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개입·재판자료 반출 등 혐의···法 “증거 및 범죄 고의 없다”

유해용 (54·전 대법원 선임·수석 재판연구관) 변호사가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유해용 (54·전 대법원 선임·수석 재판연구관) 변호사가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대법원 특허 소송에 개입하고 재판 자료를 반출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유해용(54·전 대법원 선임·수석 재판연구관) 변호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2017년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의혹으로 전·현직 법관이 무더기로 기소된 뒤 나온 첫 판결이다.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재판장 박남천 부장판사)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로 기소된 유 변호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유 변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진료를 맡았던 김영재·박채윤 부부의 특허소송 진행 상황을 재판연구관에게 요약하라고 지시해 ‘사안요약’ 문건을 만든 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보고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법원에서 진행 중인 상고심 사건의 재판연구관 검토보고서와 판결문 초안 등을 유출한 혐의, 대법원 재직 시절 취급했던 사건을 변호사 개업 후에 수임한 혐의도 받는다.

재판부는 모든 혐의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를 배제할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고 범죄의 고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무죄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유 변호사가 문건 작성을 지시해서 임 전 차장에게 전달했다거나, 임 전 차장이 사법부 외부 인사에게 제공했다는 것과 관련해 두 사람이 공모했다는 것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연구관 검토보고서의 전자문서파일 등을 유출한 혐의에 대해서도 “검토보고서를 유출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설령 일부 파일을 변호사 사무실에 보관했다는 사실이 인정돼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혐의가 성립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검토보고서 파일이 공공기록물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유 변호사가 법관에서 사직하면서 개인 소지품에 검토보고서가 포함된 것이고, 이를 유 변호사가 영업에 활용했다고 볼 증거도 없다”고 했다.

유 변호사는 선고 후 기자들과 만나 “공정하고 정의롭게 판결해주신 재판부에 깊이 감사드린다. 앞으로 더 겸손하고 정직하게 살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앞선 결심 공판에서 유 변호사에게 징역 1년6월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한 바 있다.

유 변호사에 대한 이번 선고는 지난 2017년 3월6일 ‘사법농단’ 의혹이 제기된 후 약 2년 만에 나온 첫 번째 판결이다.

사법농단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양승태(72) 전 대법원장의 사건은 50회 넘는 공판이 진행됐지만, 마무리 되지 않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폐암 의심 진단을 받고 수술을 앞둔 상황으로, 내달 말까지 재판이 연기됐다.

이 사건 핵심 인물인 임 전 차장의 사건 역시 멈춰 있다. 임 전 차장은 지난해 6월 재판부 기피 신청을 냈는데, 아직 대법원 결론이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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