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합병기일 맞추고 연내 상장하려면 시간 빠듯해

최진환 SK브로드밴드 사장 / 사진=SK브로드밴드
최진환 SK브로드밴드 사장 / 사진=SK브로드밴드

최진환 SK브로드밴드 신임 사장의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최 사장은 올해 티브로드와의 합병에어 이어 기업 상장까지 2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2020년 과학기술인·정보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SK브로드밴드가 준비를 많이 하고 있고 가능하면 올해 자회사 2곳의 상장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유료방송 합병이 잘 마무리 돼야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SK브로드밴드는 케이블TV 업체인 티브로드와의 합병을 진행하면서 방송통신위원회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SK텔레콤이 공시한 양사 합병기일이 오는 4월 1일이기 때문에 그전까지 합병을 마쳐야 한다. 당초 합병기일은 올해 1월 1일로 지정됐다가 다시 올해 3월 1일로 연기됐다가 한 달 더 늦춰 4월 1일로 미뤄졌다.

합병기일 전까지 방통위 사전 동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법인 변경허가, 금융감독원 신고, 주주총회 및 이사회 의결을 모두 마쳐야 한다. 합병이 끝나고 나면 쉴 틈도 없이 바로 기업공개(IPO) 준비 절차에 돌입해야 한다. 연내 상장을 마치려면 1년 꼬박 빠듯한 시간을 활용해야 한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상장 절차와 물리적 일정 등을 고려할 때 연내에 상장까지 마무리 짓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올해 사업 계획은 이르면 이달 말쯤 나올 예정이다.

최 사장은 올해 시무식 인사말에서 ‘혁신’과 ‘확장’을 올해 경영전략 키워드로 제안했다. 유료방송 시장 재편이 마무리되면 빠른 시간 내 미디어 플랫폼 1위 사업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사장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본질에 집중해야 하며 IPTV 서비스의 콘텐츠와 사용자 인터페이스(UI)‧사용자 경험(UX) 마케팅 모두 고객에 대한 이해가 핵심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당초 SK브로드밴드의 새로운 수장으로 최 사장이 내정된 것도 이런 이유다. ADT캡스 대표였던 최 사장은 장기신용은행, AT커니컨설팅, 베인앤컴퍼니, 현대캐피탈/현대카드 전략기획본부장, 현대라이프 대표 등을 역임한 금융통이다. 숫자 감각을 통해 SK브로드밴드를 본격 상장하기 위해 밑그림을 그리는데 적임자란 평가를 바든다.

최 사장이 취임한 후 사내 분위기도 바뀌었다는 평가다. 미래나 성장을 추구하던 추상적이고 이상적인 분위기에서 숫자로 꼼꼼하게 실적을 관리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재무회계 쪽을 특히 많이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 조직 변화도 크다.

SK브로드밴드 내부 관계자는 “조직이 많이 바뀌고 인원 조정도 있었다”며 “업무적으로 성과를 꼼꼼하게 보면서 깐깐해진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언론 홍보를 담당하는 팀원도 기존 3명에서 5명으로 증원됐다. 그만큼 올해 이슈에 대응할 채비를 한 것이다.

상장을 하려면 사전준비, 상장 예비 심사, 유가증권시장 상장위원회 심의, 공모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선행절차로 지정감사인 감사를 마치고 사전 준비로 대표주관회사계약 체결, 정관정비, 명의개서대행계약 체결, 우리사주조합 결성, 유가증권시장본부 예비접촉을 마쳐야 한다. 이후 상장심사, 유가증권시장상장위원회 심의를 거쳐 수요예측 및 발행가격결정, 청약‧배정 및 납입, 증권발행실적 보고까지 끝낸 뒤에야 상장신청을 할 수 있다.

중간에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기면 연내 상장을 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룹의 요구에 부응하고 SK그룹의 미디어 회사로서 덩치를 더욱 키우려면 올해 안에 주어진 과제를 마무리 짓는 편이 성장에 유리하다. 따라서 올해 SK브로드밴드의 사업 방향이 막연한 사업보다는 실적이 담보되는 쪽으로 무게가 실릴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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