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CBDC 통해 미국 달러 대항…상업은행 존립 위기 지적도

이미지=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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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암호화폐 시장 최대 화두는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가 될 전망이다. 전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CBDC 연구 경쟁에 나섰으며 특히 중국은 미국 달러에 대항하고자 CBDC 발행을 통한 위안화의 디지털 자산화를 노리고 있다. 업계는 CBDC 발행이 본격화 될 경우 암호화폐의 영향력은 상당부분 줄어들 것이란 관측을 내놓았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세계 중앙은행 70%가 CBDC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중국이 이에 적극적이다. ‘디지털화폐전자결제(DCEP)’로 불리는 중국의 CBDC는 중국 정부와 인민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로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 IT기업이 도입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올해 중으로 DCEP를 발행할 계획이다.

CBDC는 중앙은행이 전자적 형태로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를 말한다. 블록체인이나 분산원장기술 등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암호화폐와 비슷하지만, 중앙 통제기관이 존재하고 법정 화폐로 효력이 있다는 점에서 암호화폐와는 다르다. 

관련업계는 중국의 디지털화폐 발행이 지난 수십년간 유지돼온 미국 달러 중심의 국제통화체제를 흔들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의 경우, 가격 변동성이 높고 법정화폐가 아니라는 점에서 공신력이 떨어진다. 반면 중국의 DCEP는 중앙은행이 발행하고 중국 정부가 이를 보장한다는 점에서 안정성이 높다. 

중국 외에도 스웨덴, 영국 등 유럽 지역에서 CBDC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한국은행도 최근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CBDC 연구 전담조직을 구성하기로 했다. 

그렇다면 전 세계가 CBDC 연구에 나서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먼저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의 등장 때문이다. 특히 페이스북이 암호화폐 ‘리브라’ 발행 계획을 발표하면서, CBDC 연구에 불을 지폈다는 평가다. 페이스북같은 거대 글로벌 기업이 암호화폐 발행에 본격적으로 나설 경우, 법정화폐의 힘이 크게 약해질 것이란 관측이다. 아구스틴 카스튼스 BIS 사무총장은 “각국 중앙은행들이 글로벌 결제 시스템의 중심 자리를 지키려면 디지털 화폐 혁명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디지털 화폐 도입을 촉구하기도 했다.

아울러 최근 전 세계적으로 ‘현금없는 사회’가 도래하고 있다는 점도 CBDC 연구를 촉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CBDC가 본격적으로 발행될 경우, 암호화폐의 영향력이 상당부분 줄어들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특히 CBDC 역시 암호화폐와 마찬가지로 익명성을 보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격변동성이 심한 암호화폐의 필요성이 점차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CBDC를 통해 소비자들은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의 장점 등을 누리며 동시에 가격 안정성도 보장받을 수 있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암호화폐의 경우, 어느순간부터 투기 목적이나 불법적인 거래에 쓰이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지금으로서는 화폐의 기능을 온전히 한다고 보기 어렵다. CBDC가 등장할 경우 암호화폐를 빠르게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 발행과 사용은 암호화폐의 장점과 가치 안정성까지 제공하는 만큼 은행 예금뿐만 아니라 은행의 존립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대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상업은행의 예금을 위험 없는 중앙은행 화폐로 쉽게 전환 가능하게되면, 은행산업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며 “디지털 화폐 발행과 관련해 효율성 뿐만 아니라, 금융시스템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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