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전자투표 도입 요구 가능성 커
기존 오너 일가와의 1대1 구도에서 3파전 구도로 변화
소액주주 비율 45.09%···KCGI, 지난해부터 유튜브 통해 인식 바꿔

한진칼 주주 구성. /인포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한진칼 주주 구성. / 인포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한진칼 경영권을 둘러싼 지분 경쟁이 안갯속에 빠지게 됐다. 지난해 9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우호 세력으로 평가받는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을 추가 매입하면서 설 자리를 잃었던 행동주의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KCGI에게도 기회가 돌아왔다. KCGI는 지난해처럼 주주총회를 앞두고 ‘전자투표 도입 요구’ 등 소액주주 결집에 집중할 전망이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반도종합건설은 계열사 대호개발을 통해 한진칼 지분 2%p를 추가 매수했다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지난 10일 공시했다. 특히 지분 매수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바꾼 만큼 지분을 추가로 매입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반도건설은 이번 매입으로 8.28% 지분을 확보하게 돼 KCGI(17.29%), 델타항공(10.0%)에 이어 3대주주로 자리매김했다. 반도건설의 선택에 따라 경영권의 향방이 결정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다만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이 고(故) 조양호 전 회장과 각별한 사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KCGI와 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KCGI는 반도건설과의 접촉을 유지하면서도 한편으로 소액주주 확보를 위한 행동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경영권 분쟁이 3파전으로 압축된 만큼, 소액주주와의 연대만으로도 막대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한진칼의 소액주주 비율은 45.09%이다. 지난해 주총엔 이 중 절반 이상인 28%가 참여했다.

KCGI는 지난해 8월부터 유튜브를 활용한 ‘입장 발표’를 이어가고 있다. 본인들에 대한 오해를 해명하는 콘텐츠부터, 한진그룹의 재무 상황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는 콘텐츠까지 다양하다. 업계에선 이 같은 활동을 소액주주 확보를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고위 관계자는 “사모펀드가 유튜브라는 공개 채널을 활용하는 이유는 간단하다”면서 “자신들에 대한 소액주주의 인식을 바꿔놓고 현 오너가의 문제를 공식적으로 지적해 주총에서 유리한 포지션을 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전자투표 도입’을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KCGI는 지난해 주총을 앞둔 2월7일,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한누리를 통해 ‘다음달 개최 예정인 한진칼 및 한진 정기주주총회 및 이후 주총에 전자투표제를 도입하라’는 내용을 담은 서신을 보낸 바 있다.

전자투표제는 주주가 주총에 참석하지 못할 때 인터넷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당시 한진칼 측은 전자투표제의 신뢰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이를 거부했다.

올해에도 신뢰성을 근거로 도입을 거부할 경우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예상되고, 거부할 경우 KCGI로부터 이에 대한 비판을 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존 오너 일가와 KCGI의 1대1 구도에서 3파전(조원태 회장, 조현아 전 부사장, KCGI)으로의 변경은 KCGI의 부담을 덜어준 꼴”이라면서 “이번 주총에서 소액주주들 중 대다수는 오너가에 적대감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 반도건설뿐 아니라, 국민연금과 소액주주들의 선택이 경영권 분쟁의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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