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전면전 확대고비 넘겼지만···트럼프 경제제제 예고, 나토 개입 촉구에 ‘긴장 여전’
보험료 30배 ‘껑충’ 해운업계 부담···전년比 발주확대 기대한 조선업계도 무산될까 노심초사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미국의 드론 공격과 이란의 미사일 반격으로 중동지역 정세가 불안정해지는 양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 새벽(한국시간) 대국민 기자회견을 통해 군사적 보복조치를 사용하지 않을 뜻을 내비쳤지만, 이번 긴장이 쉽사리 진정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을 상대로 한 경제제제를 강화할 예정임을 언급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적극적 개입을 촉구한 상황이다. 당장의 전면전은 불식됐다는 평이 지대하지만, 여전히 갈등의 불씨가 남아있는 만큼 우려는 보다 확산되는 분위기다.

즉각적인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은 해운업계다. 호르무즈해협이 위험한 지역으로 분류됨에 따라 보험료 등이 인상됐기 때문이다. 이란 남쪽에 위치한 이곳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좁은 해협이다.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30%가 이곳을 통해 운송된다. 자연히 해상 운송의 요충지다.

앞서 이란은 미국 등의 경제제제에 맞서기 위해 이곳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한 바 있다. 현재 미국은 이란을 상대로 한 경제제제 수위를 높이겠다는 심산이다. 더불어 국제사회의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 더불어 이곳 해협 인근으로는 다양한 중동노선이 통과한다. 긴장감이 높아지며 보험사들이 추가보험료를 해운사들에 요구하는 상황이다. 

현대상선은 현재 중동노선에 13척을 운항 중이다. 중동지역 정세에 매사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체 측은 “이번 사태가 발생한 뒤 테스크포스(TF)를 꾸려 발생 가능한 다양한 상황에 대비 중”이라면서 “일대의 긴장이 고조될수록 보험료가 높아져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지난해 6월 이곳 호르무즈해협서 노르웨이와 일본 유조선이 연이어 피격됐을 당시 보험료는 평균적으로 4배 상승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사우디 석유시설과 유조선 등이 테러 등의 피해를 입은 바 있어 이 같은 우려들이 종합적으로 감안된 셈이다. 하지만 이번 긴장으로 그 때와는 차원이 다른 수준의 인상료를 보험사들이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미국의 드론 공격이 감행됐을 때부터 기존의 20배를 웃도는 추가보험료를 요구하기 시작하더니, 이란의 미사일 반격이 나온 직후부터는 최고 30배까지 오른 상황”이라며 “전면전으로 확전되지 않으면서 일부 하향될 것으로 보이지만, 당분간 긴장상태가 지속되면서 평상시보다 높은 보험료 부담을 해운업계가 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연말까지 이어진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물동량이 상당히 감소했는데, 이 같은 긴장이 완화되며 올해 전년 대비 호재가 점쳐졌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연초부터 이와 같이 또 다른 긴장요인이 발생해 기대감이 상당히 반감되고, 업황 회복에도 상당한 걸림돌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고 부연했다.

해운업계가 이번 무력충돌 위기로 즉각적인 파장에 노출됐다면, 조선업계는 해운업계를 거친 너울의 강도를 걱정하는 양상이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대형 ‘카타르 프로젝트’의 차질 여부다. 카타르 프로젝트란 이곳 국영 석유회사 카타르페트롤리엄이 LNG운반선 신규 40척을 준비 중인 것을 일컫는다.

카타르는 이란과 페르시아만을 사이에 두고 있다. 지리적으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국경을 마주한다. 아라비아해에서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해야만 카타르에 닿을 수 있다. 만약 추가적인 경제제제로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할 경우 카타르 역시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높아진다면, 이곳의 긴장감 역시 배가된다.

카타르 프로젝트는 신규 40척 외에도 노후선박교체 등과 맞물려 최대 100척에 달하는 발주가 예상된다. 금액은 80억달러(약 10조원)이다. 역대 최대 LNG선 발주가 있었던 2018년 연간 발주량이 76척이었음을 감안하면 상당한 규모다. 지난해 글로벌 LNG선 수주를 싹쓸이 한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의 수혜가 기대되는 분야기도 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무역분쟁의 여파로 지난해 발주예상분 상당수가 올해로 이월됨에 따라 올해 수주실적이 전년대비 대폭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컸다”면서 “현재로서는 이렇다 할 즉각적인 반응들이 나타나고 있진 않지만 카타르 프로젝트를 포함해 전반적인 선박 발주시장이 위축될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이다”고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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