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 회장·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 직접 출석 예정
금감원, ‘내부 통제 미흡’ 지적···은행 측 “내부 통제 기준 이미 마련돼 있어” 반박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겸 우리은행장(사진 왼쪽)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사진=연합뉴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겸 우리은행장(사진 왼쪽)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사진=연합뉴스

파생결합상품(DLF) 사태와 관련해 은행 경영진의 징계 수위를 논의하는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제재심 결과는 하나금융그룹과 우리금융그룹의 지배구조와 직결되기 때문에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긴장감에 휩싸여 있다.

중징계를 사전에 통보받은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겸 우리은행장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은 제재심에 직접 출석해 적극적으로 소명할 방침이다. 금감원과 은행 측은 CEO 징계의 법적 근거를 놓고 격론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사안이 중대한 만큼 제재심의 추가 개최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금감원은 오는 16일 오전 10시 DLF 제재심을 개최할 예정이다. 제재심의위원회는 금융감독원장 자문기구로서 제재심 결과에 따라 징계 수위가 확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윤석헌 금감원장의 최종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윤 원장은 지난 14일 “(제재심에서) 논의되는 것을 잘 경청하고 구체적으로 결론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도 기본적으로 존중하려고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제재심의 가장 큰 쟁점은 손태승 회장과 함영주 부회장에 대한 징계 수위다. 이미 금감원은 지난해 12월26일 두 은행에 사전통지서를 보내 손 회장과 함 부회장이 최대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를 받을 수 있다고 통보했다.

금융회사 임직원 제재는 ‘주의-주의적 경고-문책경고-직무정지-해임 권고’ 등 다섯 단계로 이뤄져 있으며 이 중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게 되면 향후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손 회장의 경우 오는 3월 주주총회를 거쳐 연임이 확실시되기 때문에 반드시 중징계를 피해야 하는 상황이다. 함 부회장 역시 차기 하나금융 회장 후보군 중 한 명이기 때문에 향후 행보를 위해서는 징계 수위를 반드시 낮춰야 한다.

손 회장과 함 부회장은 제재심에 직접 출석할 예정이다. 제재심은 제재 대상자인 금융사와 금감원의 검사 부서가 동등하게 진술권을 갖는 대심제로 진행된다. 변호인만 출석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손 회장과 함 부회장은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해 제재심 위원들에게 직접 의견을 피력할 방침이다.

금감원 측은 현재 내부 통제 미흡을 제재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은행법 34조의 3항에 따르면 은행은 금융사고 예방 대책을 마련해 내부 통제 기준에 반영하고 이를 준수해야 한다. 또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9조에 따르면 금융사는 임직원의 금융관계법령 위반행위 등을 방지하기 위한 절차나 기준을 내부 통제 기준에 포함시켜야 한다. 두 CEO가 이러한 내부 통제 기준을 제대로 마련·이행하지 못했다는 것이 금감원 측의 주장이다.

은행 측은 CEO 제재에 대한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 은행에 내부 통제 기준이 이미 존재하고 감독당국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점검받아 왔기 때문에 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한 사후 조사와 배상에 적극 협조했다는 점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CEO에게 직접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는 금융소비자보호법이 통과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직접 제재를 가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며 “미흡한 점이 있었을 수는 있지만 내부 통제 자체가 마련돼 있지 않은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선임된 CEO가 사고 발생의 모든 책임을 져야 된다면 기업이 안정적으로 지배구조를 유지하기 힘들어진다”며 “경영의 연속성, 주주가치 제고 등 부수적 요인도 함께 논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회의에서 결론이 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만약 논의가 길어질 경우 이달 30일 제재심이 한 차례 더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사안이 복잡하고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금융당국 내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윤 원장과는 달리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다소 온건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은 위원장은 올 초 손 회장의 연임 결정에 대해서도 “우리은행도 내부 인사나 주주총회 등이 있으니 금감원의 결정을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법과 절차에 따라 각자 자기 역할대로 하는 것”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원회 입장에서는 소비자 보호와 함께 자본시장 위축 등의 부정적 영향도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금감원과는 다소 다른 판단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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