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응 가짓수 줄어 이중고
법무법인, 손실액 확정 여부 관계없는 계약취소 소송으로 대응

라임자산운용의 환매 중지 사태가 길어지면서 투자자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일부 펀드에선 원금 손실이 기정사실화됐지만 펀드의 환매 연기로 인해 손실액이 확정되지 않은 까닭이다. 이탓에 손해배상 청구나 금융감독원 분쟁조정 신청 등 대응책의 가짓수가 줄어든 상태다. 이에 이들의 소송을 대리하는 한 법무법인은 손실액 확정 여부와 관계없는 계약취소 소송을 통해 문제 해결에 나선다는 방침이어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   

1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한누리는 환매 중지된 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 펀드 투자자들을 대리해 계약 취소를 청구하는 민사 소송을 준비 중이다. 해당 펀드 판매사가 투자대상·수익률·신용보험가입여부·투자자금의 사용처 등과 관련해 투자자들에게 설명한 내용과 다른 사실이 있어 펀드계약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투자자들이 일반적으로 제기하는 손해배상 청구가 아닌 계약취소 소송을 우선 청구하는 배경에는 손해액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펀드의 손해액은 환매 및 청산 절차 후 손실이 확정된 시점에 평가되는데 라임자산운용은 지난해 10월 펀드 환매 자체를 중단한 상태다. 통상 손해배상 청구는 손해액이 정해진 상태에서 이뤄진다.

펀드상품 투자와 관련한 손해배상 청구는 그동안 법원의 인용 가능성이 계약취소 소송 대비 상대적으로 높았다. 계약 취소의 경우 사기, 강박, 착오 등으로 계약이 성사됐다는 점이 인정돼야 하는데 펀드 판매 계약에서 이를 입증하기 쉽지 않았던 까닭이다. 다만 한누리는 이번 사례는 계약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며 승소를 자신하고 있다. 이날 라임자산운용과 판매사 일부를 사기 혐의로 형사소송을 제기한 것도 이와 무관치는 않다.

손해액 미확정은 손해배상 청구뿐만 아니라 금융감독원 분쟁조정 신청에도 제한 요인이 된다. 손실 금액이 정해져 있지 않아 배상 금액을 산정할 수 없는 까닭이다. 실제 지난 해외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에서도 만기가 내년에 도래하는 투자자들의 경우 금융감독원 분쟁조정 대상자에서 제외된 상태다. 

문제는 라임자산운용이 제시한 펀드 환매 시기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다는 점이다. 라임자산운용은 지난해 10월 기자 간담회에서 환매가 연기된 메자닌과 사모사채 펀드는 올해 말까지 최대 70% 가량 상환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특히 펀드 자산의 부실 사실을 속인 혐의를 받는 무역금융 펀드와는 달리 메자닌과 사모사채는 펀드 투자자는 계약 취소 소송도 쉽지 않은 실정이어서 손실액 확정 전까지 대응책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변동하는 투자 자산의 특성상 손실액이 확정되지 않으면 배상 문제로 가기가 쉽지 않다. 이번처럼 환매가 오랫동안 중지될 경우 투자자는 마냥 고통 속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다”며 “손실액 확정 여부과 관계없이 불완전 판매가 이뤄졌을 때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등 투자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라임자산운용의 환매 중지 사태가 길어지면서 투자자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일부 펀드에선 원금 손실이 기정사실화됐지만 펀드의 환매 연기로 인해 손실액이 확정되지 않은 까닭이다. / CI=라임자산운용.
라임자산운용의 환매 중지 사태가 길어지면서 투자자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일부 펀드에선 원금 손실이 기정사실화됐지만 펀드의 환매 연기로 인해 손실액이 확정되지 않은 까닭이다. / CI=라임자산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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