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반포 한신21차, 입찰 참여 건설사 ‘제로’
방배삼익, 시공사 선정 입찰 두 번 고배
“조합이 요구한 설계·마감 등 공사 조건 맞추기 힘들어”

8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강남 재건축 단지들이 시공사 선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낮은 공사비로 건설사들이 참여하지 않아 시공사 선정 입찰이 유찰되는 이례적인 사례까지 등장했다. / 사진=연합뉴스

최근 정비사업장에서 강남 재건축 사업장의 인기가 예전 같지 못한 모습이다. 경쟁이 치열했던 과거와 달리 입찰을 희망하는 사업자가 없어 유찰되는 이례적인 사례까지 등장하고 있어서다. 가장 큰 걸림돌은 공사비다. 조합은 많은 지출 비중을 차지하는 공사비를 줄여 추가분담금을 줄이겠다는 전략인 반면 건설사들은 공사비가 너무 낮아 수익성이 떨어진다며 외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8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신반포 한신21차 재건축’(신반포21차) 단지는 최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진행했지만 건설사가 단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아 자동 유찰됐다. 당초 이 단지는 재건축 규모가 300여가구에 불과하지만 그동안 대형건설사들이 반포동 내 소규모 재건축 사업지에 높은 관심을 보였던 만큼 시공사 선정 입찰에 높은 경쟁이 예상됐다. 앞서 열린 현장설명회에는 GS건설, 대우건설, 롯데건설, 포스코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 대형건설사들이 대거 참여한 바 있다.

강남 정비사업장에서 이례적으로 유찰이 나온 것을 두고 업계에선 조합이 무리하게 공사비를 낮췄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입찰에서 신반포21차 조합은 3.3㎡당 공사비 550만원을 제시했지만, 건설사들은 강남권 재건축의 경우 최소 3.3㎡당 650만~700만원은 돼야 조합이 요구하는 마감재나 공사 수준을 맞출 수 있다는 입장이다.

비슷한 이유로 서초구 ‘방배삼익 재건축’ 단지도 시공사 선정 입찰에서 두 번이나 유찰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거주해 주목을 받았던 이 단지는 당초 방배동 알짜 입지로 많은 건설사들이 관심을 나타냈다. 하지만 1차에 이어 2차 입찰에도 대림산업만 입찰에 참여하면서 자동 유찰됐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현재 제시되는 공사비로는 조합이 요구한 설계·마감 등 공사 조건을 맞추기 힘들다”며 “오히려 건설사들이 손해를 볼 수 있고, 규모가 작아 무리하게 뛰어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공사비 갈등으로 시공사를 다시 찾아 나선 단지도 있다. 서초구 신반포 15차 재건축 단지는 지난해 12월 대우건설과의 계약을 해지했다. 양측은 설계 변경으로 생긴 공사비 증액을 두고 갈등을 겪어왔다. 대우건설은 500억원(3.3㎡당 499만원), 조합은 200억원(3.3㎡당 449만원) 증액을 주장했다. 결국 조합은 지난 5일 총회를 통해 기존 시공사인 대우건설과의 계약을 해지하고 새로운 시공사를 찾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조합이 공사비를 낮추는 배경에는 추가분담금이 존재한다. 분양가 상한제 등 정부 규제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지출 비중이 높은 공사비를 줄여 분담금을 조금이라도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건설사들이 과거와 다르게 강남 재건축 단지에 시큰둥한 반응을 나타내고 있어 앞으로도 비슷한 사례는 계속 등장할 전망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과거 강남 재건축 사업은 상징성이 있고, 사업 실패 확률이 적은 만큼 과거부터 시공사들이 뛰어들었지만 최근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이어지면서 매력이 다소 줄어든 상황이다”며 “강남이라도 규모가 작은 단지들은 상징성도 떨어지기 때문에 건설사들이 굳이 낮은 공사비를 받으며 들어가진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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