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석 예고했다가, 재판 사흘 전 불출석 사유서 제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측에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0월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 출석한 뒤,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측에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0월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 출석한 뒤,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손경식 CJ 회장이 17일 예정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에 증인으로 소환됐지만, 정해진 날짜에 출석이 어렵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 부회장 측은 국정농단 사건 과정에서 CJ가 청와대의 압박을 받았다는 점을 근거로 삼성 역시 수동적으로 뇌물을 줄 수 밖에 없었다고 강조하려 했지만, 이러한 전략에 제동이 걸린 모습이다.

15일 법원에 따르면 손 회장은 전날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 부장판사)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손 회장은 지난달 25일 증인 출석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재판부가 오라고 하면 국민된 도리로서 가겠다”고 밝혔지만 공판을 사흘 앞두고 입장을 바꿨다. 손 회장은 일본 출장 등 경영상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 측은 손 회장의 증인 출석에 공을 들여왔다. 국정농단 사건에서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기업에 압박을 가해온 사실을 증언했던 손 회장의 증언을 통해, 이 부회장이 수동적으로 뇌물을 줬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다. 손 회장은 지난 2018년 1월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1심에서 지난 2013년 조원동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으로부터 박 전 대통령의 뜻이라며 이미경 CJ 부회장을 퇴진시키라는 압박을 받았다는 취지의 증언을 한 바 있다.

반면 이 사건 공소유지를 맡고 있는 박영수 특별검사팀 측은 CJ가 국정농단 사건 당시 정권 차원의 압박을 받았지만, 삼성 은 이와 달리 이른바 ‘포괄적 승계’ 과정에서 자발적으로 뇌물을 건넸다고 보고 있다.

재판부는 17일 재판에서 검찰과 변호인 측의 의견을 들은 뒤, 손 회장을 재소환할지 등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8월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항소심 재판부는 코어스포츠 용역대금(약 36억원)만 뇌물로 인정했지만, 대법원은 말 세 필 구입금액(약 34억원),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약 16억원)까지 인정해 뇌물 규모가 약 86억원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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