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보험사 숨은보험금 찾기 캠페인에도···남은 보험금 10조7340억원
일부 계약자들 만기환급금 알고도 찾아가지 않아

일부 계약자들이 금리 혜택을 이유로 일부러 보험금을 찾아가지 않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보험사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사진=셔터스톡
일부 계약자들이 금리 혜택을 이유로 일부러 보험금을 찾아가지 않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보험사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사진=셔터스톡

보험 만기가 지났음에도 주인을 찾지 못한 숨은 보험금이 11조원에 달해 보험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과거 고금리 시절 맺은 계약이 상당수라 보험금을 늦게 찾아갈수록 이자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금리혜택을 이유로 일부러 보험금을 찾아가지 않는 사례도 발생해 보험사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14일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월 말 기준 약 10조7340억원 규모의 숨은 보험금이 남아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험금 유형별로 보면 중도보험금 7조8600만원, 만기보험금 1조7800억원, 휴면보험금 1조1000억원 등이다.

하지만 이 중 일부는 계약자들이 몰라서 찾지 못한 보험금이 아닌 알고도 찾아가지 않는 보험금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관상 가입자가 2001년 3월 이전에 가입해 만기를 맞은 보험금을 찾아가지 않으면 계약 시점의 예정이율에 1%포인트의 이자율이 추가로 제공된다. 2001년 3월 이후 체결된 계약의 경우 중도보험금에 대해선 보험계약 시점의 예정이율에 따른 이자율이, 만기환급금에 대해선 만기 1년까지 예정이율의 50% 금리를 받다가 2년이 지나면 1%의 고정금리가 적용된다.

가령 계약자가 2001년 3월 이전에 예정이율 7.5%대의 연금보험에 가입했다면 보험사는 휴면보험금으로 전환되기 전까지 8.5% 이자를 내줘야 한다.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1%대 중반인 것을 고려하면 가입자 입장에선 보험금을 받지 않고 놔두는 것이 유리한 셈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는 일부 가입자가 보험사가 억지로 만기환급금을 돌려줬다며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계약시점이 오래된 보험의 경우 금리가 높다보니 만기환급금의 존재를 알면서도 일부러 보험금을 찾아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간혹 청구하지도 않았는데 보험금을 받았다며 민원을 제기해 보험사에 보험금을 재이체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고금리 상품을 경쟁적으로 팔았던 보험사들은 가입자들이 찾아가지 않는 보험금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저금리 장기화로 보험사의 자산운용이익률이 갈수록 하락세를 그리고 있는 데다가 금리 혜택을 노린 가입자들이 보험금을 일부러 찾아가지 않으면서 역마진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생긴 이상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며 “시중은행의 금리가 낮다 보니 일부 고객들이 만기보험금이 있는 걸 알면서도 일부러 보험사에 돈을 묵혀두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저금리로 자산운용이익률이 하락하면서 금리가 높은 상품에 역마진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일부 고객들이 만기환급금을 찾아가질 않으니 이자 부담까지 가중돼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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