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만 멋스러운 게 아니다. 내면까지 올차고 다부져야 제대로된 ‘걸갱 룩’이 완성된다.

‘걸 크러시’를 넘어 ‘걸갱(Girl Gang)’으로 진화했다. ‘걸갱 룩’은 단순히 슈트를 입고, 유니섹스적인 매력을 뽐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애티튜드와 자신만의 개성을 뚜렷하게 드러낸 스타일링이 핵심이다. 도발적인 메이크업과 마인드는 ‘걸갱 룩’의 완성. 치켜 올린 아이라이너와 강렬한 포인트 립, 거기다 사회 통념에 굴복하지 않는 ‘마이웨이’가 더해져 스타일을 완성한다. 2020년을 선도할 ‘갱 언니’들을 모았다.

 

 사진=각 스타 인스타그램, FNC엔터테인먼트·tvN·MBC 제공

 

‘멋쁨’의 정석, ‘AOA’

8년 차 걸 그룹 ‘AOA’가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짧은 치마’ ‘심쿵해’ ‘Excuse Me’ 등 상큼하고 섹시한 노래로 사랑받았던 그녀들이 Mnet <퀸덤>을 통해 카리스마 있는 ‘멋쁨녀’로 거듭난 것. 마마무를 커버한 ‘너나 해’ 무대는 이전의 ‘AOA’와는 확연히 달랐다. 노출 하나 없는 블랙 슈트에 자로 잰 듯한 칼군무가 더해져 그동안 뻔한 걸 그룹에 지쳐 있던 시청자들의 눈길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특히 지민의 가사는 이들이 추구하는 이상향을 명확히 드러냈다. “져버릴 꽃이 되긴 싫어. I’m the tree.”라는 짧은 한 줄로 사회적 통념을 산산이 깨뜨린 것. ‘AOA’는 이후 신곡 ‘날 보러 와요’에서도 같은 콘셉트를 유지했다. 미니스커트 대신 슈트를 입고, 화려한 주얼리 대신 중절모를 썼다. 2012년 데뷔 이래 가장 획기적인 변화였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들의 도전은 남성 팬덤을 넘어 수많은 여성 팬을 양산했다. 예고 없이 등장한 ‘멋진 언니’들에 모두가 열광한 것이다.

걸과 갱 사이, ‘블랙핑크’ 제니

1020세대의 패션 아이콘으로 우뚝 선 제니는 명품 브랜드 샤넬조차 사랑에 빠진 전 세계 여성들의 ‘스타일 워너비’다. SNS를 통해 그녀의 스타일링을 보고 있노라면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울 정도. 사랑스러운 베이비 페이스에 세상 어디에도 없을 소녀의 모습을 보여주다가도, 무대 위에선 강렬한 ‘센 언니’로 돌변해 섹시한 매력을 여과 없이 발휘한다. 제니에게 매혹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그녀의 몽환적인 ‘무쌍(쌍꺼풀 없는 눈)’ 덕분. 잔머리 하나 없이 걷어 올린 포니테일에 두 눈 가득 뒤덮은 아이 메이크업을 하고 농염한 표정을 지을 때면 ‘걸’과 ‘갱’ 사이 그 오묘한 경계를 넘나드는 느낌이다. 활발한 SNS 활동으로 수많은 패션 컬렉션을 완성 중인 제니. 보는 것만으로 즐거움을 선사하는 그녀의 스타일은 사랑받아 마땅하다.

요즘 제일 예쁜 언니, 한예슬

‘러블리’의 대명사에서 ‘힙녀’로 자리 잡아가던 배우 한예슬이 언젠가부터 ‘블랙’에 제대로 꽂힌 느낌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블랙 컬러로 무장하더니, 온몸 구석구석 타투를 새기는 재미에도 푹 빠졌다. 그녀는 직접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한예슬 is>에서 몸에 새긴 타투 12개의 의미를 공개했다. 특히 약지에 새긴 ‘never’라는 타투에 대해 “한국 사회에서 여자는 나이가 어느 정도 차면 결혼해야 한다는 부담을 느낀다”고 밝히며 “정말 확신 있고 사랑하는 사람이 아닐 시에는 사회적 분위기나 타협, 부담감에 경솔한 행동과 판단을 하지 말자는 의미”라고 소신을 밝혔다. 창백한 피부에 온몸을 수놓은 타투, 강렬한 올 블랙 패션은 이제 ‘한예슬표’ 스타일이 되고 있을 정도. “X나 사랑한다”는 팬의 댓글에 “X나 사랑해”라며 손가락 하트를 날리는 그녀를 보니 남성들의 이상형으로만 박제돼 있던 예쁘장한 여배우에서 여성들의 워너비로 진화한 게 확실하다.

