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수첩] 부동산 ‘돈줄’ 끊는 금융당국···한숨 쉬는 증권가
  • 이용우 기자(ywl@sisajournal-e.com)
  • 승인 2020.01.09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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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자금 막는다고 선제적 리스크 관리 가능할까
업계 “당국, 중소기업으로 자금이동 없는 현실 몰라”
정책의 진정성도 의문 제기

“빈대 잡으려다가 초가삼간을 다 태운다.”

최근 증권가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속담이다. 뜻이야 너무나 이해하기 쉽다. 빈대 밉다고 집에 불 놓는 어리석음을 지적한 것이다. 금융당국을 두고 업계에선 이런 지적을 내놓는다. 증권사의 리스크 관리가 걱정된다며 투자은행(IB)의 영업 가운데 부동산만 콕 찍어 돈줄을 조이겠다고 나섰으니 증권업계는 시장 자체가 죽는 결과를 걱정하게 됐다고.
 
특히 증권업계는 당국의 이번 정책의 진정성에 대해서도 의심한다. 정말로 부동산으로 흘러 들어가는 자금의 부실화를 걱정하는 건가, 아니면 정부의 ‘투기와의 전쟁’ 노선에 맞추기 위해 증권사의 부동산 영업 규제에 나선 것인가. 증권업계에선 열이면 열, 두 번째 이유에서 당국의 정책 근거를 찾는다. 리스크 관리를 위해서라면 유연한 방법이 다양하게 있을 텐데 영업자체를 막아버리는 방식을 택한 데는 ‘리스크’보다는 ‘눈치보기’에 더 이유가 있다는 주장이다. 

현재 금융당국은 증권사들의 과도한 부동산 영업 행태를 지목하고 나선 상황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7일 “IB의 신용공여(대출) 대상으로 규정된 중소기업의 범위에서 특수목적법인(SPC)과 부동산 관련 법인을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증권사들이 IB 제도의 취지를 벗어나 자금 조달을 벤처 및 중소기업이 아니라 오직 부동산 개발사업 등에만 제공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의 SPC에 대한 대출 규모는 5조원 이상에 이르고 이중 약 40%가 부동산 분야에 제공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연말에도 금융당국은 부동산 PF와 관련한 건전성 관리 방안을 내놨다. 이에 따르면 증권사 자본력에 비해 과도한 채무보증을 제공하지 않도록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채무보증 한도를 100%로 설정하기로 했다. 부동산 PF 총량 규제를 통해 부동산에 들어가는 돈줄 자체를 막겠다는 것이다. 

증권사로선 이 두 가지 제약으로 자산운용에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요즘은 주식도 안 하는 분위기고 펀드에서도 수익이 안 나는 상황”이라며 “IB에서 부동산은 그나마 돈이 되는 사업이었는데 이 부분을 막아버렸으니 관련 시장이 얼어붙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먼저 증권업계는 벤처, 중소기업에 자금이 공급되지 않은 것이 증권사가 의도한 결과가 아니라고 본다. 최근 몇 년 동안 국내 경기가 나빠지면서 기업 운영이 어려워진 중소기업이 금융사에서 돈 자체를 빌릴 수 없는 사정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결국 IB 자금 규모가 중소기업에서 커지기 힘든 사회적 구조를 먼저 설명하지 않으면 SPC에서 유독 부동산의 비중이 커진 이유를 이해하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특히 금융당국의 주장대로라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문제가 더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부동산이란 확실한 자산이 리스크를 경감시키는데도 이 부분에 대한 투자는 줄이고 벤처, 중소기업에 자금이 집중되면 증권업계의 자산 부실화는 더 커질 우려가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증권업계는 IB 수익이 주는 것만 아니라 리스크 관리까지 어려워지는 이중고를 염려하게 됐다. 

현재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의 채무보증 규모는 금융당국이 우려하는 대로 최근 몇 년 사이에 크게 증가했지만 이에 따른 대출 부실화는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8개 종투사의 채무보증 평균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03%로 7개 회사가 0%를 기록했다. 작년 3분기 말 국내 일반 은행들의 고정이하여신비율(0.49%)보다 나은 수준이다. 

증권사들은 앞으로 증권업계 수익을 키워온 IB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고 본다. 특히 은행과 달리 증권사의 부동산 투자는 주택이 아니라 상업용 건물, 인프라 쪽에 많기 때문에 정부가 의도하는 ‘생산적 투자’라는 점에서 당국의 ‘탁상행정’을 걱정한다. 당국의 걱정이야 충분히 이해하지만 반대로 정부의 시장 이해력은 의심한다. 당국의 원대로 증권사의 자금이 중소기업에 흘러 들어갈지도 의문이다. 중소기업이 먼저 살아나지 않는데 금융권에서 돈을 빌릴 수 있겠느냐는 질문이다. 

이용우 기자
금융투자부
이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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