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광객 회복세 및 시진핑 주석 방한설에 한한령 해제 기대감 높아져
면세점·화장품·엔터테인먼트 관련 종목 일제히 강세
“한한령 해제 추이, 한·중 정세 상황 더 살펴봐야” 목소리도

중국의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국내 증시에 나타나고 있어 주목된다. 한국을 방문한 중국 관광객 수가 지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설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그동안 힘을 쓰지 못했던 면세점 관련주가 강세를 보이고 있고, 한류 관련 업종인 화장품과 엔터테인먼트 종목들도 들썩이고 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면세점 관련 업종이 올 들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유가증권 시장에서 호텔신라는 전날 대비 4000원(3.90%) 오른 10만6500원으로 마감했다. 이는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 종가인 9만800원에 비해 17% 넘게 상승한 것이다. 호텔신라는 인천공항을 비롯해 서울과 제주 도심 등지에서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 호텔신라의 면세점 매출과 영업이익 비중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전체의 90%를 넘어선다.

13일 한한령 해제 기대감에 면세점 사업을 영위하는 호텔신라 주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 그래프=시사저널e.
13일 한한령 해제 기대감에 면세점 사업을 영위하는 호텔신라 주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 그래프=시사저널e.

호텔신라뿐만 아니라 다른 면세점 관련 종목들도 순항하고 있다. 인천공항과 서울 등지에서 면세점 사업을 하고 있는 신세계는 전날 대비 3.68% 오른 32만4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신세계 역시 올해 초 기준으로 12% 가까이 상승했다. 그밖에 글로벌텍스프리도 이날 5.92% 상승하며 강세를 보였다. 이 회사는 외국 관광객들의 세금 환급 신청을 대행해주고 대행수수료를 수취하는 텍스리펀드(내국세 환급 대행)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면세점 관련주들의 이 같은 상승 배경에는 한한령 해제 기대감이 자리 잡고 있다. 앞서 2017년 중국 정부는 한국 정부의 사드 도입에 반발해 비공식적으로 한국 여행상품 판매 중단, 한류 금지 등에 나섰다. 이에 2016년 806만명이던 방한 중국 관광객이 2017년 416만명으로 반 토막 났다. 면세점 매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중국 관광객이 줄어들면서 면세점 업황도 나빠졌다. 그러다 지난해 약 600만명의 중국인이 한국을 방문하면서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나타난 것이다. 

특히 대규모 단체 관광객이 한국으로 들어오고 있는 점이 한한령 해제의 신호로 읽혔다. 한한령의 핵심 중 하나가 단체관광의 금지였기 때문이다. 지난 7일 중국 선양 건강식품·보조기구 제조회사인 이융탕(溢涌堂) 임직원 5000명이 5박 6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는데, 이는 2017년 이후 단일 규모로는 최대 단체 관광객이었다. 중국 초·중등생 3500명도 수학여행으로 다음달 초까지 7회에 걸쳐 한국을 방문한다.

여기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설도 나오고 있는 상태다. 지난해 12월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017년 이후 처음으로 방한했는데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의 방한을 논의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현재 협의 중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고 부인했지만 방한 기대감은 높아진 상태다. 만일 시 주석이 올 상반기 중 방한하게 되면 2014년 7월 국빈 방한 이후 약 6년 만이다.

한한령 해제 기대감에 한류 원조 격인 화장품과 엔터테인먼트 종목들도 꿈틀거리고 있다. 화장품 제조사인 아모레퍼시픽은 이날에만 5.22% 상승을 기록했다. 토니모리는 13.84% 상승했는데 이날 장중에는 28.13%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한국콜마(8.61%)·LG생활건강(4.54%) 등 화장품 주들도 강세로 장을 마쳤다. 

엔터테인먼트 종목 중에서는 JYP엔터테인먼트(JYP Ent.)가 10.85% 상승 마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거래량도 급증하며 최근 1년 내 가장 많은 거래량을 보였다. SM엔터테인먼트도 8.98% 상승한 채 장을 끝냈다. 지난해 갖은 악재로 주가가 크게 내렸던 와이지엔터테인먼트 역시 9.29% 급등하는 등 한한령 해제 기대감이 반영됐다.

다만 이 같은 추세가 지속적으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시 주석의 방한이 무산될 가능성도 존재하고, 한반도 정세에 따라 다시금 한·중 관계가 얼어붙을 가능성도 있는 만큼 리스크도 고려해야 된다”며 “중국 관광객 증가 추이와 한·중 관계 변화 등을 살펴보면서 기업들의 실적 개선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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