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기재부 반대로 가습기살균제 관련 특별법 개정안 국회 법사위 묶여
20대 국회 회기 만료까지 미처리 시 자동 폐기
피해자·특조위 “정부·국회 조속 처리하라”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이 무릎을 꿇고 법안 통과를 호소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이 무릎을 꿇고 법안 통과를 호소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가습기살균제로 목숨을 잃고 아픈 국민들의 입증 책임을 기업에 두고 장해급여를 신설하는 특별법 개정안이 법무부와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국회 법사위에 묶여있다. 20대 국회 회기 만료 전에, 이 달 안에라도 조속히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개정안에 일실손해금과 위로금 등 실질적 보상 방안을 담는 형태로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

최숙자 가습기살균제 3·4단계 유족 모임 대표는 16일 시사저널e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밝혔다.

이날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과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국회 법사위에 묶여 있는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특별법)’ 개정안의 빠른 처리를 촉구했다. 20대 국회의 회기가 끝나면 이 개정안은 자동 폐기된다.

특히 이들은 법무부와 기재부의 개정안 내용 반대, 국회와 환경부의 소극성으로 개정안이 묶여있다고 밝혔다.

2017년 2월 만들어진 특별법은 법이 인정하는 피해 질환 범위가 좁고 실질적 지원이 부족하다는 등의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피해자들과 특조위의 요구로 국회는 피해 인정 질환을 확대하고 가습기살균제 노출과 질병의 인과관계 입증 책임을 기업에 두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지난 9일 법사위에서 의결이 보류됐다. 당시 어느 의원도 반대 의견을 제기하지 않았음에도 여상규 법사위원장(자유한국당)이 법무부와 기재부 등 유관기관에서 반대 의견이 제출됐다며 법안 처리를 막았다.

이에 16일 특조위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심화된 것은 그동안 무원칙, 무성의, 무의지의 태도를 보여준 정부의 책임이 크다”며 “특별법 개정안 통과를 목전에 둔 시점에서 정부가 부정적 의견을 내 특별법 통과를 가로막는다면 이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해결하는 주체가 정부라는 것을 스스로 망각하는 것으로 사실상 방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특조위에 따르면 법무부는 ‘질환 확대, 입증책임 완화, 기업 분담금 추가 부가, 자료제출명령 제도’등에 반대 의견을 냈다. 이는 가해 기업의 개정안 반대 의견과 같다.

법무부는 노출과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 입증책임을 사업자에 전환하는 것은 사업자의 반증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피해자의 건강에 대한 정보가 없어 가해 기업의 입증이 어렵다는 검토 의견을 냈다.

법무부는 추가 분담금 부과와 징수에 대해서도 규정이 없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소송 시 필수 자료가 오로지 가해 기업에 있을 경우 법원의 자료제출명령에 대해서도 가해 기업의 영업비밀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며 반대했다.

이에 특조위는 “가해기업이 영업비밀 보호라는 명목으로 자료제출 회피의 구실로 악용될 수 있다”며 “또 노출과 질병의 인과관계를 피해자에게 입증 요구시 인체안전성 확인 없이 유해제품을 출시, 판매, 표시·광고한 기업에 면죄부를 주게 되는 결과다. 사업자는 소송 절차에서 문서제출명령신청 등으로 필요한 자료를 확보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기재부는 개정안의 장해급여 신설에 대해 요양생활수당과 비슷하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하지만 특조위는 “장해급여와 요양생활수당은 성격이 전혀 다르다”고 밝혔다. 장해급여는 피해자들이 입은 장해에 따른 손해(건강기능상실, 노동능력상실, 일실수입)에 대한 급여다. 요양생활수당은 요양(치료)기간 동안의 생활비용 손해(소득활동 감소, 휴업손해)에 대한 급여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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