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간州 홀란드공장 증설한 LG화학, GM과 2.6조 투자해 합작공장 설립 계획
조지아州 1공장 완공 2년 앞둔 SK이노, CES에서 갑작스런 2공장 계획 발표
“배터리 소송 우위 선점 위한 氣싸움” 해석도···ITC 조기 패소 판결 ‘곧 발표’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미국 현지에서 ‘원정 소송전’을 펼치고 있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 배터리 현지공략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앞서 LG화학이 제네럴모터스(GM)와 합작 배터리 공장 설립 계획을 밝힌 데 이어, SK이노베이션도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미국 1공장 완공 직후 2공장 착공 계획을 천명했기 때문이다.

LG화학과 GM의 합작공장은 오하이오주 로즈타운에 설립될 계획이다. 이르면 올 5월께 착공하며, 이곳에서 생산되는 배터리셀은 GM의 차세대 전기차 등에 공급될 계획이다. 양사는 합작사 설립을 위해 1조원씩 출자해 각각 50%의 지분을 확보한 상태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총 2조7000억원을 단계적으로 출자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GM은 미국 외에도 24개국에 28개의 자회사를 거느렸다. 총 169개국에서 차를 판매하는 거대 자동차기업이다. 한국GM도 이곳의 계열사 중 하나다. 쉐보레(Chevrolet)를 비롯해 △뷰익(Buick) △캐딜락(Cadillac) △GMC 등이 대표적인 브랜드다. 특히 쉐보레의 경우 ‘쉐비(Chevy)’란 애칭이 있을 만큼 미국 내에서 사랑받는 ‘국민차 브랜드’다.

LG화학은 지난 2009년부터 배터리 등과 관련해 GM 측과 공고한 협력관계를 유지 중이다. 이번에 새로 지어질 합작공장은 GM의 본사 소재지인 디트로이트로부터 동남쪽으로 400km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2012년 완공된 미시간주 소재 LG화학 홀랜드공장도 디트로이트로부터 서쪽으로 약 300km 거리에 있다. GM을 중심으로 근거리에 배터리 공장이 설립된 셈이다.

이번 합작의 의의로 LG화학은 안정적인 북미 시장 판로 개척을 꼽았다. 합작사 설립 계약 체결 당시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배터리 기술력·안전성·신뢰성 등 기술 솔루션을 고객사에 공급해 글로벌 시장 리더 지위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면서 북미 시장 개척을 발판 삼아 글로벌 1위 배터리업체로 도약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미국 등 북미 시장은 중국·유럽 등과 더불어 세계 3대 전기차 시장으로 꼽힌다. ‘친환경 정책’의 반대편에 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국 석유업계의 입김으로 ‘빅3’ 중 가장 더딘 속도를 보이긴 하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성장이 예견되는 시장이기도 하다. 미래에셋대우의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52만대 수준이었던 현지 전기차 시장은 내년 91만대, 2023년 132만대 등 급속도로 커질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도 이 같은 가능성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최근 세계가전박람회(CES) 2020 참석차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방문한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미국과 헝가리에 전기차 배터리 생산 공장을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 총괄사장은 “관세 장벽을 피하고 현지 완성차업체들의 수요 충족을 위해서”라고 증설 배경을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조지아주에 9.8GWh 규모의 1공장을 설립 중이다. 오는 2022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 김 총괄사장이 언급한 2공장 설립은 1공장 완공 직후 시행될 계획이다. SK 측의 이번 증설에 대해서도 미국 시장의 성장 기대감에 부응한 투자 결의로 보는 해석이 분분하다. 동시에 LG화학과 현지에서 벌이고 있는 소송에도 우호적 현지 여론 조성이란 부수적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미국 생산라인 증설은 현지 전기차 시장이 팽창하면서 수요가 늘어날 것에 대비하는 사업적인 성격이 무엇보다 강할 것”이라며 “다만 시기적으로 두 회사가 현지에서 특허권을 둘러싼 소송전을 펼치고 있고, 해외 기업들의 현지 투자를 반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 등을 감안하면 부수적인 효과를 누리려는 측면도 분명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SK이노베이션의 경우 미국·헝가리 외에도 유럽 지역에 6GWh 규모의 배터리 생산라인을 추가할 것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결과적으로 미국 공장 증설계획을 조속히 발표함으로써 현지의 우호적 반응을 이끌어내고, 동시에 유럽 지역 투자를 확대함으로써 패소할 경우에 대비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답했다.

양사의 소송전은 지난해 4월 촉발했다. LG화학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SK이노베이션 미국 법인 소재지인 델라웨어(Delaware)주 지방법원에 ‘영업비밀 침해’로 소송을 제기하면서다. 이후 SK이노베이션이 맞소송에 나서는 등 지속적인 공방이 펼쳐졌다. 소장을 수정하기도 하고, 국내에서 추가 소를 제기하는 등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져갔다.

지난해 11월에는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이 조직적 증거인멸을 시도했다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조기 패소를 신청했다. ITC가 조기 패소 요건이 충분하다고 볼 경우 델라웨어 법원 판결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다만, ITC 판결이 구속력이 없는 권고사항에 지나지 않다는 점에서 델라웨어 법원의 확정 판결이 있기 전까지 양사의 대치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는 견해도 적지 않다.

한편, ITC의 조기 패소 판결은 당초 지난해 말 나올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으나 해를 넘긴 현재까지 나오고 않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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