 

사진=각 스타 인스타그램, FNC엔터테인먼트·tvN·MBC 제공

 

갱줌마’ 라미란

맛깔나는 연기로 ‘대체 불가’란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은 40대 여배우 라미란. 2018년 영화 <걸캅스>로 ‘걸 크러시’ 형사에 도전한 그녀가 이번에는 당찬 진학부장 선생님으로 돌아왔다. tvN <블랙독> 제작발표회를 통해 보여준 ‘어깨 깡패’ 패션은 베테랑 입시꾼 캐릭터 ‘박성순’과 배우 라미란의 유쾌한 매력을 모두 담았다. 그뿐만 아니라 과감한 블랙 레더 팬츠에 앵클부츠를 매치해 서현진 옆에서도 결코 꿀리지 않는 존재감을 드러냈다. 패션의 완성은 자신감이라고 했던가. 이 구역의 ‘어깨 깡패’는 나라는 듯그녀가 취한 과감하고 당당한 포즈들이 순식간에 포털 사이트를 도배했다. <걸캅스>의 이성경부터 <블랙독>의 서현진까지 ‘워로맨스’ 전문 배우로 거듭나고 있는 라미란의 안방극장 복귀가 유난히 반가운 요즘이다.

 

마이웨이 원 톱, ‘마마무’ 화사

화사는 과감한 노출도, 파격적인 메이크업도, 난해한 패션도 급이 다르다. 수영복을 연상케 하는 무대의상은 물론, 노브라로 공항 패션을 완성하거나 브라톱을 일상복으로 착용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화사는 한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패션 철학을 공개한 바 있다. 유난히 화제를 모았던 노브라 패션에 대해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은 가식적이고 오히려 남들에게 티가 난다”며 “뭔가를 노리고 그런 것이 아니라 그냥 편해서였다”고 명쾌한 답변을 내놨다. 자신의 당당함을 불편하게 보는 시선에 대해서도 오히려 감사함을 전하며 ‘쿨내 나는’ 언니의 면모를 보였다. 화사의 등장은 언제나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킨다. 비단 그녀의 스타일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신여성의 등장, ‘새소년’ 황소윤

MBC <놀면 뭐하니?>에 출연해 단박에 대세로 떠오른 ‘새소년’의 보컬 황소윤. 2017년 데뷔한 ‘새소년’은 데뷔 1년 만에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신인’과 ‘최우수 록 노래’를 수상한 실력 있는 3인조 밴드로, 황소윤은 밴드 내 유일한 홍일점이자 프런트 우먼이다. ‘요즘 가장 옷잘 입는 뮤지션’으로 손꼽히는 그녀가 이토록 주목받는 이유는 흔히 ‘여성’ 하면 떠오르는 모든 이미지를 과감하게 파괴했기 때문. 실제로 온라인상에서는 황소윤의 성별을 묻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그녀의 트레이드마크인 색안경과 독특한 메이크업, 기하학적인 패션은 묘하지만 중독성 있는 그녀의 음악만큼이나 신비롭다. 1997년생이라는 어린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놀라운 실력까지. 잠깐의 등장으로도 실시간 검색어 1위에 랭크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마미의 스웨그’ 진서연


2018년 큰 인기를 끌었던 영화 <독전>에서 파격적인 ‘신 스틸러’로 등장한 배우 진서연. 극 중고 김주혁의 파트너이자 마약 중독자의 역할을 실감나게 소화하며 주연보다 빛나는 조연으로 자리매김했다. 전무후무한 독한 카리스마를 뒤로한 채, 2018년 11월 엄마가 된 그녀는 오랜 공백기를 깨고 올 2월 컴백할 예정이다. OCN <본 대로 말하라>에서 광역수사대 팀장으로 ‘열일 행보’를 보여줄 계획. 그녀는 평소에도 자신이 열연했던 캐릭터만큼이나 강렬하고 스웨그 넘치는 스타일링을 즐긴다. 보이시한 쇼트커트에 시니컬한 패션 아이템은 물론, 과감한 주얼리도 그녀에겐 일상 아이템이다. 이미 충무로에 독보적인 자신의 영역을 구축한 진서연, ‘마미의 스웨그’는 오늘도 여전히 ‘힙’하다.

 

우먼센스 2020년 01월호

https://www.smlounge.co.kr/woman

취재 김두리(프리랜서) 사진 각 스타 인스타그램, FNC엔터테인먼트·tvN·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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