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업으로 눈 돌리는 건설업계와 격동기 맞은 항공업계 이해관계 맞물려

김포공항에 서 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 사진=연합뉴스
김포공항에 서 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 사진=연합뉴스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참여에 이어 반도건설이 한진칼 경영에 참여하겠다고 나서면서 국내 ‘빅2’ 항공사가 모두 건설사들 영향 아래 놓이는 모양새가 됐다. 이를 두고 다른 사업부문으로 눈을 돌리려는 건설업계와 특수한 항공업계 상황이 맞물려서 빚어진 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0일 반도건설은 한진칼 보유 지분을 6.28%에서 8.28%로 확대하고 지분 보유 목적을 기존 ‘단순 취득’에서 ‘경영 참여’로 바꿨다고 공시했다. 반도건설은 지난달에도 지분을 1.22%로 늘린 바 있지만, 이번에 공식적으로 경영에 참여하겠다고 선언하자 업계는 짐짓 놀라는 눈치다.

특히 항공업계에선 양대 항공사가 모두 건설사들에게 경영 참여의 길을 열어주는 상황이 됐다는 점을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 중인 HDC현대산업개발은 반도건설이 한진칼 경영 참여를 선언한 날 이사회를 열고 인수를 위해 인수자금 마련을 위한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서기로 의결했다.

복수의 건설업계 및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아무리 생각해도 건설업과 항공업의 만남은 사업적 시너지와는 상관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즉, 사업적 시너지와는 무관한 현상이라는 것이다. 다만 업계에선 양쪽 업계의 특수한 상황이 겹쳐져 벌어지게 된 현상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한 건설업계 임원은 “정책 방향 등을 보면 건설업계는 과거 영광을 누렸던 정통 사업 외에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려야 할 상황”이라며 “건설사들이 시너지와 무관하게 주요 항공사 경영에서 입김을 키우려는 것도 이 같은 분위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업계에선 이미 다른 영역으로 사업의 외연을 확장하는 움직임이 활발했다. 해외 수주액 및 영업이익률이 급감하고 정책적으로도 앞날을 기대하기 힘들게 되면서 생존을 위해 다른 분야로 눈을 돌려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항공업계로 눈을 돌려보면 그야말로 불황기를 맞이하고 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2020년 항공사들의 과제는 어떻게든 버텨내기”라며 “이 과정에서 인수당하거나 무너지는 곳들이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산업 부문에서 인수합병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시기는 역설적으로 불황기다. 무너지는 기업들이 매물로 나오거나 경영권과 관련한 지각변동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처럼 양 업계의 상황이 서로 맞아떨어지고 또 각 업체의 특수성이 더해지면서 지금의 상황이 벌어지게 됐다는 분석이다. 아시아나항공은 불황을 못 견뎌 매물로 나오게 됐고, 대한항공은 경영권 문제로 시끄러운 상황이다. 이와 더불어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이 고(故) 조양호 회장과 친분관계에 있었던 것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세계적으로 보면 항공업계 M&A는 같은 업종끼리 이뤄지는데 이처럼 건설사들이 빅2 항공사 경영에 적극 나서는 것은 찾아보기 힘든 사례”라며 “항공업계도 불황이긴 하지만 사이클이 있다는 점에서 건설업계와는 사정이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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