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의 영웅에서 법법자로 전락···“닛산과 검찰이 결탁해 나를 무고하게 몰아내”
일본 정부, 곤 전 회장 입장 발표 이후 이례적으로 새벽에 반박 기자회견

카를로스 곤 전 회장이 레바논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연합뉴스, AP통신
카를로스 곤 전 회장이 레바논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사진=연합뉴스·AP통신

르노닛산자동차 재건의 영웅에서 범법자로 전락한 카를로스 곤 전 르노닛산자동차 회장이 8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검찰 및 사측을 비판했다. 곤 전 회장은 지난해 말 일본 법원의 ‘해외 도항 금지’라는 보석 조건을 어기고 레바논으로 탈주했다.

이날 곤 전 회장은 일본 탈출 이유에 대해 “나와 가족을 지키기 위해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다만 탈출 경로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곤 전 회장은 일본 검찰과 사측의 공모설을 제기했다. 양 측이 자신을 몰아내기 위해 힘을 합쳤다는 것이다. 그는 “검찰과 닛산이 나를 처음부터 유죄라고 확정하고 밀어붙였다”면서 “르노와 닛산의 경영을 통합하려 했는데, 닛산 경영진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닛산과 검찰이 결탁해 나를 무고하게 몰아냈다”고 말했다.

르노자동차의 부사장이었던 곤 전 회장은 1999년 르노가 닛산을 인수하면서 보직이 변경됐다. 곤 전 회장은 ‘닛산 리바이벌 플랜’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닛산을 재건했다. 그러나 2018년 닛산 일본 경영진이 그의 장부조작 등 비리 혐의를 폭로하면서 체포됐다. 체포된 당일 닛산 측은 즉각 곤의 해임 절차를 밟기 위한 이사회를 소집했다. 이후 지난해 12월29일 곤 전 닛산회장은 개인용 비행기 등을 통해 레바논으로 탈출했다고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곤의 주장에 대해 즉각 반박했다.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모리 마사코 일본 법무상은 이날 새벽 기자회견에서 “주장할 것이 있으면, 우리나라의 공정한 형사 사법제도 아래 정정당당하게 법원의 판단을 받기를 강력히 바란다”고 강조했다.

일본 NHK에 따르면 닛산 측은 기존 성명이 전부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닛산 측은 앞서 성명을 통해 “곤 전 회장의 레바논 도주는 일본의 사법제도를 무시한 행위로 매우 유감스럽다”면서 “회사의 적정한 내부조사 결과 곤 전 회장의 다수의 부정행위를 확인해 사내 모든 직위를 해임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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