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철수 고심’, KG동부제철 ‘철수 유력’···中 강관 저가 공략으로 韓 시장 공급 초과
“각 사 특성에 맞는 개편으로 봐야···대내외 환경 어렵지만 심각한 수준 아냐”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주요 철강사들이 강관사업에서 속속 발을 빼는 분위기다. KG동부제철에 이어 현대제철도 매각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강관사업이 수익성에서 한계를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지만, 업계에서는 주력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행보로 받아들이고 있다.

강관(Steel pipe)이란 내부에 빈 공간이 있는 봉 형태의 철강제품을 일컫는다. 이름 그대로 ‘철로 만든 파이프’다. 소재에 따라 ‘보통강(탄소강)’과 ‘특수강’ 등으로 분류된다. 단면의 생김새에 따라 ‘원형 강판’과 사각 형태의 ‘장방형 강판’ 등으로 구분되기도 한다. 배관용, 건축구조용, 보일러 배관용, 송유관 및 전선관 등 각종 현장에서 널리 사용되는 자재다.

올 초 현대제철이 강관사업부를 계열사 현대비엔지스틸에 넘길 것이란 소식이 전해졌다.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은 한국철강협회 신년회에 참석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모든 사업의 수익성을 검토하고 있다”며 저수익 제품들에 대해 경영할 필요가 있는지 여부 등을 놓고 고심 중이라는 뜻을 내비쳤다.

강관사업 매각을 타진 중인 곳은 또 있다. KG동부제철이다. KG동부제철은 지난 2015년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지난해 KG그룹에 인수됐다. 이후 KG동부제철은 재무 및 수익성 개선에 열을 올리는 상황이다. 그 일환으로 2015년부터 줄곧 적자를 기록한 강관사업부의 매각을 심도 깊게 논의 중이다. 업계에서는 KG동부제철의 강관사업 매각을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대형 철강업체들까지 강관사업을 정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해당 사업의 성장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여론이 높아졌다. 한국철강협회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강관 수요는 350만톤에 불과하지만 실제 생산량은 500만톤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에서 값싼 강관들이 유입되면서 수익성이 더욱 악화하는 실정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 같은 현상만으로 주요 업체들의 사업 철수 이유를 설명하긴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강관사업의 비전 역시 몇몇 업체가 철수한다고 해서 암울하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도 지적한다. 국내 철강업계가 장기 침체와 수익률 하락이란 어려움에 공통적으로 노출된 상태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개선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강관 분야에서 국내 시장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매각 논의가 이뤄지는 것은 결코 강관사업의 미래가 불투명하기 때문은 아니다”며 “한정된 자본과 인력으로 주력 사업으로의 집중을 통해 철강업계가 공통적으로 처한 불황을 극복하고자 하는 각 업체의 노력”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또 “지난해 국내 강관 시장은 예년보다 축소된 290만톤 규모였으나, 올해는 이보다 개선돼 300만톤을 웃돌 것으로 예견된다”며 “강관업계 시황은 건설 투자와 밀접할 수밖에 없는데, 민간 건설 수주액은 다소 축소될 것으로 예측되지만 정부가 주도하는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확대될 전망이어서 전체적인 건설 투자가 증대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강관업계 1위는 세아제강이다. 이 업체 관계자는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국내외 환경이 어려운 것은 분명하지만, 강관 시장 전체가 큰 우려를 살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면서 “지속적인 성장 및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미국 SSUSA 설비 증설 및 베트남 현지 생산 법인 SSV 2공장 증설 등을 통해 현지 생산 체계를 강화하며 보호무역주의 등에 적극 대응 중”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침체된 내수 시장을 넘어 중동 등 신시장 개척을 꾸준히 타진 중이며, 터널용·내지진용 등 신제품 개발에도 박차를 가해 강관 분야 리딩 기업으로서 전문성을 강화하고 미래에 대비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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