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금강산 단체관광 재개·남북 철도·도로 연결 사업 검토
통일부 “남북경협 실현 가능한 방안 찾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관계 개선’에 역점을 두고 있다. 집권 4년차를 맞은 문 대통령이 그간 한반도 평화와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 왔던 만큼, 올해는 이에 맞는 성과를 국민들에게 확인 시켜줘야 한다는 의지가 강해진 것이다. 다만 대부분의 남북 교류 사업이 대북제재에 묶여 있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사업부터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18년,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 대화 진전이 무르익었던 것과 달리 작년에는 북한의 잦은 미사일 발사와 강경모드로 남북관계가 소강 국면으로 다시 되돌아왔다. 미국과 북한도 마찬가지다. 북미 간의 비핵화 협상은 실질적으로 진전되지 못하고 있고, 지금까지도 양국 사이는 냉랭하기만 하다.

그간 ‘중재’와 ‘촉진’ 역할에 나섰던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교류’를 거론하면서 자체적으로 남북 관계를 개선해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신년사를 통해 “지난 1년간 남북협력에서 더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면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노력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도 제안했다. 물론 금강산 단체관광 재개 등은 미국의 거부감이 큰 사업이지만, 집권 4년차를 맞아 개별관광과 같은 우회로를 통해서라도 독자적으로 남북관계를 개선해나가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운신의 폭’을 넓히겠다고 주장한 만큼, 올해는 보다 적극적으로 남북 협력을 위한 소통을 통해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이를 지렛대 삼아 북미대화의 모멘텀을 살리겠다는 구상으로 보여진다.

우선 문 대통령이 제안한 남북협력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비무장지대(DMZ) 일대의 국제평화지대화 ▲접경 지역 협력 ▲남북 간 철도·도로 연결 ▲스포츠 교류 등 5개다.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 남북 철도·도로 연결은 지난 2018년 9월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19 평양 공동선언’에서 합의한 사안이다. 문제는 현재로선 대북제재 때문에 속도를 낼 수 없다. 두 사업 모두 대북 합작 사업을 금지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2375호와 대량 현금 유입을 금지한 2087호를 위반할 소지가 커서다.

/ 자료=국토교통부,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남북 철도협력사업 구상안. / 자료=국토교통부,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남북 철도·도로 연결 사업도 안보리의 승인 없이는 추진이 어렵다. 기계 운송 및 전자기기 등 장비를 반입하지 못하도록 한 결의안 2397호에 위반되기 때문이다. 이 사업은 앞서 2018년 정부가 철도·도로 연결 공동조사와 착공식 과정에서 미국이 강하게 문제를 제기해 북한이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 한미 워킹그룹 발족으로 이어진 바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개별관광은 대북제재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남북 경협의 실현 가능한 방안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지난 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현재 정부는 우선적으로 1차 조사에 이어서 정밀조사를 준비하고 있고 또 설계 부분에 대해 국내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부분은 하고 있다”며 남북 철도·도로 연결을 위한 정밀주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실현할 구체적인 구상에 대해 김 장관은 “제재 상황에서도 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해선 실현 가능한 방안들을 찾아내겠다는 것”이라며 “통일부도 구체적인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있고 미국과 협의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며 “제재면제 절차를 밟아야 하는 게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개별관광이라고 해도 이는 미국의 대북제재 유지 기조와 배치돼 한미 간 마찰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개별관광에 대한 국내 기업 등이 미국의 독자 제재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미국 재무부는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개인이나 기업에 대해서도 행정명령 13810호를 통해 제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13810호는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운수업 관련 사업도 제재 대상 행위로 보고 있다. 육로로 북한에 들어가는 자동차도 제재 위반 대상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정부가 독감 치료제인 타미플루를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에 보내려다 미국이 운송에 투입될 화물차량이 대북제재 위반 품목이라며 반대한 것도 이 때문이다. 개별관광 규모가 커지게 되면 결국 이 또한 유엔제재위원회에서 문제 삼을 가능성이 크다.

통일부는 “유엔 회원국들은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들을 이행해야 한다”며 “다만 구체적인 사업이 진행될 때 대북제재에 걸리냐 안 걸리냐를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제재 이행 의무를 강조한 데 대해선 “원칙적 입장”이라며 “남북관계 공간 확대의 현실적 방안을 고려하는 단계는 대북제재 저촉을 이야기할 단계가 아니다”고 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한국이 내부적으로 더욱 치열한 토론을 통해 대응 전략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한반도 정세가 2018년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을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북측이 미국과의 대화는 유지하면서 새 무기를 언급한 만큼 우리 정부가 치밀한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한반도 대화 분위기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정 센터장은 “정부가 대화를 통한 비핵화·평화 메시지를 건네면서 관광 재개 결단을 알리는 대북특사 파견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10일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만나 남북교류협력 재개 및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경기도가 접경지역 중 큰 도시를 끼고 있는 만큼, 경기도와 협력해 해법을 찾기 위해서다. 이 부지사는 개성공단 가동 재개 등을 희망한다는 입장을 전하며 “통일부가 하려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해 올해는 막혔던 남북관계가 뚫리는 도움을 주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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