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12% 축소···복수 사장체제 도입

구현모
구현모 KT 신임 CEO 내정자. /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KT가 박윤영 기업부문장(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복수 사장 체제를 구축하고 임원을 대폭 축소하는 등 ‘안정’보다는 ‘쇄신’을 택했다. 아울러 ‘젊은 피’를 대거 수혈해 빠르게 변하는 시장 환경에 대응하겠단 방침이다.

KT가 16일 2020년 조직개편 및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개편은 구현모 KT 신임 CEO 내정자가 관여하는 첫 개편으로 의미가 크다.

앞서 KT는 구 내정자를 차기 CEO로 지목하며, CEO 직급을 회장에서 사장으로 낮췄다. KT는 지난 2009년 이석채 회장이 취임하면서 그룹 CEO를 사장에서 회장으로 격상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제왕적 회장 체제의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계속 됐고, 이를 개선하고자 직급을 낮춘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기업’의 위상에 맞게 고액연봉도 삭감하기로 했다. 

특히 구 내정자의 경우 12년 만에 등장한 내부 출신 CEO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석채 전 회장과 황창규 회장은 모두 외부 인사다. 내부 인사 발탁으로 CEO 선정 과정에서 항상 불거진 낙하산 논란이 일단락된 모양새다.

◇회장에서 사장으로 직급 낮추고 복수 사장 체제로

KT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복수 사장 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권력을 분산시키겠단 의도로 보인다. CEO 선정 과정에서 구 내정자의 강력한 라이벌이었던 박윤영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킨 것이다. 구 내정자는 대표이사 사장으로, 박윤영 사장은 기업부문장 사장으로 활동하게 된다. 서로간의 협력과 견제를 통해 KT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게 만들기 위한 ‘묘수’로 해석된다. 

아울러 이동면 사장, 오성목 사장, 김인회 사장 등 기존 사장급 임원은 이번 인사를 통해 본사에서 제외됐다. 추후 자회사로 이동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투톱 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 물갈이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조직개편에서 주목할 점은 그동안 비대해진 KT를 슬림화하는 작업이 시작됐다는 점이다. KT는 영업과 상품∙서비스 개발로 나눠져 있던 조직을 통합하는 등 각 부문별로 통합 작업을 진행했다. 영업과 네트워크로 나눠져 있던 각 지역본부도 통합했다. 전국 11개 지역고객본부와 6개 네트워크운용본부를 6개 광역본부로 합쳐 고객 서비스와 기술 지원이 유기적으로 이뤄지도록 했다. 

임원 숫자도 크게 줄였다. KT 임원의 수는 전년 대비 약 12% 줄어든 98명이 됐다. 2016년 이후 4년 만에 임원 수가 두 자리 숫자로 축소됐다. 아울러 전무 이상 고위직을 대폭 줄여 (33명→25명) 젊고 민첩한 실무형 조직으로의 변화에 나섰다.

◇조직슬림화 시행…젊은 피 수혈

KT는 이번 임원 이사에서 조직에 변화와 혁신을 주기 위해 젊은 인력을 대거 발탁했다. 이번 인사로 KT 임원의 평균 연령은 52.1세가 됐다. 이는 전년 임원 평균 연령(52.9세)에 비해 한 살 가량 낮아진 것이다. 특히 신규 임원(상무)이 된 21명 중 27%가 1970년대생(50세 이하)이다. 이로써 KT 임원은 5명 중 1명 꼴(22.5%)로 50세 이하가 됐다.

임원 축소와 관련해 향후 인력 구조조정에 대한 가능성도 점쳐진다. 구 내정자는 황창규 회장 취임 초기 경영지원총괄로 재작하며 구조조정을 주도했다고 알려졌다. KT의 경우 경쟁사보다 조직이 비대하다는 점에서 효율화에 대한 얘기가 정기적으로 나온다. 지난해 3분기 기준 KT 직원 수는 2만3000여명으로 경쟁사인 SK텔레콤(5000여명), LG유플러스(1만여명)보다 훨씬 많다. 

업계 관계자는 “IT업계에서는 공동 대표 체제가 최신 트렌드다. 이는 빠른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함”이라며 “KT 역시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통신 시장에 적응하고자 복수 사장 체제를 도입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제왕적 권력 이미지가 강했던 KT 수장 이미지를 희석시키기 위한 의도도 어느정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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