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전문성 있는 사외이사 구하는 것 한계 있어”···인적 풀 적어 한 인물이 여러 기업에서 사외이사를 맡는 경우가 늘어날 수도

사진=셔터스톡
/ 사진=셔터스톡

법무부가 한 기업에서 사외이사를 6년 이상 하지 못하게 하는 상법 시행령 개정안 심사를 마친 사실이 알려지면서 기업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당장 올해부터 사외이사를 새로 임명하야 하는 곳들은 그야말로 ‘초비상’에 걸렸고 다른 기업들도 “앞으로 사외이사를 누구에게 맡겨야 하나”라고 우려하는 모습이다.

해당 개정안은 한 상장사에서 6년을 넘겨 사외이사로 근무했거나, 상장사와 그 계열사에서 재직한 기간을 더해 9년을 초과하는 경우 사외이사가 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법무부 설명이다.

기업들은 그야말로 비상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분명히 유예하기로 했다고 듣고 안심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렇게 도입된다고 하니 당황스럽다”고 전했다.

특히 몇몇 기업들은 바로 이번 주총에서부터 사외이사를 새로 선임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주)의 경우 감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상태 사외이사가 곧 떠나야 할 상황이고, SK하이닉스는 최종원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의 뒤를 이을 인물을 찾아야 한다.

특히 삼성SDI의 경우 감사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는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 김성재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김재희 연세대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홍석주 로커스캐피탈파트너스 대표이사 등 4명이 모두 상법 시행령 개정안 적용 대상에 포함될 예정이라 상당히 난감한 처지다.

기업들은 해당 시행령이 통과될 경우 향후 사외이사 선임과 관련 상당한 혼란이 있을 것이라고 입 모아 말한다. 한 4대그룹 임원은 “사외이사가 회사에 대해 전문성을 갖게 될 때까진 상당히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며 “앞으로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를 구하는 것이 점점 더 힘들어져 다양한 분야로 눈을 돌려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다른 10대 그룹 임원은 “사외이사의 인적 풀(Pool)은 상당히 적다”며 “어떻게, 어디서 찾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4대그룹 관계자는 “독립성을 강조하기 위한 조치인 줄은 알지만 일률적으로 ‘6년을 넘으면 무조건 안 된다’는 식의 방식은 아쉽다”며 “오히려 사외이사들이 더욱 해당 직을 잠시 다녀가는 곳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상황 속에 재계 관계자들은 결국 한 인물이 여러 기업에서 사외이사를 맡는 경우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인적풀은 적고, 그렇다고 검증되지 않은 인물을 앉힐 수 없는 자리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독립성이 강화될지 자체도 의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그동안 사외이사 운영행태를 보면 기업들이 사외이사의 전문성을 우려하는 것은 맞지 않아 보인다”며 “다만 오너경영 체제가 그대로인 상황에서 사외이사를 짧게 한다고 독립성이 보전될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해당 개정안은 차관회의 및 국무회의 심의, 대통령 재가 등을 2월 초 공포된 후 전격 시행된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