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홍남기 부총리에 “1인가구 정책 종합 패키지” 지시
2047년 1인 가구 비중 전체 40%로 전망···올해 상반기 대책 마련 목표

1인 가구 증가 흐름에 맞춰 정부가 ‘1인 가구 정책 패키지’ 준비에 나섰다. 여성경제활동 증가, 경제문제로 인한 가족해체, 실업난 등의 이유로 국내 1인 가구 증가 속도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1인 가구 증가세를 반영하듯 혼밥·혼술·혼영 등 ‘혼자+명사’를 뜻하는 신조어가 사회 전반에 회자된 지 오래다. 다만 과거 1인 가구가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이뤄져왔던 만큼, 정부 정책은 고령층을 위한 복지 위주로 짜여져 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1인 가구가 전 연령대층로 확산되는 만큼 1인 가구 대책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2020년 경제정책방향’의 주요 내용에 대한 정례보고를 받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1인 가구를 위한 정책 종합 패키지를 만들라”고 지시했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 안에 2기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키고, 국민의 삶의 질 제고를 위한 중장기 전략을 수립할 방침이다.

정부는 1인 가구 대책으로 주택공급과 취약계층 지원에 방점을 찍었다. 1인 가구에 맞는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가구원 수별로 적정한 주택 면적부터 산정한다는 계획이다. 1인 가구 주택 면적은 18㎡ 수준에서 검토 중이다.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의 경우 현재 시행 중인 노인 돌봄 사업을 통폐합해 대상과 서비스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처럼 정부가 1인 가구 정책에 관심을 쏟는 데는 점차 느는 우리나라의 1인 가구 ‘규모’에 있다. 통계청이 지난달 16일 발표한 ‘장래가구특별추계 시·도편 2017~2047년’에 따르면, 작년 전국 2011만6000가구 중 1인 가구는 598만7000가구(29.8%)로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가구(596만2000가구·29.6%)보다 2만5000가구 많았다. 2017년 기준,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가구가 31.4%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과 대조적이다. 통계청은 2047년엔 1인 가구 비중이 전체의 약 40%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대통령이 직접 1인 가구 정책을 언급하면서, 과거 문 대통령이 공약한 정책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문 대통령은 공약으로 1인 가구를 겨냥해 ▲공공임대주택 동거·비혼·여성으로 확대 ▲30세 이하 단독세대주 주거대출 확대 ▲사회임대주택 공급 확대 ▲아르바이트 임금 체불 시 국가가 선지급(최저임금 120% 한도) ▲1인 가구 밀집지역 ‘마을공동부엌’ 확대 ▲여성안심주택, 범죄예방 시스템 확충 ▲1인 가구 전용 소포장 판매제품 확대 등을 내세운 바 있다.

우선 정부는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을 단장으로 태스크포스(TF)를 꾸린 뒤 이달 1인 가구 실태조사를 하고, 전문가 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정부는 산업·유통·주거·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구체적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여기에 통계청은 올해부터 인구주택 총 조사에 혼자 사는 이유와 기간을 묻는 1인 가구 관련 항목을 추가한다.

/ 자료=통계청, 표=조현경 디자이너
1인 가구, 부부+자녀 가구 비중 변화. / 자료=통계청, 표=조현경 디자이너

문제는 1인 가구 정책 패키지에 담길 내용이다. 스웨덴, 프랑스 등 해외 국가는 일찌감치 복지정책에 1인 가구 지원책을 포함시켜 다가오는 1인 가구 시대를 대비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한 상태다.

직장인 유혜주(26)씨는 자발적으로 1인 가구 삶을 택했지만, 어려운 점이 많다고 했다. 대다수의 생활 인프라나 주거 정책 등이 다가구 중심으로 맞춰진 탓이다. 유씨는 “식자재나 배달 같은 경우 1인 가구에 맞춰져 있는 경우가 많지만, 주거형태는 여전히 다가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서 “아파트는 보안이 뛰어나지만 혼자 살기엔 넓고 비싼 반면, 오피스텔이나 원룸 등은 생활 인프라가 취약하다. 1인용 주거공간 관련 대책이 세워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김아라(28)씨는 “여성 안심 오피스텔에 거주 중인데 1인 생활은 만족 중”이라고 했다. 다만 “2030세대 1인 가구를 위한 정책이 많이 부족한 게 한계”라면서 “정부가 젊은 층을 중심으로 1인 가구에 대한 실태조사를 철저히 해 실질적인 정책을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일부 해외 국가는 이미 1인 가구 정책을 마련한 상태다. 지난 1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국제사회보장리뷰에 실린 ‘1인 가구 증가에 대한 세계의 대응’ 보고서를 보면, 스웨덴은 1인 가구 비율이 56.5%였고 리투아니아·덴마크·핀란드·독일 등의 국가들은 40%를 넘어섰다. 특히 스웨덴 스톡홀름(60%), 독일 괴링겐(67.7%), 미국 뉴욕주의 이타카(61.8%) 등 일부 도시의 1인 가구 비율은 절반을 넘어섰다.

김형균 한국보건사회연구위원은 “이런 추세라면 1인 가구 비율이 50%가 넘는 도시들이 머지않아 (전 세계에) 속출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은 특히 1인 가구 대상 주거지원책에 집중했다. 스웨덴의 경우 정부나 시민단체에서 청년이나 노인 1인 가구가 거주할 만한 공동주택을 앞장서서 조성했다. 스톡홀름시가 1989년 40대 이상 1인 가구를 대상으로 지은 공동주택 페르드크네펜은 각자 개인 공간에서 생활하면서 세탁실·운동실·휴식공간을 공동으로 사용해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도록 했다.

정서적 돌봄도 1인 가구 지원책의 핵심이다. 프랑스의 노인 1인 가구는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를 통해 간병을 받을 수 있고 제도가 적용되지 않는 노인은 별도의 수당을 정부로부터 지급받아 가사도우미를 이용할 수 있다. 일본에선 복지 기반이 부족한 지방에 거주하는 노인 1인 가구를 위해 고령자 학대 방지 및 의료서비스, 건강서비스 등을 포괄적으로 관리하는 지역 통합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한국에선 1인 가구를 사회적 가치 측면에서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형성돼 있지 않다”며 “1인 가구가 증가한 나라들의 정책 공통점은 주거지원을 통해 공동체 유지에 집중하고 사회적 돌봄을 통해 1인 가구의 외로움을 방지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사회에도 어떤 정책이 적용돼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1인 가구의 비중이 늘고 있는 데 주목해 대응 정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면서 “구체적인 정책 방안을 검토해 가족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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