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이사직 사임·사내이사직 유지···“책임 피하고 권한 행사만” 지적도
IPO 앞두고 ‘오너 기업’ 이미지 벗기 나서
김 회장, 내부거래·편법승계 등 각종 구설수에 휩싸여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이 호반건설의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2018년 12월 대표이사로 복귀한지 1년여 만에 돌연 사임한 것이다. 짧은 시간에 취임과 사임이 잇따르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업계에선 호반건설이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오너 기업’ 이미지 벗기에 나섰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호반건설은 김 회장이 사업 전반에 걸쳐 직접 의사 결정을 내리는 오너 경영 체제로 운영돼 왔다. 김 회장을 둘러싼 오너 리스크가 향후 IPO 심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김 회장은 지난해 12월 9일부로 호반건설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2018년 12월 3일 대표이사직에 취임한 이후 1년 만이다. 김 회장의 대표이사직 사임은 전문경영인에 의한 책임경영 체제를 강화한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호반건설의 IPO를 앞두고 오너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일환으로 해석하고 있다.

김 회장은 최근 광주시장 동생과 호반건설의 유착관계 의혹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이번 임원 변동 공시는 공교롭게도 광주 민간공원 특혜 의혹 수사 결과 이후 발표됐다. 앞서 검찰은 민간공원 특례사업에 참여하려는 김 회장에게 “광주시와의 관계에서 편의를 받을 수 있도록 시장에게 알선해주겠다”는 명목으로 133억원 상당(1만7112톤)의 철근납품기회를 부여받은 혐의로 이용섭 광주시장의 친동생을 기소했다.

또 이씨는 김 회장의 추천으로 국내 3대 제강사의 유통사로 등록돼 비교적 저가에 철근을 공급받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호반건설은 해당 사건과 임원 인사는 전혀 연관이 없다며 선을 그은 상태지만 논란은 식지 않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사내이사직은 기존대로 유지하면서 경영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김 회장이 IPO를 앞두고 최근 지속되고 있는 여러 가지 논란에 대해 책임은 피하고 권한 행사는 계속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김상열 회장을 둘러싼 부정적인 이슈들이 IPO 심사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김 회장을 향한 ‘내부거래’와 ‘편법 승계’에 대한 의혹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호반건설은 2008년부터 2018년까지 한국주택토지공사로부터 낙찰 받은 아파트 용지 44개 중 17개를 장남 김대헌 부사장과 둘째 김윤혜 아브뉴프랑 마케팅실장, 막내 김민성 전무가 대주주로 있는 계열사로 넘기는 방식으로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회장의 세 자녀는 이 과정에서 수천억원이 넘는 수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1월 호반건설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사가 일감 몰아주기와 이에 따른 편법 승계 등 문제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나온다. 공정위 조사 결과에서 내부거래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호반건설은 IPO를 넘어서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호반건설 총수 일가는 김 부사장이 지배하고 있던 호반을 내부거래를 통해 100배 이상 성장시키고, 2018년 호반건설과 합병하며 경영 승계 작업을 마무리 했다. 김 부사장은 호반건설의 지분 54.73%를 보유하게 됐다. 김 회장과 어머니인 우현희 태성문화재단 이사장의 지분은 각각 10.5%, 10.8%에 불과해 사실상 지분 승계가 끝났다는 평가다. 업계에선 이 과정들이 승계와 사적이익을 주된 목적으로 진행됐다는 지적이 일었다.

한 증권관계자는 “오너 리스크는 상장 이후에도 폐지사유가 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며 “특히 기업과 오너 일가에 그치지 않고 투자자에게도 위험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에 IPO 심사에서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고 말했다. 이어 “2015년 상장을 준비하던 ‘네이처리퍼블릭’이 정운호 전 대표의 상습 불법도박 사건 등 오너 리스크 탓에 수포로 돌아간 사례가 있고 호텔롯데, 바디프렌드 등이 같은 이유로 IPO가 연기된 바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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