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글로벌 네트워크 61개로 경쟁사에 비해 열세···농협금융은 16개 불과
소매금융·농업 연계 금융서비스 등 기존 강점, 해외로 이식 시도

자료=KB금융그룹/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자료=KB금융그룹/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글로벌 사업의 후발주자로 꼽히는 KB금융그룹과 NH농협금융그룹이 경쟁사 추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요 금융그룹들이 업계 불황 타개를 위해 일제히 글로벌 시장 진출에 힘을 쏟고 있는 가운데 두 그룹은 자신들만의 강점을 살린 차별화된 전략으로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KB금융의 경우 국내 시장에서 강세를 보였던 소매금융 사업을 내세워 동남아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농협금융은 농업 연계 금융서비스라는 틈새 시장 공략에 나섰다. 두 그룹의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인해 국내 금융그룹의 글로벌 시장 경쟁이 보다 치열해질 전망이다.

◇KB, 과거 실패 영향으로 글로벌 사업 ‘부진’···농협은행, 2013년에 첫 해외지점 개설

1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KB금융과 농협금융은 글로벌 시장 진출에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KB금융은 지난해 말 KB국민은행을 통해 캄보디아의 소액대출 금융기관 ‘프라삭 마이크로파이낸스’(이하 프라삭)의 지분 70%를 인수했으며 농협금융은 지난 14일 세계 최대 비료협동조합인 인도비료협동조합(IFFCO)과의 조인트벤처(JV) 방식으로 인도 금융시장에 첫 발을 디뎠다.

KB금융과 농협금융은 그 동안 국내 금융그룹 중 글로벌 시장 진출의 후발주자로 여겨져 왔다. KB금융은 지난 2008년 카자흐스탄의 센터크레디트은행(BCC)을 인수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에 나섰지만 1조원에 가까운 손실을 입었고 그 영향으로 약 10년 동안 글로벌 시장 진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현재 KB금융은 총 61개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 중이다. 은행이 38개로 가장 많으며 KB손해보험(10개)과 KB증권(7개)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신한금융그룹(213개)과 하나금융그룹(199개), 우리금융그룹(474개) 등에 크게 뒤처지는 수치다.

농협금융은 농협은행의 첫 해외지점 설립 시점이 지난 2013년(뉴욕 지점)일 정도로 진출 시도 자체가 늦었다. 계열사 중 가장 많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NH투자증권 역시 LG투자증권과 우리투자증권 시절에 대부분의 해외 법인과 사무소를 설립했다. 현재 보유 중인 글로벌 네트워크는 총 16개에 불과하다.

자료=농협금융그룹/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자료=농협금융그룹/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캄보디아 ‘프라삭’ 상업은행 전환 예정···소매금융 강점에 디지털 역량도 추가

이들 금융그룹은 후발 주자로서의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다른 금융사들과는 차별화된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KB금융은 주택은행 시절부터 소매금융 부문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만큼 동남아 시장에서도 이를 충분히 활용할 방침이다.

국민은행이 지난해 말 인수한 프라삭은 캄보디아 최대 규모의 소액대출금융기관으로 현지 영업망이 117개에 달한다. 일반적인 소액대출금융기관과는 달리 정기예금과 저축성 예금도 취급할 수 있기 때문에 국민은행은 향후 프라삭을 상업은행으로 전환해 국민은행만의 소매금융 역량을 이전시킬 예정이다. 현재 현지에 6개 지점을 가지고 있는 KB캄보디아은행과의 통합도 유력시 된다.

지난 2018년에는 인도네시아의 소매금융 전문은행인 ‘부코핀은행’의 지분 22%를 인수하기도 했다. 현재 부코핀은행은 인도네시아 내 자산 기준 14위의 중형은행이지만 총 322개의 많은 지점 수를 보유하고 있다.

추가로 KB금융은 최근 그룹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는 디지털 사업도 동남아 시장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디지털뱅크 플랫폼 KB 리브(KB Liiv)의 캄보디아 버전인 ‘리브 KB 캄보디아’가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 등 선진국 시장에서는 CIB(기업투자금융) 영업을 강화하는 ‘투트랙 전략’도 함께 구사할 방침이다.

◇농협캐피탈, 인도 농기계 구매 및 담보대출 사업 참여···“서남아시아까지 영토 확장”

농협금융은 농업 연계 금융서비스로 인도 시장 진출의 첫발을 디뎠다. 14일 체결된 투자서명에 따라 NH농협캐피탈은 IFFCO 산하 트랙터 금융 전문회사인 IFFCO-Kisan Finance의 2대 주주(지분 약 25%)로 올라서게 됐다.

NH농협캐피탈은 이번 합작을 통해 현지 농기계 구매 및 담보대출 사업에 참여할 계획이다. IFFCO은 3만6000여개의 농업 관련 협동조합을 회원사로 두고 있기 때문에 광범위한 영업채널과 안정적인 사업물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농협금융은 설립 준비 중인 농협은행 인도 지점과의 시너지 사업을 확대하고 ‘농업-금융 연계 비즈니스’ 등을 통해 서남아시아지역까지 글로벌 사업 영토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캐피탈사의 해외진출 등이 지금 당장 큰 변화를 불러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나 차별화된 전략을 시도한다는 점은 눈여겨 볼만 하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장기적으로 전략이 지속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미 경쟁이 과열된 상태기는 하지만 아직 동남아를 비롯한 신흥국 시장의 성장 여력은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금융사들의 경쟁이 보다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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