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환매 중지 사태 까보니 도덕적 해이 이슈 나와
DLF 사태 이어 라임까지 투자자 신뢰 연이어 추락
신뢰 끌어올리기 위한 자산운용업계 자성 필요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 중지 사태가 공·사모 펀드 시장에 큰 악재가 되고 있다. 환매 중지 사태를 통해 라임자산운용의 도덕적 해이가 드러나면서 펀드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떨어지고 있는 까닭이다. 가뜩이나 지난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에서 대량 손실 사태가 발생했던 터라 투자자들의 투자 상품 거부감은 더욱 커지게 됐다.

그도 그럴 것이 특정 펀드에서 당초 투자 콘셉트와는 다르게 펀드가 운용됐다는 점이 최근 밝혀졌다. 신한은행과 경남은행 등에서 판매된 라임자산운용의 ‘크레디트인슈어런스펀드’는 무역업체 매출채권에 투자하는 펀드였다. 무역금융보험의 신용이 보강돼 투자자들에게는 안전한 펀드로 설명됐다. 위험등급은 3등급 수준으로 최대 4.5% 수익률을 내걸었다. 

그러나 라임자산운용은 환매 중지 결정을 발표하기 이전인 9월 이 펀드에 자사 펀드인 ‘플루토FI D-1’와 ‘플루토-TF 1호’, 사모사채 등의 자산을 담았다. 그 비중이 많게는 47%를 넘어서기도 했다. 이 경우 매출채권 투자 비중은 50% 수준에 그쳤다. 라임자산운용은 일시적으로 해당 자산을 담았다고는 했지만 사실상 펀드 성격을 바꿀 만큼의 큰 변화가 발생한 것이다. 

올해 상반기 만기를 기다렸던 투자자들 입장에선 날벼락을 맞았다. 본인도 모르게 담긴 ‘플루토FI D-1’와 ‘플루토-TF 1호’가 지난해 10월 환매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만일 해당 펀드가 당초 전략대로 매출채권으로만 구성됐다면 무리없이 환매가 이뤄졌을 사안이었다. 라임자산운용은 최근 만기까지 유동화가 되지 않을 시 해당펀드의 환매가 중지될 수 있다고 판매사에 알린 상황이다. 

게다가 다른 펀드에서는 자산 부실 사실을 투자자들에게 알리지도 않았다. 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 펀드가 투자한 미국 현지 헤지펀드의 운용사 인터내셔널인베스트먼트그룹(IIG)이 최근 미국 금융당국으로부터 등록 취소 및 자산 동결 제재를 받았다. IIG가 2018년 말 투자자산이 채무불이행 상황에 빠졌는데도 이를 속이고 가짜 대출채권을 팔았다는 혐의였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이러한 사실을 지난해 말까지 알지 못한 채 환매 중지 상태에 놓였다.

종합해보면 당초 목적과는 다른 방향으로 투자자금이 투하됐고 자산의 부실이 발생했음에도 투자자들은 해당 사실을 고지받지 못했다. 운용규모 국내 1위 헤지펀드라는 이름에 믿고 맡겼지만 배신을 당한 셈이다. 국내 1위도 이럴진대 앞으로 투자자들은 어떤 투자 상품을 믿을 수 있을 지 의문이 든다. 

신뢰는 쌓기 어렵지만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 이 진부한 문장이 이번 사태에서는 크게 다가온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손실을 감추고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편법을 동원했던 사례가 과거 일부 운용사에서도 심심찮게 있었다고 한다. 수익률이 떨어지자 임원의 자금을 밀어넣어 이른바 물타기를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치열해진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일 수 있지만 이는 시장 전체를 죽이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모두가 살기 위해선 자산운용업계의 자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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