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 구본창씨 명예훼손 형사사건 변호인단 크게 늘어
‘태평양 설립’ 공익재단 동천, 법무법인 지평·두루 등 합류

/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월 1일 오전 서울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양육비해결모임’(양해모)의 강민서 대표가 양육비 문제 해결촉구를 위한 삭발을 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양육비를 미지급한 이혼 전 배우자의 신상을 온라인에 게재해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을 앞둔 활동가 구본창(57)씨를 돕고자 국내 내로라하는 법무법인과 재단법인, 사단법인 소속 변호사들이 변호인단에 합류했다.

이들은 구씨의 명예훼손 사건에서 무죄 취지의 변론을 하는 것은 물론, 양육비 문제를 공론화해 국내 한 부모 가정 아동의 복지 향상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9일 오후 3시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법무법인 태평양 사무실에서 구씨 변호인단의 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는 오는 14일 수원지방법원에서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되는 구씨의 명예훼손 사건을 효율적으로 변호하기 위해 각 변호인의 역할 조율을 목적으로 진행됐다.

구씨의 변호를 처음 맡은 법무법인 숭인(대표 양소영 변호사) 소속 변호사들 외에도 업계 2위인 법무법인 태평양이 만든 ‘공익법인’ 재단법인 동천, 인권 사건을 다수 하는 것으로 알려진 법무법인 지평, 법무법인 지평이 공익법률 활동을 위해 설립한 사단법인 두루 소속 변호사들이 참여했다.

비영리 사단법인 오픈넷 소속 변호사, 법무법인 정률 소속 변호사, 법무법인 제이앤씨의 파트너 변호사도 참여했다. 구씨의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린 변호사들은 총 13명에 달한다.

정순문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는 “동천은 시민단체 법률지원 사업을 여럿 진행하고 있다”며 “양육비해결총연합회(양해연)의 법인설립 활동을 동천이 도왔고, 양해연으로부터 구씨의 사례를 듣고 변호인단에 합류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상현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는 “지평과 두루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와 관련해 상당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며 “구씨의 사건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외에도 아동의 인권영역에 대해 고민할 거리가 많아 참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평과 두루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헌법에 어긋난다며 헌법소원도 준비 중이다.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배드파더스 사이트를 폐쇄해 달라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민원부터 이 사건에 참여했다”며 “배드파더스를 돕고 있는 활동가 구씨의 형사사건에도 오픈넷이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단법인 두루는 오픈넷을 통해 구씨 사건 참여를 검토한 것으로 파악됐다.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는 “많은 변호사들이 구씨의 사건에 참여해줬다. 효율적인 변호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국민참여재판의 특성상 비법률가인 배심원들이 참여하고, 이번 사건을 어떻게 쉽게 설명할 것인지 고민을 하고 있다. 구씨의 활동이 비방의 목적이 없는 공적인 일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한다”며 “양육비 문제를 공론화해 한부모 가정 아동의 복지 향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아울러 검찰이 구씨를 기소한 것은 ‘공소권 남용’이라는 점, 방송통신위원회 결정을 통해 배드파더스 사이트의 공익성이 인정됐다는 점, 구씨가 피해자들과 아무런 연고가 없고 어떠한 대가도 받지 않고 활동했다는 점, 구씨가 피해를 최소화 하기위해 객관적 자료를 근거로 게재 행위를 했다는 점 등을 강조하겠다는 방침이다.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법무법인 태평양 사무실에서 구본창씨 변호인단의 회의가 열렸다. / 사진=주재한 기자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법무법인 태평양 사무실에서 구본창씨 변호인단의 회의가 열렸다. / 사진=주재한 기자

구씨는 정보통신망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구씨가 자신의 전화번호와 이메일 등을 사이트에 게시하고, 제보 받은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정보를 사이트 운영진에게 전달해 이를 게시되도록 한 행위가 범법 행위라고 봤다.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으로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냈고, 피해자인 양육비 미지급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다.

정보통신망법 제70조는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이 사건은 애당초 벌금 300만원에 약식기소된 사건이었으나, 법원은 사건을 제대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직권으로 정식 재판에 회부했다. 두 차례에 걸친 공판준비기일 이후 법원은 구씨의 요청을 받아들여 오는 14일 국민참여재판으로 이 사건을 진행하기로 했다.

구씨의 혐의는 ‘비방할 목적’이라는 요건이 전제돼야 하는데 ‘공익 목적’이 인정되면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형법은 또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춰 용인되는 정당행위라면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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