검 식품의약조사부 등 3개 부서의 형사부 전환과 남부지검 합수단 폐지 등 직접수사 부서 중 전담 부서를 놓고는 협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있어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예정대로 식약처 중조단이 곧 리베이트 사건을 검찰로 송치하면 동성제약이 이번 직제개편의 영향을 첫 번째로 받게 될 것이라고 업계 소식통들은 관측한다.   

복수의 소식통은 “공교롭게 신라젠 수사와 의약품 리베이트 수사 전담 부서가 폐지될 운명에 처했다”며 “이를 보는 제약사들이 자사에 미치는 구체적 영향을 계산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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